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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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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3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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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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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여자에게 비한다면, 진달래는 이미 춘정을 잊은 스무 고개는 훨씬 넘어선 여인 같으면서도 또 정숙하여 보입니다. 그리고 확호한 인생관이 유행이라는 데는 눈도 뜰 줄 모르는, 그리하여 속세의 풍정과는 높이 담을 쌓은 점잖음이 속속들이 깃들여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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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모든 꽃은 나비를 기다려 춘정을 느끼건만 진달래는 나비도 오기 전에 산간 깊숙이 홀로 피어서 스스로 봄을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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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같은 시절의 피는 꽃으로 두봉화(杜蜂花)가 있습니다. 두봉화는 꽃도 잎도 그리고 나무까지 분간할 수 없이 진달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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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이름이 두봉화인 것같이 벌을 방비하는 약을 지니고 있는 것이 다만 진달래와 다른 것뿐입니다. 꽃을 싼 화판 밑에는 어교魚膠보다도 거센진이 꽃이 시들 때까지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제아무리 큰 벌이라도 와서 어르다니기만 하면 발이 붙고, 일단 붙으면 헤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생명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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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두봉화의 지조도 아니 가상타 할 수 없습니다만 진달래는 그러한 것의 방비책으로보다는 마음으로 그것을 이기어 내는 데 좀 더 고상한 뜻이 담긴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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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두봉화와 진달래는 같은 형상, 같은 빛의 꽃이로되 우리는 진달래를 좀더 알고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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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진달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놓는 힘은 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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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花煎)이라면 진달래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진달래가 봄 일찍이 피는 꽃이니까 한겨울 동안 그리웠던 춘정에서 빨리 서두는 것이 진달래를 찾게 되는 원인 같으면서도 진달래보다 빨리 피는 개나리를 찾아 화전을 노지는 않습니다. 다른 어느 꽃보다 붉은 꽃이 좀 더 유혹적이기는 하지만 그 빛의 유혹에서라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우리는 진달래의 그 높은 품위와 아름다운 마음씨에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보는 것만으로서는 만족하지 못하고 그 꽃을 먹어까지 보자는 것이 화전의 목적으로 찹쌀가루에 꽃잎을 따 넣어서 꽃전을 지지어 먹는 것입니다. 술병을 지니고 진달래를 찾는다 해도 우리는 반드시 그 술잔에다 꽃잎을 뜯어 띄워서 마시고야 만족합니다. 이것은 높은 뜻을 지닌 진달래 꽃빛 물이 내 마음속에도 물들어지고 싶은 그러한 심정에서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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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그리운 진달래입니다. 해마다 한식절(寒食節)이면 선조의 선영(先瑩)으로 성묘를 가서 그 산 속에 핀 진달래꽃을 따 먹어 보며 노닐던 어린날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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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에서 성(盛)히 피었을 그 선영의 그 진달래꽃, 그 진달래는 내가 그렇게도 저를 그리워하는 줄이나 알고 피었는지? 아니 속진(俗塵)에 무젖은 나를 잔뜩 피어서 비웃고 있는 것인 아닐는지? 진실로 한 잔 술에다가 진달래 꽃잎을 마음껏 따 넣어 실컷 마셔 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마음속을 새빨갛게 물들여 진달래 마음이 되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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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여성》 (193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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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단행본〕*『상아탑』(우생출판사, 1955)
【원문】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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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달래 [제목]
 
  계용묵(桂鎔默) [저자]
 
  여성(女性) [출처]
 
  1939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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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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