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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도해기(多島海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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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 08
정지용(鄭芝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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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도해기(多島海記)
 
 
 

1. 이가락(離家樂)

 
3
잠시 집을 떠나서 나그네가 되는 것이 흡사히 오래간만에 집을 찾아드는 것과 같이 기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4
집을 떠나는 기쁨! 그래도 집이 있고 이웃이 있고 어버이를 모시고 처자를 거느리는 사람이라야 오직 가질 수 있는 기쁨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5
가루(家累)라는 말을 쓰기로 하자. 가루에 얽매어 보지 못한 망아지같이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지금 형편으로는 미상불 부럽기 그지없다.
 
6
허나, 내가 부러워하는 홋홋이 신세 편한 사람들이여, 집안 일 나 모릅세 하고 훌 떨어 아내에게 처맡기고 물따라 구름따라 훌훌히 떠나가는 기쁨은 그대가 애초에 알 수가 없으리라.
 
7
라빈드나드 타고르 시에 이러한 뜻으로 된 것이 있었던 줄로 기억되는 것이 있으니, 어린 아기가 본래 초사흘 달나라에서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이 행복하였지만 어머니 무릎에 안기어 우는 부자유가 더 그리워 이 세상에 내려온 것이라는 것이다. 완전한 자유보다는 사랑에 사로잡히는 것이 더 즐겁다는 뜻으로 된 시다.
 
8
글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타고르의 시풍(詩風)으로 장식해야 할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가물음에 틉틉하고 무더운 골목길에 나서서 밤하늘에 달을 아무리 쳐다보아야 이러한 인도풍(印度風)의 신비가 염두에도 오르지 아니한다.
 
9
나는 마침내 생활과 가정에 흑노(黑奴)와 같이 매인 것이요, 가다가는 성급한 폭군도 되는 것이요 무슨 꾐에 떨어져 나가듯이 며칠 동안은 고려할 여유조차 가지지 않고 빠져나가는 에고이스트로 돌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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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집안에서 실상 에고이스트로서의 교양을 실행할 만한 사람이 나 이외에는 없는 것이다. 모기와 물것에 시달리면 시달리었지, 더위와 자주 성치 않은 어린아이들로 찢기면 찢기었지, 잡았던 일거리를 손에서 털고 일어서듯 할 만한 사람이 나 이외에는 있지 않다. 먼저 아내로 예를 들어 말할지라도 집안에 내동댕이 쳐둔 살림기구처럼 꼼짝없이 집을 지키는 이외에는 집을 간혹 비워 두는 지식이 전혀 없다. 혹은 솔선하여 남편을 선동해서 어린 것들과 가까운 거리의 해풍(海風)이라도 쏘임직도 한 것이 먼저 자기해방의 일리(一利)가 되는 것인 줄을 도무지 모르는 것에 틀림없다. 나는 이것을 구태여 불행한 일로 생각지는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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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내가 다도해(多島海)를 거쳐 한라산(漢拏山)을 향하여 떠나던 전 전날부터 대수롭지 않은 준비였으나 실상 아내가 나보다 더 바삐 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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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를 꺼내어 기름으로 손질을 하는 등, 속셔츠를 몇 벌 새로 재봉침에 둘러내는 둥, 손수건감을 두루는 둥, 등산복일지라도 빳빳해야만 척척 감기기를 덜한다고 풀을 먹여 다리는 등, 나가서도 자리옷은 있어야 한다고 고의 적삼을 새로 박는 둥, 부산히 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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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구점에 바랑을 사러 나갔을 적에는 자진하여 따라나서는 것이었다. 나그네길을 뜨는 것이란 그 계획에서부터 어쩐지 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이다. 등산바랑을 지기는 실상 내가 지고 가는 것이겠는데 그날은 어쩐지 아내도 심기가 구긴 데가 없이 쾌활히 구는 것이었다. 같이 나온 길에 종로로 진고개로 남대문으로 휘돌아온 것이었다. 데파트에도 들리고 간단한 식사도 같이한 것이다. 그는 과언(寡言)인 편이기는 하나 그날은 상당히 말이 있었고 걸음도 가볍고 쾌하게 따르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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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이나 등산에 경험이 아주 없는 그는 이리하여 그런 기분을 얼마쯤 찾을 수 있는 양으로 살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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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던 날 밤은 하늘과 바람에 우정(雨情)이 돋는데도 불구하고 구태여 열한 살 난 놈을 데리고 역까지 나가 떠나는 것을 보겠다는 것이다. 몇 군데 알리면 우정 나와서 여정을 화려하게 꾸미어 보내 줄 이도 있었겠는데 아내가 하도 서두르는 바람에 그대로 그 뜻을 채워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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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미리 들어가 잡아주며 강진(康津)까지 가는 생도(生徒) 하나를 찾아 앞자리에 앉도록 하고, 그리고 나가서 차창 앞에 서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귀하지 않다든지 고맙다든지 미안스럽다든지 가엾다든지 그러한 새삼스러운 감정과 눈으로 그를 불빛 휘황한 플랫홈에 세워놓고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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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그가 입었던 모시박이 치마가 입고 나서기에는 너무 굵고 억센 것이었고 빛깔이 보통 옥색일지라도 좀더 짙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소나기가 쏟아질 듯하니 어린것 데리고 어서 들어가라고 재촉하여 보내 놓고도 기차가 떠날 시간은 아직도 남은 것이었다. 유리에 내려와 붙는 빗방울에 이마며 팔뚝을 내어 적시우는 맛은 서느럽고 쾌한 것이니 이만한 빗발 같으면 밤새워 놋낫 맞으며 자며 갈만도 하다고 생각할 때 호남선 직통열차는 11시 30분에 떠나는 기적을 길게 뽑던 것이었다.
 
