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조선은 어떠한 문학을 요구하는가. 물 같고 태양 같고 밥 같은 문학인가. 또는 줄이 굵고 호흡이 큰 문학인가. 秋霜[추상] 같은 문학인가. 震天雷[진천뢰] 같은 문학인가. 나는 아직도 이 문제에 명확한 선답을 내 머릿속에서 발견치 못하였다. 만일 이 문제의 해답을 내가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조선을 아는 때일 것이다. 나는 조선을 모른다. 나는 조선에 나서 조선서 자란 사람이건만 아직도 조선의 고락과 조선의 희비를 잘 모른다. 조선은 고사하고 평범한 일상 생활에 있어서도 어머니와 아내의 심경을 이해치 못해서 때로는 모자지간에 검극이 서게 되고, 때로는 부부지간에 선전 포고가 오락가락하게 되는 것이 내 생활이다. 이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 족한 지식이 없다. 그를 이해할 만한 지식을 가지지 못하고 어찌 그의 요구에 응할 수 있을까. 어떤 분의 주장은 “민중이란 고원한 이상이나 임박한 현실적 노력보다도 목전의 향락과 환희적 공상에 흐르기 쉬워서 문학(문예)도 그러한 것을 읽는 예가 많다. 그러니 우리는 그러한 요구에 응할 것이 아니라 그 민중이 가지지 않으면 안 될 문학을 의식적으로 지어 주자” 한다. 나도 여기는 共鳴[공명]이다. 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이것도 조선(민중)을 알고야 할 일이다. 이리 치나 저리 치나 문제의 해결책은 결국 한 가지이다. 누구나 병자를 보면 그가 괴로와할 것과 약을 먹어야 할 것은 알 것이다. 하지만 그가 어떠한 병인지 또는 어떠한 약을 먹어야 할는지는 의사가 아니면 병자 자신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 병자의 요구에 응하고 병자에게 주지 않으면 안 될 약을 지으려면 먼저 의사가 되어야 할 것처럼 조선의 요구에 응하고 조선에 주지 않으면 안 될 문학을 지으려면 내 자신부터 조선을 잘 안 뒤에 능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