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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석속에 공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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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4.23.
고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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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속에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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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독일 유명한 문호 헵멜 선생이 지은 것인데 이 이야기만으로 책 한 권씩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길고 뒤숭숭한 것을 그대로 번역하여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없어 그것을 광주리로 건져서 대강 그 뜻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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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청명하고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무르녹는 봄빛을 따라 젊은 청년 남녀들은 한 떼 한 떼가 몰려 산으로 들로 공원으로 행길로 유쾌하게 이야기하면서 산보를 다닙니다. 이 아름다운 어린이들은 손을 쥐고 이곳저곳의 꽃밭으로 꽃싸움을 하면서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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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시가에는 봄날의 장식을 눈이 부시게 해놓고 시골서 올라온 사람들의 마음을 끌고 있습니다. 그중에‘앗사드’라고 하는 마음 착하고 신수 좋은 청년이 하나 있는데,그는 참말 시골에서 처음 구경 나왔는지 이곳저곳 상점에 장식해놓은 것을 재미있게 보면서 넓은 행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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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상점 가운데 제일 앗사드의 마음을 끄는 것은 큰 보석 파는 가게에 장식 해놓은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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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비단 휘장 앞에 금은으로 기둥을 해 세우고 그 가운데 눈이 부실만큼 광채 나는 금강석, 비취석, 홍보석, 산호, 진주, 이름도 모를 귀중한 보석이 가득히 벌려 있었습니다. 더욱 그중에 제일 윤이 나고 제일 아름답게 생긴 홍보석 한 개가 어찌 앗사드의 마음에 들었는지 앗사드는 그 앞을 떠날 줄 모르고 멀거니 서 있었습니다. 더욱이 그 홍보석에서 이상한 두 줄기의 광채가 내 쏟는 것은 마치 앗사드의 마음을 이끄는 아름다운 여왕의 눈동자같이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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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가고 해가 지는 줄도 잊어버리고 앗사드는 그 영롱한 홍보석에 취하여 보고 있었습니다. 자기에게 저 값 많은 홍보석을 살 돈이 있었으면 좋겠지마는 원래 그 같은 많은 돈을 만져도 보지 못한 앗사드라 도저히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 보석가게 주인 되는 유복한 노인이 나왔습니다. 앗사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보석의 훌륭한 것을 칭찬하면서 ‘아마 당신네 상점이 이 나라 안에서 제일 될 줄 압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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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넓고 유복한 주인 노인은 젊은 앗사드의 칭찬해주는 말에 기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안으로 불러들여 금으로 만든 좋은 반지 한 개를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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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 의외의 금반지 한 개를 얻은 앗사드는 대단히 기뻐할 줄 알았더니 조금도 그런 빛을 보이지 않고‘이까짓 금반지 같은 것은 소용없습니다. 저 홍보석을 주시오’ 하면서 반지를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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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크게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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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것은 안 되오. 저 홍보석은 참말 몹시 귀중한 물건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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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돌아서서 이것저것 다른 물건을 만지는 사이에 다만 광채 나는 홍보석에만 눈이 어두운 앗사드는 전후를 돌아다볼 여지없이 얼른 홍보석을 집어 들고 뛰어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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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큰일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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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도적놈 잡아라’하면서 주인이 뛰어나오자,동네사람이 뛰어나오고 순사가 뒤를 쫓아와서 앗사드는 그만 잡혀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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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게도 앗사드는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던 보석도 가지지 못하고 강도라는 죄로 사형선고를 받아 죽게 되었습니다. 이제 앗사드가 사형장에 끌려 가게 될 때 다만 죽을 때까지만 그 홍보석을 가지고 있게 해달라고 재판장에게 울면서 청을 하니까 재판장도 너무 불쌍해서 그 홍보석을 앗사드에게 빌려주었습니다. 앗사드는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홍보석을 가슴에 꼭 품고 사형장으로 죽으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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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게도 길가에서 어떤 신수 좋은 백발노인이 나타나더니 앗사드의 손목을 잡았습니다. 그러더니 앗사드의 몸은 어느덧 나는 것같이 노인과 함께 그곳을 벗어나서 어느 아무도 없는 언덕에 와 있었습니다. 앗사드는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몰랐습니다. 다만 가슴에 꼭 품은 홍보석만이 여전히 이상한 광채를 내쏟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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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노인은 웃음을 띠고 ‘네가 가지고 있는 홍보석 속에는 이 세상에 제일 아름다운 공주가 들어 있다. 그러니 네가 꼭 그 공주만 생각하고 다른 마음을 먹지 않고 있다가 밤중에 그 홍보석에 세 번 입 맞추면 그 속에 있는 공주가 살아 나오리라.’ 말을 마치고 이상한 노인은 연기같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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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사드는 기쁜지 무서운지 제 마음을 알 수 없을 만치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한마음으로 ‘보석 속에 공주님이여, 살아나라. 