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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력(陽曆) 정월(正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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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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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陽曆) 정월(正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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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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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이든지 한 해를 지나는 사이에 일 년의 생활고(生活苦), 일 년간의 질시반목(嫉視反目), 일 년간의 이해타산(利害打算), 이러한 것을 잊어버리고 밑이 빠지도록 통쾌히 놀던 때가 있다. 이것은 일일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미 누구나 아는 바이다. 수명(壽命) 백 년이 못되는 인생이 천년우수(千年憂愁)를 항상 품고만 있다면 이는 너무나 악착한 비극이 아닌가. 한 번이라도 이 적체(積滯)가 되어 있는 우고(憂苦)를 잊어버리고 통쾌히 웃어 보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없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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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우리도 남과 같이 웃고서 놀던 대동락(大同樂)의 축일(祝日)이란 것이 있었다. 그 가장 쉬운 예의 하나가 제야(除夜)의 종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신정(新正)의 놀이였다. 일 년간의 모든 우수(憂愁)를 털어 버리고 일 년간의 모든 행락(幸樂)을 다시 가다듬고,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품고서 서로이 축복하며 뛰놀 수 있었던 것이 신정의 기쁜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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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이 기쁨을 잃었다. 우리는 이 행복의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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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여락(大同與樂)의 행복의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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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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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시름을 잊고 웃어 볼 날을 다시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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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행운된 날을 과거엔 태음력(太陰曆)으로서의 정월 초하루에 가졌다. 그러나 이 정월 초하루란 도대체 어떠한 의미에서 나온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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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아는 바이지만, 우리는 지구 위에서 살고 있는데, 이 지구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요 공이 돌면서 굴러 돌아가는 것과 같이 태양을 중심하여 자전(自轉)·공전(公轉)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지구를 싸고서 많은 별과 달이 또 돌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주야(晝夜)의 변(變)이 생기고, 조수(潮水)의 변화가 생기고, 시절의 변화가 생기며, 따라서 자연의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람이 누만년(累萬年)을 사는 동안에 비교적 정확한 수(數)를 가지고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자연현상에 대하여 시간관념이 서게 된 것이다. 이 주기의 현상을 갖고 나타나는 중에 미개시절(未開時節)에 가장 알기 쉬운 것은 일주야(一晝夜)의 주기율(週期律)이요, 그 다음으로 알기 쉬운 것은 달의 영휴(盈虧)의 주기율이요, 그 다음에 알기 쉬운 것은 성신(星辰)의 주기율이요, 그 다음에 알기 쉬운 것은, 예(例)하면 춘하추동(春夏秋冬) 같은 주기율이다. 예컨대, 일 년 중 주야가 거의 같은 날이 두 번 있으니, 춘분(春分)·추분(秋分)이 그요, 주(晝)가 가장 긴 때가 한번 있으니 이것이 하지(夏至), 밤이 그 중 긴 때가 한번 있으니 이것이 동지(冬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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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주기율, 그 중 작은 것은 일주야(一晝夜)요, 그 중 긴 것은 사절(四節)의 변화이다. 