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청년에게 보내는 말 ◈
카탈로그   본문  
1936.1
여운형
1
청년에게 보내는 말
 
 
2
1936년 비상시(非常時)는 왔다.
 
3
이 비상시는 어떠한 민족, 어떠한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세계적인 비상시다. 비상시이기 때문에 세계는 비상한 사람을 찾게 된다. 이 비상한 사람은 반드시 청년 가운데로부터 나오게 될 것이다.
 
4
“장래의 세계는 청년의 세계다.”
 
5
장래의 세계가 청년의 세계라 한 말이 확실히 진리가 있다고 하면 장래의 조선은 청년의 조선이다. 그러므로 나는 언제나 청년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가지며 또 청년과 함께 하려 한다. 이는 장래의 주인공인 우리 사회의 상속자가 될 청년 가운데서도 비상한 인물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때문이다. 이 비상한 인물은 소수의 비상한 영웅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비상하니만큼 비상한 사업을 이룰 비상한 대중청년을 말하는 것이다.
 
6
이 비상시는 반동기적(反動期的) 비상시요, 우리 청년의 활동기적 비상시는 아직 장래에 속해 있다. 그러면 현금(지금) 세계적으로 모든 것이 극도로 반동기에 처한 모든 조선 청년의 객관적 정세가 과연 비상한 청년을 나오게 할 수 있는가?
 
7
가정으로부터 학교·사회에까지, 부친으로부터 스승ㆍ친구ㆍ선배에까지, 기타 경제ㆍ도덕ㆍ관습 모든 것이 조선 청년이 나아갈 길에 짙은 안개가 되지 않으면 장애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8
객관적으로 이러한 환경에 처한 동시에 주관적으로는 그들의 생활상태가 또 각각 다르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조선 청년을 농촌 청년, 도회의 노력(근로) 청년, 학원 청년, 종교 청년의 몇 부분으로 분류하고 싶다.
 
9
우리 청년의 최대다수를 점하는 이는 농촌 청년이다. 본래 농촌에서 생활하니 만큼 질박하고 억센 기운이 있는 청년인데, 최근에 그대들의 형태를 보면 그러한 성질에서 한번 변하여졌다. 그 변한 것은 아주 악화 중에서도 가장 악화된 것이다. 내가 보기에 제일 큰 것은 퇴폐적 축음기 노래와 예술적으로 한 푼의 가치도 없는 흥행극에 그 억센 기운과 질박한 것을 잃고 있는 것이다. 통념하고 애석하다.
 
10
조선 청년에 대한 우리 기대의 6,7할이 그대들에게 있건만, 그대들이 그것을 인식 못하는 것은 슬프다.
 
11
그러한 유혹에 침식되지 말고 일할 때 힘써 일하고 틈이 있는 때는 지식의 향상과 공동생활을 훈련하여 억센 기운에 광명한 지식을 얻고 용기를 가지어 과연 우리 장래에 주인공이 되기를 스스로 기약하고 힘쓰기를 바란다.
 
12
그 다음 숫자 상으로는 농촌 청년에게 지지만 질적으로 큰 촉망을 갖기 때문에 노력 청년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13
그러나 그대들의 생활 장소는 도시다. 그대들의 최근 동태는 노력자의 긴장이 없고, 타락한 룸펜의 기상이 보이는 것은 섭섭하다. 바라는 바는 노력 여하에 지식을 얻고 같이 노력하는 친구들과의 그 공동 이익을 위하는 데 힘써주기를 바란다.
 
14
학원 청년 그대들은 일반 다른 청년에 비하여 활동조건이 여러 가지로 훨씬 낫다. 부친의 경제 형편이 여유가 있어 학창에 몸을 던지고 배움을 닦고 있으니 농촌 청년이나 노력 청년에 비하여 행복한 자라고 할 수 있다.
 
15
그러나 다른 나라 학생에 비하여 불쌍한 점이 많다. 첫째로 지식욕이 가장 강한 그대들에게 지식을 얻을 조건이 구비되지 못하여 그네들도 다 마찬가지로 지식 기근에 빠진 사람이다. 모방심이 가장 강한 시기에 모방할 지도자를 반개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반개를 가지지 못할 뿐 아니라, 낭심양피(狼心羊皮:양두구육)를 가지고 그대의 모든 것을 그르치게 하는 사람이 오히려 많다. 그대들은 무엇을 배울까, 누구를 닮을까 과연 방황하는 양과 같다.
 