살아나라’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해가 지고 밤이 깊어 삼경이나 되어서 앗사드는 노인이 말한 대로 홍보석에 다가가 뜨겁고 힘있게 세 번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니까 아- 이상도 합니다. 홍보석에서는 구름 같은 연기가 무럭무럭 나오더니 그 가운데로 예쁘고 훌륭한 공주가 나타났습니다. 공주는 물결치는 금빛머리를 옥 같은 두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영롱한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하는 말이‘들어주시오. 나는 이 나라 임금님의 무남독녀 딸이었습니다. 금지옥엽같이 자라났는데 심사 고약한 마귀가 하나 있어서 나를 그의 술법으로 이 보석 속에 가두었습니다. 아- 그러나 나는 어떠한 어렵고 중한 수단이 아니면 다시 이 세상에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수단은 나도 알 수가 없습니다.’말을 마치고 어여쁜 공주는 다시 보석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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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사드는 어찌된 영문을 모르고 한참이나 앉았다가 다만 저 예쁜 공주를 이 세상에 다시 나오게 할 술법을 궁리하려고 일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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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가고 이틀 가고 달이 바뀌고 해가 바뀌도록 앗사드는 한결같이 보석을 품에 품고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공주를 구할 수단을 배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심사 고약한 못된 마귀의 술법으로 갇힌 공주를 구원할 도리는 조금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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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도 여전히 앗사드는 돌아다니다가 어느 물가에 앉아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근심된 얼굴로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보석을 꺼내어 들어 입을 맞추면서‘아- 이 속에 갇혀 있는 공주를 구하지 못하는구나' 하고 탄식만 할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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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득 뒤에서‘그 보석을 나에게 팔아라’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다보니까 어떤 훌륭한 의복을 입고 신하들을 수백 명 거느린 노인이 있었습니다. 앗사드는 그 위엄에 놀라서 어찌할 줄을 모르는데 노인은 하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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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보석을 보니까 나의 없어진 귀한 딸의 눈동자같이 광채가 나서 내 딸 생각이 간절하니 그 보석을 나에게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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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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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사드는 기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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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석은 이 나라 땅을 다- 나에게 준대도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만약 내가 죽으면 무덤 속까지라도 가지고 갈 터이니 결코 드릴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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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습니다. 그 노인은 방자한 앗사드의 말에 대단히 성을 내어 신하들에게‘저놈을 잡고 그 보석을 빼앗으라’하고 호령을 하였습니다. 힘이 센 신하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와 앗사드를 얼싸안고 귀하고 중한 보석을 빼앗으려 하였습니다. 아- 큰일났습니다. 이 홍보석은 앗사드의 목숨보다 더 귀하게 알고 한때도 놓지 못하는 중한 것입니다.‘내가 가지지 못할 바에야 남의 손에 빼앗기기는 싫다’ 하는 생각이 앗사드에게 번개같이 났습니다. 앗사드는 그같이 귀중한 보배를 드디어 결심하고 강물에 내던졌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세상에 살아서 무엇을 하랴' 하는 생각에 신하의 칼을 빼어 가슴을 찔러 죽으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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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공중에서 ‘아-’ 하는 예쁜 소리가 나며 홍보석 속에 갇혀 있던 공주가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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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사드는 깜짝 놀라 죽으려던 것을 멈추었습니다. 신하를 많이 데리고 온 이 노인은 ‘아- 내 딸이여’하고 공주를 안았습니다. 이 훌륭한 노인이 바로 공주의 아버님이요, 이 나라 임금님인 것을 비로소 앗사드가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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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다시 앗사드의 앞으로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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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덕으로 오랫동안 마귀의 술법 때문에 갇혔던 내가 살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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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치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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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나는 공주님을 살린 것이 아니라 도리어 공주님을 물속에 던져버린 죄인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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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앗사드가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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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다시 예쁘게 웃으며 “아니요. 당신께서 목숨보다 더 귀하게 아시던 그 보석을 내버리신 그것이 곧 나를 살리는 하나의 수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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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다시 치사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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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도 대단히 기뻐하시고 앗사드와 예쁜 공주님과 혼인을 정하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임금님은 아들이 없어서 앗사드를 황태자로 봉하셨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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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제1권 제3호 192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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