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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진평왕(新羅 眞平王) 때에 된 일이다. 의좋은 두 사람이 한 동리에서 살았는데 한날 한시에 한 사람은 아들을 낳고 한 사람은 딸을 낳았다. 그런데 사내아이의 이름은 백운(白雲)이라 하고 계집아이의 이름은 제후(際厚)라 하였다. 두 집에서는 정혼(定婚)하여 두고 두 아이의 장성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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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이 열네 살이 되매 인물이 출중하고 성품이 또한 청수하였다. 국선(國仙)이 된 지 일 년이 채 못되어 불행하게도 눈이 멀었다. 그렇게 되매 제후의 부모는 백운과의 약속을 어기고 그 딸을 무진태수(茂榛太守)로 있는 이교평(李校平)이란 사람에게로 시집을 보내기로 하였다. 제후는 부모의 명령이라 어찌할 수 없어 무진으로 가면서 백운을 비밀히 찾아 손목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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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으로 더불어 한날 한시에 출생하였고, 장차 자라서는 부부되기로 언약한 지 오랬는데 이제 부모의 명령으로 할 수 없이 다른 곳으로 가기는 가나 그곳으로 간 뒤에는 나도 자유로운 몸이 되는 것이니 그대가 만약 나를 버리지 않으려면 내 뒤를 따라 무진으로 오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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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이란 것은 인륜(人倫) 대사인즉 택일 성례(擇日成禮) 함이 마땅하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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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서로 아직 떠나 있기를 말한 뒤 은근히 백운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뒤따라 온 백운을 반가이 맞아 둘이서 서로 손목을 마주잡고 산 속으로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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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노중(路中)에서 도적의 떼를 만났다. 악한들은 백운을 묶어 놓고 제후를 빼앗아 갔다. 그럴 즈음에 마침 백운의 친구 김단(金闡)이란 사람이 그 곳을 지나가다 그것을 보고 악한들을 쫓아가 잡아 죽이고 제후를 빼앗아 왔다. 그리하여 그들은 백 년을 하루같이 즐겁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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