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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인 동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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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 4. 1.
고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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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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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순희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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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찾으려고 산 설고 물 설은 대판까지 간 불쌍한 소녀 순희가 의외로 아버님이 석탄광이 무너져서 치어 죽었다는 눈물겨운 편지를 개성 있는 창렬이에게 하였으나 창렬이는 그때 그 편지를 받지 못하고 개성에 있지 않았으니 과연 창렬이는 어디를 갔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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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기운으로 전조선육상경기대회를 마치고 난 창렬이는 완고한 부모님이 허락은 안 하시나 기어이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5월 20일! 바로 순희가 편지한 지 사흘 전에 개성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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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에게 알리지도 않고 허락도 없이 아버님이 일가 집에 갖다주라는 돈 60원을 가지고 떠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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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몰래 더욱 심부름할 돈을 넌지시 가지고 도망 나온 것은 잘못인 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마는 장래에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지금 잠깐동안 부모를 속여도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하고 개성 정거장에서 서울 가는 기차를 탄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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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렬이는 아무리 굳은 결심은 있으나 그래도 정들었던 개성과 어머님 슬하를 떠나는 것이 섭섭하려니와 앞으로 어떻게 하여 나갈까- 하는 생각을 하매 아득한 마음을 금치 못하여 모르는 사이에 기차 속에서 주먹으로 눈물을 씻고 씻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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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마는 오직 창렬의 앞길에는 장래를 굳게 약속한 서울의 일균이와 대구 상봉이와 평양 영호며 또 대판에 있는 순희를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든든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창렬이는 차장에게 전보 용지를 청해서 우선 서울 일균이에게 몇 시에 경성역에 도착한다는 전보 한 장을 띄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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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소년 창렬이를 실은 기차는 그날 오후 네 시 반에 경성 정거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삼 년 전에 보통학교 오학년 때에 수학여행으로 서울을 왔다 가고는 지금이 처음이라 새로 지은 정거장의 찬란한 모양을 두리번- 돌아보면서 창렬이가 나올 때 플랫폼에서 창렬의 손을 벗석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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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창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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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소년은 물론 일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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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전에 오신다는 전보를 받고 뛰어나왔습니다. 대관절 웬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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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일균이가 물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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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는 복잡하니 조용히 이야기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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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우선 일균이 안내하는 대로 창렬이는 전차를 타고 헐려가는 광화문 앞에서 내려 삼청동 일균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하여 창렬이는 일균의 아버님과 어머님께 인사를 여쭙고 일균이와 저녁상을 같이 받고서 자기의 고향을 떠나온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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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부터 고학을 하든지 무슨 짓을 하든지 동경까지 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아버지를 찾으러 간 불쌍한 순희가 어찌나 되었는지 동경 기는 길에 대판에 들러서 서로 도와줄 작정이라고 말할 때 일균이는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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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은 오래간만에 만난 의형제인 창렬이와 일균이가 자리를 나란히 하고 드러누워 여러 가지로 장래의 희망을 이야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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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렬이는 우선 동경에 가서는 낮에는 노동을 하고 밤에는 강습소 같은 데 다니면서 한 이 년 동안 속성으로 공부를 해서 남들은 사 년이나 오 년에 공부하는 중학교 정도를 속히 마치고 그리고 고등학교 시험을 치러보겠다는 이야기, 아무래도 완고한 부형 앞에서는 중학교도 완전히 다니지 못할 것이니 고생이 되더라도 동경까지 가서 용기를 내어 공부를 하여 반드시 큰 사람이 되겠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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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희망의 피가 끓는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일균이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이를 악물고 잠자코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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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객지의 첫날밤을 밝힌 이튿날 창렬이는 일균이가 아침에 아버지 앞에서 무엇인지 자꾸 조르고 있는 것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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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일균의 가슴속에도 굳센 결심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의형제 창렬이와 같이 자기도 동경으로 가서 서로 고학을 하여가면서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균의 아버지는 창렬의 아버지와 달라 이해가 깊은 분이었습니다. 일균이도 동경에 보내어 훌륭한 사람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였습니다마는, 아- 그에게는 동경까지 보낼 기차삯도 얻을 수 없는 가난한 집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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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디까지 일균이를 사랑하고 일균의 전도를 생각하는 아버지는 눈물을 머금고 입을 악물고서 일균의 증조부 때부터 내려오던 예전 유명한 어른의 쓴 글씨! 일균의 집에만 하나 있는 보물을 잡히어서 돈 삼십 원을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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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균의 아버지는 감격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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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균아. 