이 사절의 주기가 가장 긴 것인데, 이것은 지구가 태양을 중심하여 완전한 일공전(一公轉)을 하는 주기율과 근사치에 있다. 이곳에 일 년이란 관념이 나오는 것인데, 우리가 지금 말하는 일 년이란 이 지구가 완전히 일공전을 이룬 것을 말하며, 이 공전을 지구의 자전수(自轉數)로 제(除)한 365.242라는 이 일 년간 일수(日數)를 말하게 되는 것이다. 양력(陽曆)의 삼백육십오 일이란 이곳에서 나온 것이요, 그 나머지 0.42라는 것은 사 년을 합치면 거의 일 일의 수가 조금 남으므로 이곳의 일 일을 다시 가산하여 사 년 만에 한 번씩 윤월(閏月)이란 것을 인위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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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음력(陰曆)이란 것은 지구의 일회공전(一回公轉) 속에서 지구의 자전횟수를 산출해낸 것이 아니요, 달의 영휴(盈虧)의 주기율로써 지구의 공전을 제한 것이다. 그런데, 달의 영휴의 일주기(一週期)는 29.53059일이다. 이 이십구 일 반으로써 지구의 일공전수(一公轉數)를 제한 것이 곧 열두 달이 되는 것인데, 그러나 이것은 여러 날이 남게 된다. 그러므로 십구 년(年) 칠 윤(閏)이란 것이 생겨 십구 년간에 윤월(閏月)을 일곱 번 놓되, 그날이 양력에서와 같이 하루만의 가입(加入)이 아니요 한 달의 가입이 된다. 이때 완전히 잉수(剩數)가 처리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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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역학(曆學)에 관한 문제는 이곳에서 장황히 설명할 수 없으나, 하여간 이 일공전주기(一公轉週期)룰 달〔月〕의 지구에 대한 공전일수(公轉日數)로써 제하게 되면 완전에 가까운 제수(除數)가 되지 않고 남는 날짜가 많게 된다. 그러므로 음력으로의 일 년이란 날수로 따지면 모자라는 일 년이다. 그런데, 양력으로 따지자면 양력에 월수(月數)라는 것은 소용이 없는 일이요(그러므로 양력에서 지금 쓰는 열두 달은 편의에 쫓아 열세 달로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일 년이라는 것만은 비교적 완전수(完全數)에 가까운 일 년 날짜를 찾아 갖게 되는 것이니, 이것은 자연 사실에 가장 충실한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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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삼백육십오 일이라는 날짜를 지나야 곧 지구의 일공전주기(一公轉週期)에 합쳐지며, 따라서 정당한 의미에서의 새로운 공전이 시작되는 새해라는 뜻이 완전히 성립되는 것이요, 음력에서와 같이 삼백육십 일만 가지고 지구의 새 공전이 시작되는 새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삼백육십 일만 가지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결국 새해를 미리 맞이하는 것이니, 음력을 쓰던 옛사람들이 지금보다 조로(早老)했던 것이 이렇게 새해를 미리 맞이했던 것으로 농담이나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조로하기 싫은 사람은 지금부터라도 양력을 쓰는 것이 득책(得策)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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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을 반대하는 사람은, 양력으로써는 절후(節候)를 찾을 수 없다 한다. 그러나 이것은 무식한 소치(所致)니, 절후란 것이 원래 지구가 태양을 중심하여 공전하는 자연현상에서 생긴 것이요, 월(月)과는 아무 관계없는 것이다. 월에 관계가 있는 자연현상으로선 조수(潮水)의 관계가 있을 뿐이요 절후란 관계없는 것이다. 우선 알기 쉬운 이십사후(二十四候) 중의 춘분(春分)·하지(夏至)·추분(秋分)·동지(冬至) 같은 것이 태양을 중심으로 설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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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후란 자연현상이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요 그 시각(時刻)을 날짜로써 따질 뿐이니, 양력으로 찾는다는 것이 오히려 더 자세한 편이요 불가한 것이 아니다. 이는, 마치 개성(開城)에서 장단(長湍)까지, 장단서 파주(坡州)까지의 거리란 지면(地面)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요, 우리가 재는 척도의 여하(如何)로 말미암아 변화되지 않음과 마찬가지다. 이 때 사용하는 척도가 세밀하다면 세밀할수록 정확한 것이요, 크면 클수록 부정확한 것과 같다. 예하면, 우리가 시골길을 걸을 적에 보수(步數)로만 따져서 십 리요 이십 리요 하는 것이 매우 부정확한 데 대하여, 지도 표면에 나타난 평면거리(平面距離)와 고하거리(高下距離)의 가감(加減)에서 나오는 거리는 가장 정확한 것이 아닌가. 내가 이곳에 이러한 말을 하지 않더라도 양력이 가장 합리적이요 정확한 줄은 다 알면서도, 다만 관습이란 데 젖어서 그것을 벗지 못한다면 이것은 진보를 싫어하는 완명(頑冥)한 사람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우리는 이 관습을 고칠 것이라면 반드시 속히 고쳐야 하겠다. 이리하여 잃었던 대동락(大同樂)의 호일(好日)이요 길일(吉日)을 하루라도 바삐 가져 삭막한 우리 생활에 한 점의 환희등(歡喜燈)을 밝게 켜 보지 않으려는가. 위정자(爲政者)도 덮어놓고 양력을 쓰라 주장치 말고, 양력·음력의 천문학적 의의를 밝혀 사리(事理)로써 정확한 지식을 일반에게 효유(曉諭)한다면 이런 것쯤은 속히 고쳐질 것이다. 이리하여 잃기는 하였으나 얻음이 없는 우리에게 얻음의 하루가 제일착(第一着)으로 생겨날 것이다.
【원문】양력(陽曆) 정월(正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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