16
그러므로 한마디 간절한 부탁을 전하려는 것은 아무쪼록 부형이나 선배를 닮지 말고 독립적으로 '너 갈 길을 스스로' 택하라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조선 청년이 진리를 탐구함에 용기가 없다. 그것은 무슨 말이냐 하면 과학을 연구하는 가운데 어떤 진리를 발견할지라도 용감히 그를 믿고 주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대들의 큰 약점이다. 부탁하는 말은 진리를 탐구하는 데 용기를 가지고 그 파악한 바에 충실할 것이다. 동시에 그대들보다 불우한 처지에 있는 농촌 청년과 노력 청년에 대한 '지적 공급'의 책임을 망각해서는 아니 된다.
 
17
그 다음 종교 청년들에게 한마디 전하고 싶다.
 
18
조선의 종교를 말하자면 기독교와 불교 두 가지를 들겠는데, 현대 종교란 것은 세상과 간음한 종교다.
 
19
말하자면 오늘의 예수교 안에는 ‘벌거벗은 나사렛 예수’ ‘골고다의 희생의 예수’는 잊어버리고 성전을 강도의 소굴로 만든 매매의 예수교인들이 가득 차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직업적 예수교인인 목사와 일반 교역자들에게 더 그러하다. 그러므로 그 안에 있는 청년들은 마치 소경을 따라가는 소경과 같고, 이리를 따라가는 양의 무리와 같다. 불쌍한 처지에 있는 조선 청년 중에서도 가장 불쌍한 조선 청년이다.
 
20
그러므로 이들에게 보내고자 하는 말은 이러한 현상에서 탈퇴하지 못하겠거든 하루 바삐 이 현상을 파괴하고 ‘참그리스도’ ‘벌거벗은 나사렛 예수’ ‘골고다의 희생예수’, 그의 정신을 다시 부흥시키지 아니 하면 현상의 조선기독교의 존재는 그 종교 자체의 존재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존재하면 존재할수록 조선 사회에 해독만 줄 것이다.
 
21
불교 또한 그렇다. 불교의 정통은 ‘셀론(錫蘭[석란])’을 제한 이외에 없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불교는 석가의 진종(眞宗)을 다 잃고 각각 그 국가의 환경에 따라 속화해버렸다. 더욱이 조선에 있어서는 석존(釋尊:석가)의 대승의 진리를 찾아볼 곳이 없을 뿐 아니라, 그 타락한 현상은 예수교의 그것보다도 몇 배 더 심하다.
 
22
최근 도시 근교의 사찰은 청정해야 할 곳이 유흥장으로 화하여버리고, 각 본산주지의 지도계급에 있는 이들의 대다수는 그 사생활의 추태는 말할 것도 없고, 공(公)생활의 ‘밥 싸움’은 예수교의 그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23
그 안에 있는 청년들은 이것을 답습하여 더욱 타락의 길을 밟는다면 불교개체의 운명은 조종(弔鐘)을 울릴 뿐이다.
 
24
만일 그대들이 이 추잡한 세계를 정토로 만들 능력이 없다면 그 모순된 생활에서 빨리 탈퇴함이 자비 용감한 석존의 본뜻일 것이다.
 
25
이상의 각층 청년에게 보내는 말은 남녀를 구별치 아니 하고 말한 바이다. 그러나 특별히 중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인텔리 여성들에게 다시 한마디 보태고 싶다.
 
26
그대들이 학창에서 배움을 구할 때와 같은 여성들과 모여서 그대들의 장래와 조선 부녀 문제에 관한 담화를 엿들어보면 어떠한 이상, 어떠한 주장, 어떠한 결심이 상당한 바 있었건만, 한번 학창을 떠난 후에는 다시 ‘제2의 인형’ 노릇을 즐겨하여 ‘약한 자여 너의 이름은 여자라’ 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27
다만 부탁하고자 하는 것은 학창에서 가졌던 좋은 결심을 변치 말고 또 진리를 탐구하기에 용감하고 파악한 진리에 충실하여 현금 당면한 조선여성에게 닥쳐 있는 난관에 굴복하거나 패주하지 말고 가정에서 부르는 ‘현모양처’가 되기보다 조선 여성사회가 찾는 ‘용감한 X(전)사’가 되기를 바란다.
 
28
다시 말하거니와 장래의 세계는 청년의 것이다. 그러므로 장래의 조선의 조선청년의 것이다. 그대들의 이와 같은 청년의 운명을 XXXX 낙망, XX, 방랑 - - XXXXX하여 억센 XXXX 건설하는데 억센 X청목이 되기를 바란다.
 
 
29
(―《중앙》,4권 1호, 1936년 1월호)
【원문】청년에게 보내는 말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수필〕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1
- 전체 순위 : 5753 위 (4 등급)
- 분류 순위 : 1284 위 / 1655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여운형(呂運亨) [저자]
 
  중앙(中央) [출처]
 
  1936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청년에게 보내는 말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8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