이것은 우리 집안의 명예와 보배를 전부 팔은 것이다. 이것을 받는 너는 우리 집의 명예와 보배가 다시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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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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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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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균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하였고 곁에서 보는 창렬이는 흐느껴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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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돈 있는 창렬이의 아버지는 그렇게 이해가 없고, 이해가 있는 일균이 아버지는 저같이 가난합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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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동쪽에서 찬란한 태양광선이 두 소년에 앞길을 축복하는 듯이 불끈 솟아 올라올 때 눈물짓는 일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전송을 받으면서 두 소년 창렬이와 일균이는 남행열차를 타고 부산을 향하여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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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두 소년은 다시 대구 달성정에 있는 상봉이에게 전보를 놓아 그 날 오후에 대구에 내리어 상봉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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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의 집에서 하루 밤을 쉬면서 창렬이와 일균이는 자기네의 장래를 이야기하고 서로 돕기를 맹세한 후 이튿날 다시 상봉이와 작별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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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다시 만나볼 사람도 없고 하여 평양 있는 영호에게 간단한 엽서 한 장을 띄우고 연락선을 타고 부산 땅을 멀리 바라보며 현해탄을 건너서 바로 이틀 만에 대판 땅에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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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설고 물도 설고 어디를 보든지 낯설은 일본 사람들뿐이라 나이 어린 창렬이와 일균이는 몹시도 쓸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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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에 오래 머물 곳도 아니요, 오직 불쌍한 순희를 찾으면 그만이겠으므로 영악한 두 소년은 순사 파출소를 찾아가서 조선 사람이 많이 노동하는 석탄광을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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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사는 친절히 한 곳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두 소년은 몇 번이나 길을 묻고 또 물어서 어느 석탄광으로 찾아가서 조선 사람을 누구나 한 사람 만나보게 하여달라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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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의 가슴은 이상스럽게 뛰었습니다. 순희는 행여나 이곳에 있나 만약 이곳에 없다 할지라도 어느 곳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 하고 두 소년은 마치 무서운 판결을 기다리는 듯이 얼굴이 화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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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있다가 두 소년의 앞에는 어떠한 사람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그의 얼굴은 오랫동안 석탄광에 들어가 있어서 몹시 험하고 검고 그리고 이마에는 큰 상처까지 있고 구렛 수염이 길게 나서 몹시 무섭게 생긴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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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우 딱딱한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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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나를 찾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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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습니다. 창렬이와 일균이는 쓸쓸한 대판 천지에서 우선 조선말을 들으니 몹시 반가워서 공손히 인사를 한 후, 며칠 전에 조선 소녀 순희가 자기 아버지를 찾아온 일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우악스럽게 생긴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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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은 없어! 아마 요 등 넘어 다른 탄광인 게지. 그리 가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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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손으로 동쪽을 가리키며 그대로 중얼거리고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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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렬이와 일균이는 손에 쥐었던 보물을 잃은 것같이 섭섭한 마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또 몇 번이나 길을 물어서 다른 탄광으로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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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여러 조선 사람의 노동자의 감독으로 있는 한 사람이 나왔는데 그는 아까 그 사람과 달라 몹시 싹싹하고 유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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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조선 소년 창렬이와 일균이를 보고는 매우 반가운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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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조선 소년이요? 매우 반갑소. 나는 이곳에서 십장 노릇을 하는 김 서방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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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공손하고도 정답게 말을 하였습니다. 창렬이와 일균이는 타향에서 부모나 만난 듯이 몹시 반가웠습니다. 당장 뛰어가서 가슴에 엎드려 실컷 울고도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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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십시오. 며칠 전에 조선서 순희라는 소녀가 자기의 아버지를 찾으려고 온 일이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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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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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있었어. 바로 내가 만났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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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은 두 소년은 참으로 본 것같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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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순희는 아버지를 만났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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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재처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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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입니다. 