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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조(夕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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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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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夕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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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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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후(旱後)의 대우(大雨)가 그치자 입추(立秋)는 서해(西海)를 넘었다. 산 없는 하늘엔 화산이 터졌다. 불 없는 지상엔 물이 넘치고·. 수풀의 요녀(妖女)는 저녁 별의 눈물에 목이 맺혔다. 수렴(水簾)은 쏟아져 수연(水煙)이 이는 구름의 빙산은 인간의 운명을 조소하며 우주의 말로(末路)를 예언하면서 화염을 토하고, 넘어가는 저녁 햇발에 녹아 떨어져 물로 스미고 바다로 깔리어 우편(右便)의 안미(眼尾)를 좌편(左便)의 안미와 연결하였다. 구름은 한껏 열(熱)하고, 한껏 얼었다. 유유(悠悠)한 창천(蒼天)에 저 구름은 다 타고, 남은 구름의 재는 바다로 스미고 땅으로 스미어 멀리멀리 섬을 덮고 산을 넘었다.
 
4
아아, 위대한 이 자연! 명화(名畵)는 반드시 화판(畵板)을 던지고, 필걸(筆傑)은 반드시 붓을 꺾어라. 이 자연을 형용할 제일의 수단이리라. 가슴을 부여안고 주저앉아서 땅바닥 두드림이 아마도 제일 걸작의 찬미가(讚美歌)가 되리라. 악가(樂家)여! 시인이여!
 
5
보아라, 인간이여! 베수비오(Vesuvio)의 분화(噴火)를 보려는 자여, 킬라우에아(Kilauea)의 용암을 보려는 자여! 북극의 빙주(氷柱)를 보려는 자여! 대양(大洋)의 왕파(汪波)를 보려는 자여! 오직 이 경(景)을 너희는 보아라!
 
6
보아라, 인간이여! 생사의 분계(分界)로 걸쳐서 섰는 말로(末路)의 인간의 안광(眼光)과 같이 너의 자랑인 섬광(閃光)이 깜박거림을! 검은 섬 사이에 실낱 같은 장파제(長波提)로 우보(牛步)를 치고 있는 너희의 자랑인 질주(疾走)의 기관(機關)을! 창해(滄海)의 일속(一粟)은 잠길락 말락, 구름의 격랑은, 용암의 분회(噴灰)는 처처(處處)의 도봉(島峰)을 삼켰다 뱉고, 뱉았다 삼킨다. 아, 인간이여! 문명의 몰락을 깨닫지 못하고 꿈에서 꿈으로 방랑하는 자여! 순례하는 자! 대수(大樹)를 뽑으려는 누의(螻蟻)들이여! 섬광을 잡았다는 인충(人蟲)들이여! 너희는 산송장이니 네 어이 알쏘냐마는, 감로(甘露)가 내리인 방초(芳艸) 위에서 마음의 생활, 단순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백충(百蟲)의 무도장(武蹈場)인 이 산에 올라 미래의 황분(荒墳)인 너의 굴 바라보아라.
 
7
나는 우노라! 심령(心靈) 고갈한 인간들이여! 평범의 진리를 유치하다 하고, 복잡한 모순에서 혼미(昏迷)하는 인간들이여! 기계의 소산인 인간들이여! 너희의 말로를 나는 조표(弔表)하노라! 너희의 인중을 빨며 나는 우노라! 아아, 내 어이 만국루(萬掬淚)를 아낄까 보냐….
【원문】석조(夕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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