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하게 내렸다. 낮은 낮인 모양이나 태양광선은 볼 수도 없다. 무엇인지 검은 영자(影子)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어슴프레하게 보인다. 시절(時節)은 모르겠으나 서리도 내린 듯하다. 매우 차다. 발밑이 얼어붙는 듯도 싶고, 누기(漏氣)가 오른다. 빗발도 지나는 듯하고, 눈도 내리는 듯하다. 새 소리도 없고, 바람 소리도 없고, 나무도 없고, 풀도 없다. 이상한 땅에 이상한 시절이다. 이것이 무슨 기현상(奇現象)인 줄 아느냐. 내가 사람 뱃속으로 들어가 관찰한 인심(人心)의 기후(氣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