김 서방의 얼굴에는 모르는 사이에 비창한 빛이 가득히 떠돌았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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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숨기면 무엇하리……. 말을 할 터이니 들어보오. 순희의 아버지는 사오 년 전에 석탄광에서 일을 하다가 석탄광이 무너져서 그만 죽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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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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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순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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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두 소년은 소리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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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오. 그때 순희의 아버지뿐 아니라 같이 일하던 조선 사람 수십 명이 한꺼번에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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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렬이와 일균이는 금시에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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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 그때는 내가 이 탄광에서 일을 하지 않았으니까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그 후에 여러 친구의 말을 들으니까 순희 아버지 유 서방이 죽었다고 그러더군……. 그때에 석탄광이 무너졌으나 다른 곳으로 조금씩 구멍이 터진 곳이 있어서 여러 사람이 살아나온 사람도 있고 혹은 팔이 부러지고 다리가 부러져서 반쯤 죽어서 기어 나온 사람도 있는데, 하도 여러 백 명이 있는 가운데 많이 죽었으니까 누가 살아 나오고 누가 병신이 되고 누가 죽었는지도 모르겠으나 순희의 아버지 되는 유 서방의 소식은 아직 듣지 못하였으니 아마 죽은 것이 분명할 터이지……. 어찌 되었던지 그때 죽은 사람은 흙에 갈리고 돌에 짓찧어져서 뼈만 남아서 얼굴도 몰라보게 되었으니까 누가 죽고 누가 살았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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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김 서방은 그때 생각을 하며 몹시 처량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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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순희의 아버지도 아직 살아 계신지 모릅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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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창렬이는 울음에 섞인 소리로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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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혹시 어느 틈에 살아나갔는지는 모르지마는 나와 유 서방과는 매우 친한 사이니까 살아 있으면 편지라도 하고 찾아라도 올 터인데 아직 아무소식이 없으니 아무래도 죽은 듯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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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은 창렬이와 일균이는 눈앞에 아버지를 찾지 못하고 울고 있는 순희의 모양이 자꾸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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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순희! 이 세상에 아무도 의지할 곳 없어 오직 한분 계신 아버지를 찾아 대판까지 왔다가 천만 꿈밖에 아버지까지 안 계시다는 말을 들은 순희! 그 불쌍한 순희는 지금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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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달려가서 눈물을 씻어주며 위로라도 하여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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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두 소년은 약속한 것같이 일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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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순희는 어디 있습니까? 순희라도 어서 만나게 하여주십시오. 순희는 우리와 의남매를 맺은 소녀입니다. 어서 만나게 하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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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못 견딜 듯이 부르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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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의 성화같이 조르는 이 말을 듣는 김 서방은 다시 얼굴에 슬픈 빛이 돌며 잠시 눈을 감고 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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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가장 섭섭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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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희 말이요…… 순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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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순희요. 순희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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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년은 더욱 재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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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희는 지금 대판 땅에는 없다오. 그리고 나도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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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답을 듣는 창렬이와 일균이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벼락같이 놀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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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희의 아버지는 이미 만나지 못할지언정 불쌍한 순희라도 만나서 서로 위로하고 서로 돕고자 하였더니 이제는 순희도 이 땅에 없다 하니, 아- 가련한 순희는 어린 몸이 어디로 떠돌아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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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도 없고 아는 사람조차 없는 낯선 이 땅에서 외로운 순희는 어디 가서 어떤 고생을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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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렬이와 일균이는 앞이 캄캄한 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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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되어서 순희가 이 땅에 없습니까? 어디로 간 듯합니까? 좀 자세히 말이나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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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미친 듯이 날뛰며 물어보았습니다. (다음 호에는 조재호 씨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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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제5권 제4호, 1927.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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