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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인의 자기 분열과 불요불굴의 정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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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8.14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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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자기 분열과 불요불굴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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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을 느끼지 않는 곳에 작가의 열정은 일어나지 않는다. 평론가는 현대에서 느끼는 매혹을 작가와 함께 혹은 앞서서 발견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론적인 제안이 헛되이 객차 없는 기관차가 되어 버리는 것을 나는 한없이 저어한다. 기관차만 혼자서 성급하게 달아나는 것으로 문학의 부대는 전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는 고발 문학의 제창이 한 장의 부도 수형(不渡手形)이나 공허한 절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작가로서의 미력을 다하려고 한다. 기관차의 기적이 울 때, 객차는 그와 연결되고 궤도 위에 어김없이 차륜을 얹어서 출발 신호와 함께 그를 따라 혹은 그를 밀면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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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거의 어떤 기관차보다도 고발의 문학은 행복하다. 그것은 창작적 실천 속에서 빚어진 구호인 때문이다. 이 땅의 문학이 그 속에서만 자신을 키울 수 있는 현재의 모든 객관적 주관적 정세를 타산하여 진실로 수많은 객차를 끌고 갈 수 있는 유일한 기관차로서 제창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금의 우리의 문학적 처지와 우리의 정열로써 결코 따라가지 못할 천당에의 노선도 또는 지옥에의 행로도 지시하지 않고, 오직 진정한 문학의 정신만이 갈 수 있는 현실에의 진행을 꾀하는 기관차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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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작가로서 현대에 대해서 느끼는 창작상 매혹’이란 제목을 받고 위선 이상과 같은 것을 나는 생각하였다. 그것은 창작 방향의 이론적인 제안과 작가의 창조적 실천의 상관된 관계를 측면으로 건드리는 제목으로 볼 수 있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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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우리들 작가가 그에 대하여 느끼는 매혹은 그(현대)의 역사성을 진실로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착잡한 현상과 혼란된 양자(樣姿)에도 불구하고 이를 뚫고 흐르는 역사적 추진력을 간파하고 그의 본질을 예술적으로 인식하려는 것에 비로소 현대에 대한 작가의 매혹이 생겨난다. 사람이 침잠하여 우울증을 조조(調造)하고 퇴폐하여 데카당스를 찬(讚)할 때 우리가 오직 이의 진정한 인식에서 시대적 운무(雲霧)의 고발을 부르짖어 조금도 비관할 줄 모르는 것은, 이대(代)에 대하여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마이너스에 대해서까지도 한 개의 매혹, 인간의 힘으로 역력히 그 마이너스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이 최대의 매혹을 느낄 수 있는 때문이다. 이것이 현대에 대하여 고발 문학의 작가가 느끼는 일반적인 창작상 매혹의 원천이다. 그러나 이것은 각개(各個) 작가에 따라 제약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그 작가의 세계관과 생활적 실천과 창작적 재능, 역량, 그 밖에 여러 가지 객관 조건(출판 검열 기타)의 제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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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나의 역량과 기타, 나를 제약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이 빈약한 객차가 어느 정도까지 기관차와 튼튼히 연결될 수 있는 것인가를 밤깊어 혼자서 냉정히 생각할 때가 있다. 객차의 차륜은 튼튼한가. 바퀴는 궤도 위에 얹히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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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나의 빈약한 객차는 지금 기관차와의 연결을 향하여 두 개의 길을 더듬고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하면 작가적 열정이 그 곳에 경주되어 현대에 대한 매혹을 따라가는 길 위에서 나는 두 개의 작은 방향을 더듬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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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1일 소시민 지식인의 자기 분열이고, 그 제2가 모든 생활적 신산과 오욕과 굴욕과 중압 속에서도 굴치 않고 자기의 깨끗한 건강을 지키면서 자기 발전을 적극적으로 도모하는 불요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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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에 대하여 느끼는 나의 매혹은 온전히 나 자신까지 포함한 소시민 지식인에 대한 사상적 실망으로부터 유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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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과 정열의 상극이래도 좋고 이론과 실천의 모순, 분열이래도 좋다. 어쨌든 나 자신의 소시민성 그에 대한 사상적 실망과 불신이 그리고 이것을 물어뜯고 씹어 버리고 싶은 은연(隱然)한 저력이 솟는 곳에 이에 대한 매혹의 원천이 있다. 그러므로 몇 개의 단편으로 소시민 지식인의 자기 분열의 양상을 고발한 뒤에 오는 것은 항상 걷잡을 수 없는 애수였다. 떨어 버릴래야 떨어지지 않는 애수는 육체적인 절박성을 가지고 소설의 결말을 배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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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제2의 불요불굴의 건강한 정신에 대한 매혹은 제1의 지양으로부터 튀어나오는 것인 듯하다. 나는 붓을 좇는 나의 정열을 한 곳에 붙들어 세워놓고, 때때로 나의 20 전후의 시대와 그 때에 쓴 「공장신문」「공우회」등의 작품을 회상하여 보고 이 시대의 정열이 지금 제2의 것으로 흘러 온 것을 냉혹하게 주시하려 한다. 그 때엔 확실히 자기 분열 같은 것에 나의 작가적 정열은 매혹되지 않았다. 나의 정신은 행복하여 여러 가지의 영웅을 창조하면서 안재(安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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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같으면서도 그 때는 생활이 그것에 구체성을 넣어 주었고 지금은 관념적인 그러나 억제할 수 없는 울분이 한 개의 소년의 창조에서 그의 출구를 발견하려고 하고 있다. 오욕 속에서 나서 그것을 떨어 버리고 비상하려는 칸트의 소위 ‘비둘기’의 맹랑한 욕망에 소설의 종말을 방황한다. 이러한 두 개의 매혹이 고발 문학이 가지는 현대에 대한 일반적인 매혹을 조금이라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그것을 단정치 못한다. 이런 것으로는 기관차의 뒷부리에 매어달릴 수 없을 것을 두려움과 함께 혹은 적막과 함께 느끼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지 민속(敏速)한 기관차와 그 뒤에 따르는 훌륭한 객차가 서로 연결되어 나의 속으로부터 발차될 때까지 나는 조금도 비관하지 않고, 현대가 가지고 있는 매혹을 향하여 여러 가지 모양으로 정열을 불어 넣을 것이다. 아! 얼마나 많은 매혹을 현대는 작가를 향하여 던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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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37년 8월 14일, ‘현대에 대한 작가의 매력’ 특집)
【원문】지식인의 자기 분열과 불요불굴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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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천(金南天)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37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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