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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거리 ◈
《카탈로그》 본문	1921. 5 김소월

1

서울의 거리

2

서울의 거리!

3

산 그늘에 주저 앉은 서울의 거리!

4

이리저리 찢어진 서울의 거리!

5

어둑축축한 6월밤 서울의 거리!

6

창백색의 서울의 거리!

7

거리거리 전등은 소리 없이 울어라!

8

한강의 물도 울어라!

9

어둑축축한 6월 밤의

10

창백색의 서울의 거리여!

11

지리한 임우(霖雨)에 썩어진 물건은

12

구역나는 취기(臭氣)를 흘러 저으며

13

집집의 창 틈으로 끌어들어라.

14

음습하고 무거운 회색 공간에

15

상점과 회사의 건물들은

16

히스테리의 여자의 걸음과도 같이

17

어슬어슬 흔들리며 멕기여가면서

18

검누른 거리 위에서 방황하여라!

19

이러할 때러라, 백악의 인형인듯한

20

귀부인, 신사, 또는 남녀의 학생과

21

학교의 교사, 기생, 또는 상녀(商女)는

22

하나둘씩 아득이면 떠돌아라.

23

아아 풀 낡은 갈바람에 꿈을 깨인 장지 배암의

24

우울은 흘러라 그림자가 떠돌아라…

25

사흘이나 굶은 거지는 밉살스럽게도

26

스러질듯한 애달픈 목소리의

27

“나리 마님! 적선합시요, 적선합시요!”…

28

거리거리는 고요하여라!

29

집집의 창들은 눈을 감아라!

30

이 때러라, 사람사람, 또는 왼 물건은

31

깊은 잠 속으로 들러하여라

32

그대도 쓸쓸한 유령과 같은 음울은

33

오히려 그 구역나는 취기(臭氣)를 불고 있어라.

34

아아 히스테리의 여자의 괴로운 가슴엣 꿈!

35

떨렁떨렁 요란한 종을 울리며,

36

막 전차는 왔어라, 아아 지나갔어라.

37

아아 보아라, 들어라, 사람도 없어라,

38

고요하여라, 소리조차 없어라!

39

아아 전차는 파르르 떨면서 울어라!

40

어둑축축한 6월밤의 서울 거리여,

41

그리하고 히스테리의 여자도 지금은 없어라.

【원문】서울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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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3년 1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