 
 

2. 해협병(海峽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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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木浦)서 아홉 시 반 밤배를 탔습니다. 낮배를 탔더라면 좀더 좋았으리까마는 회사에서 제주(濟州) 가는 배는 밤배 외에 내놓지 않았습니다. 배에 오르고 보니 제주 가는 배로는 이만 만해도 부끄러울 데가 없는 얌전하고도 예쁜 연락선이었습니다. 선실도 각등(各等)을 고루 구비하고도 청결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좀 늦게 들어갔더랬는데도 자리가 과히 비좁지 않을 뿐 아니라 누울 자리, 앉을 자리를 넉넉히 잡았습니다. 바로 옆에 어떤 중년 가까이 된 부녀 한 분이 놀랍게도 풀어헤치고 누워 있는데 좀 해괴하고도 어심(於心)에 괘씸한 생각이 들어 무슨 경고 비슷한 말을 건네 볼까 하다가 나그네길로 나선 바에야 이만 일 저만 꼴을 골고루 보기도 하는 것이란 생각이 나서 그만 잠자코 있었습니다. 등산복을 훌훌 벗어버리고 바랑 속에 지니고 온 갈포 고의 적삼으로 바꾸어 입고 나니 퍽도 시원했습니다. 10년 전 현해탄(玄海灘) 건너다닐 적 배멀미 앓던 지긋지긋한 추억이 일기에 다짜고짜 드러눕고 다리를 폈습습니다. 나의 배멀미라는 것은 바람이 불거나 안 불거나 뉘[波濤]가 일거나 안 일거나 그저 해협을 건널 적에는 무슨 예절처럼이라도 한통 치러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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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멀미가 오나 아니오나 누워서 기다리는 체재(體裁)를 하고 있노라니, 징을 치고 호각을 불고 뚜-가 울고 하였습니다. 뒤통수에 징징거리는 엔진의 고동을 한 시간 이상 받았는데도 아직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선실에 누워서도 선체가 뉘를 타고 오르고 내리는 것을 넉넉히 증험할 수가 있는데 그럴 적에는 혹시 어떤 듯하다가도 그저 그대로 참을 만하게 넘어가는 것입니다. 병중에 뱃멀미는 병중에도 연애병(戀愛病)과 같은 것이라 해협과 청춘(靑春)을 건너가려면 의례히 앓을 만한 것으로 전자에 여긴 적이 있었는데, 나는 이제 뱃멀미도 아니 앓을 만하게 나이를 먹었나 봅니다. 실상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내가 누워서 지나는 곳이 올망졸망한 무수한 큰 섬 새끼 섬들이 늘어선 다도해(多島海) 위가 아닙니까. 공해(公海)가 아니요 바다로 치면 골목길을 요리조리 벗어나가는 셈인데 큰 바람이 없는 바에야 무슨 큰 뉘가 일 것이겠읍니까. 천성(天成)으로 훌륭한 방파림(防波林)을 끼고 나가는데 멀미가 나도록 배가 흔들릴 까닭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러고 보면 누워 있을 까닭이 없다고 일어날까 하고 망설이노라니 갑판 위에서 통풍기(通風機)를 통하여 “지용! 지용! 올라와! 등대! 등대” 하는 영랑의 소리였습니다. [우리 일행은 영랑과 현구(玄鳩), 나, 세 사람이었습니다.] 한숨에 갑판 위에 오르고 보니 갈포 고의가 오동그라질 듯이 선선한 바람이 수태도 부는 것이 아닙니까.
 
