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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힘껏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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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 6.
고한승
1
네 힘껏 했다
 
 
2
옛날 어느 바닷가에 조그만 어촌이 있었습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바다에서 자라나서 배젓기와 헤엄치기를 잘하였습니다.
 
3
어떤 첫 겨울날이었습니다. 바람이 몹시 불고 물결은 산더미같이 일어나고 더구나 채찍 같은 비까지 쏟아져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이때 바다 저쪽으로부터 조그만 배 한 척이 사람을 가득 싣고 이리로 향하여 왔습니다. 아마도 그 배는 어느 항구를 가려 하다가 중간에서 비와 바람을 만나서 사나운 물결과 싸우다 못하여 이 시골로 피난을 들어오는 모양이었습니다.
 
4
뱃사공들은 있는 힘을 다하여 노를 저으며 사나운 물결을 이기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폭풍우는 점점 더하여지고 물결은 더욱 더욱 높아갔습니다.
 
5
배에 탔던 여러 사람들은 서로 서로 얼싸안고 울었습니다. 어린 아가는 어머니 품으로 기어들고 형은 동생을 끌어안고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6
“사람 살려. 사람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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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을 청하는 처량한 소리가 바람에 싸여 이 시골사람의 귀에 들려왔습니다.
 
8
그래서 이 시골 사람들은 모두 바닷가에 모였습니다. 그러나 저렇게 사나운 바람과 높은 물결 속에 구원할 배를 내어놓을 수는 도저히 없었습니다. 오직‘저를 어떻게 하나’하고 걱정들만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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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것 보십시오. 산과 같은 물결이 사나운 기세로 몰려오더니 기어코 그만 배를 뒤집어 엎어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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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탔던 어른들과 어린이들 수십 명은 그대로 물속에 덥석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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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부르는 어린이의 애달픈 소리! “아가야 아가야”하는 어머니의 구슬픈소리! 동생을 찾는 형님의 소리, 형을 부르는 동생의 울음! 비 소리 바람소리에 섞여 더할 수 없이 비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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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사람들은 두 발을 동동 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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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헤엄을 쳐가서 저 사람들을 구해라. 아무도 없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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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소리 쳤으나 이같이 무서운 바람과 물결을 무릅쓰고 이 추운 물속에 헤엄쳐 갈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서로 서로 돌아다보고 한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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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입니다. 여러 사람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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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어가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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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뛰어니온 소년이 하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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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16세 용감하고 헤엄 잘 치기로 이름 있는 소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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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렇게 물결이 센데 너 같은 어린이가 어떻게 들어가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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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여러 사람들은 걱정을 하였으나 소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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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 마십시오. 내 힘껏 하여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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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옷을 벗고 사나운 물결 속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리하여 재치있게 헤엄을 쳐서 엎어진 배 옆으로 한 칸 한 칸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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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시골 사람들은 손에 땀을 내면서 소년의 행동을 살피고 있을 때 얼마 후에 소년은 귀여운 어린이 하나를 등에 업고 파도를 헤치면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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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은‘와-’하고 소리쳤습니다.‘참! 용감하다’하는 소리가 우레같이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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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몹쓸 물결에 부딪친 소년은 기운이 빠져서 해변가에 쓰러졌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우- 몰려와서 소년의 팔과 다리를 주물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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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다 속에서는 아직도 구원을 청하는 처량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뿐 아니라 소년이 구해낸 어린이의 ‘엄마’를 부르는 애끓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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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없어 드러누웠던 용감한 소년은 다시 벌떡 일어났습니다. 깊은 호흡을 한번 하고 나서는 다시 물속으로 첨벙 들어갔습니다. 그리하여 얼마만에 먼젓번에 구해낸 어린이의 어머니를 구해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어머니가 아기를 품에 꼭 껴안고 너무나 감격하여 울고있는 것을 보고 소년은 또다시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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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또 한 사람을 구하고 또 들어가서 또 한 사람을 구해냈습니다. 이제는 소년도 사나운 물결에 부딪치고 바다 속 바위에 몸이 깨어져서 얼굴과 다리에 피가 철철 흘렀습니다. 추운 물속에 오래 있어서 두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기운이 다 빠져서 그대로 서 있을 수도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바다 저쪽에서는 아직도 ‘사람 살려. 사람 살려’하는 처량한 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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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다시 있는 힘을 다하여 시골 사람들이 붙잡는 것도 돌아보지 않고 또 뛰어 들어갔습니다. 또 들어가고 또 들어가서 결국 12명의 귀여운 동무들을 구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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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용감한 소년의 힘이여! 한사람의 힘으로 열두 명의 귀여운 생명! 그 얼마나 위대한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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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쌍한 일이올시다 소년은 있는 힘을 다 쓰고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가슴은 찬 물결에 몹시 상하여 그만 기절하였습니다.
 
32
여러 사람과 여러 동무들이 소년의 몸을 얼싸안고 구호를 할 때 소년은 기운 없이 눈을 스르르 뜨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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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어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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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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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용감하다. 위대하다. 네 한 몸으로 열두 명이나 구하였다. 열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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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년은 적막히 고개를 흔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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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한 사람을 구했느냐 백 사람을 구했느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힘껏 했습니까? 내 힘껏 했느냐 못 했느냐를 묻는 것입니다.”
 
38
“그렇다. 너는 네 힘껏 했다. 네 생명껏! 네 몸과 마음과 힘의 전부를 다했다.”
 
39
이 말을 들은 소년은,
 
40
“오, 대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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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용감한 얼굴에 미소를 띠우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났습니다.
 
 
42
-《어린이》124호, 1948. 6.
【원문】네 힘껏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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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힘껏 했다 [제목]
 
  고한승(高漢承) [저자]
 
  어린이(-) [출처]
 
  1948년 [발표]
 
  동화(童話) [분류]
 
  아동 문학(兒童文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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