 
 

3. 해협병(海峽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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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바람도 많기도 하구나! 섬도 많기도 하구나! 그저 많다는 생각 외에 없어서 마스트 끝에 꿰뚫리고도 느직이 기울어진 대웅성좌(大熊星座)를 보고도, 수로만리(水路萬里)를 비추고도 남을 달을 보고도, 동서남북 사위팔방을 보고도, 그저 많소이다! 많소이다! 하는 말씀밖에는 아니 나왔습니다. 많다는 탄사가 내쳐 지당한 생각으로 변해서 그저 지당하온 말씀이올시다, 지당한 말씀이올시다 하였습니다. 배는 과연 쏜살같이 달리는 줄을 알았사오며, 갑판이 그다지 넓다고는 할 수 없으나 수백 인이라도 변통하여 앉을 수 있었습니다. 구석구석에 끼리끼리 모여 앉고 눕고 기대고 설레고 하는데 켈도를 펴고 덮고 서로 자는 척하다가 나중에는 서로 홀틀어 잡아뺐는 장난을 시작하여 시시거리고 웃고 하는 패가 없나, 그중에도 단발머리에 유까다 입은 젊은 여자가 제일 말괄량이 노릇을 하는데 무슨 철도국원 같은 청년 2,3인이 한데 어울려 시시대는 것이었고, 어떤 자는 한편에서 여자의 무릎을 베고 시조(時調)를 듣고 있는 자가 없나, 옆에 붙어 앉아 있는 또 한 여자는 어떠한 여자인지 대중할 수 없습니다. 차림새는 살림하는 여자들 같으나 무릎에 사나이를 눕히고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아무리 해도 놀던 계집에 틀림없었습니다. 장의자(長椅子) 위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붙이고 달팽이처럼 쪼그리고 자는 다비 신은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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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추자도(楸子島)에서 내린다는 소학생들이 벼개를 나란히 하고 켈도를 덮고 있기에 나는 용서도 청할 것이 없이 그 아이들이 덮은 켈도 자락 한옆을 잡아당기어 그 위에 누워서 하늘을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도 괴이쩍게 여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러는 동안에도 하도 많은 섬들이 물러가고 물러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달밤에 보는 것이라 바위나 나무라든지 어촌이나 사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거뭇거뭇한 덩어리들이 윤곽이 동긋동긋하게 오히려 낮에 볼 수 없는 섬들의 밤얼굴이 더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러나 하도 많은 것이 흠이 아닐까 합니다. 저 섬들이 총수가 늘 맞는 것일지, 제자리를 서로 바꾸지나 않는 것일지, 몇 개는 하루아침에 떠들어 온 놈이 아닐지, 몇 개는 분실하고도 해도(海圖) 위에는 여태껏 남아 있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으며, 개중에는 무뢰한 도서(島嶼)들이 있어서 도적(圖籍)에도 가입치 않은 채로 연안에 출몰하는 놈들이 없지 않을까 합니다. 나는 꼭 바로 누워 있는 나의 콧날과 수직선 위에 별 하나로 일점을 취하여 놓고 배가 얼마쯤이나 옮겨가는 것인지를 헤아려 보려고 하였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도 별의 목표와 나의 시선이 조금도 어그러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지구 위로 기어 다닌다는 것이 실상 우스운 곤충들의 놀음과 같지 않습니까. 그래도 우리 일행이 전속력을 잡아탔음에 틀림없는 것이, 한잠 들었다 깨었다 하는 동안에 뜀뛰기로 헤일지라도 기좌도(箕佐島), 장산도(長山島), 우수영(右水營), 가사도(加沙島), 진도(珍島), 새섬을 지나지 않았겠읍니까!
 
 
 

4. 실적도(失籍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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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추자도(楸子島)에 다다랐을 때 잠이 깨었습니다. 지지과(地誌科) 숙제로 지도를 그리어 바칠 적에 추자도쯤이야 슬쩍 빼어 버리기로서니 선생님도 돋보기를 쓰셔야 발견하실까 말까 생각되던 녹두알 만하던 이 섬은 나의 소학생 적에는 시험 점수에도 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제 달도 넘어가고 밤도 새벽에 가까운 때 추자도의 먼 불을 보니 추자도는 새벽에도 샛별같이 또렷한 것이 아니오리까! 종래 고무로 지워버리지 못하고 만 이 섬에게 이제 꾸지람을 들어야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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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의 슬픈 교육은 나의 어린 학우들의 행방과 이름조차 태반이나 잃어버렸는데도 너의 이름만은 이때껏 지니고 오지 않았겠나! 이 밤에 너의 기슭을 어루만지며 너의 곤히 잠든 나루를 스치며 지나게 된 것도 전생에 적지 않은 연분이었던 모양이로구나 하였습니다. 갑판에서는 떠들썩하고 희희거리던 사람들이 모두 깊이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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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제주해협(濟州海峽)을 찾아오기는 코를 실컷 골기로 온 양으로 생각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쩐지 나는 아까워서 눈을 다시 붙이고 잠을 청해 올 수가 없었습니다. 배가 점점 가까이 다가감을 따라 섬의 불빛이 늘어서기를 점점 넓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섬에도 전등불이 켜진 곳은 실상 그 중에도 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요, 그중에도 술과 담배나, 울긋불긋한 뺨을 불퉁히 하고 있는 사냥개나 사슴이나 원숭이를 그린 성냥갑이나 파는 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 선인(船人)과 어부들이 모여 에튀 주정하며 쌈하며 노름하며 반조고로하고 요망한 계집들이 있어 더 한층 흥성스러운 그러한 종류의 거리에 뿐일 것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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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개 짐승이나 나무나 할아버지 손자 형수 시동생 할 것 없이 불도 없이 검은 바닷소리와 희유스럼한 별빛에 싸이어 자는 어촌이 꽤 널리 있을 것입니다. 어쩐지 성급하게도 배에서 뛰어내려 한숨에 기어올라보고 싶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이상스럽게도 혀끝에 돌아가는 사투리며 들어보지 못한 민요며 연애와 비애(悲哀)에 대한 풍습이며 ― 그러한 것들을 어쩐지 보고 싶어하는 생각이 불일듯하는 것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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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쫓아 올라가서 무턱대고 두들긴 문 앞에서 곤한 잠에서 부시시 일어나온 사나운 할머니한테 무안을 보고 말음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이 섬은 나의 호기심을 모두 합하여 쭈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배가 바로 섬에 닿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사이를 두고 닻을 내리고 쉬는 것입니다. 노를 저으며 오는 작은 목선(木船)들이 마침 기다렸었노란 듯이 몰려와서 사람을 내리우고 짐을 풀고 하며 새벽 포구가 왁자지껄하며 불빛이 요란해지는 것입니다. 웬 짐짝과 물화(物貨)가 이렇게 많이 풀리는 것입니까. 또 실리는 물건도 많은 것입니다. 밤이라 섬의 윤곽을 도저히 볼 수 없으나 내가 소학생 적에 가볍게 무시하였던 그러한 절도(絶島)는 아닌 것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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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뚝희뚝하는 적은 목선에 실리어 섬으로 가는 젊은 여자 몇은 간단한 양장까지 한 것이었고, 손에 파라솔까지 가진 것이니, 여자라는 것은 절도에서도 몸짓과 웃음이 유심히 사람의 눈을 끄는 것이 아닙니까. 그것이 더욱이 말썽스럽지 않은 섬에서 보니깐 더 싱싱하고 다혈적(多血的)이고 방심한 것이 아니오리까. 밤에 보아도 건강한 물기가 듣는 듯한 얼굴에 웃음소리 말소리가 물결 위에 또랑또랑 울리며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아닌 이른 새벽에 무엇이 그렇게 재깔거릴 것이 있는 것이며 웃을거리가 많은 것입니까. 사투리는 사투릴지라도 대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며 짐 푸는 일꾼들의 노랫소리는 실상 전라도에서도 경기도에서도 듣지 못한 곡조였으나, 구슬프고도 힘차고 굳센 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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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근로(勤勞)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절로 생길 수 있는 노래 곡조인 것에는 틀림없습니다. 목선 한 척이 또 불을 켜들고 왔는데 뱃장 널빤지 쪽을 쳐들고 보이는 것은 펄펄 뛰는 생선들이 아닙니까! 장어, 붉은 도미, 숭어 따위가, 잣길이 씩이나 되는 놈들이 우물우물하지 않습니까! 값도 놀랍게도 헐한 것입니다. 사라고 권하기도 하는 것이요, 붉은 도미 흐벅진 놈을 사서 갑판 위에서 회를 쳐서 먹고 싶은 것입니다. 독하고도 맛이 감치는 남도(南道) 소주를 기울이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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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초롱초롱 하고 펄펄 살아 뛰는 놈을 보고서 돌연한 식욕을 일으키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절제(節制)로서 가볍게 넘기지 못할 그러한 맹렬한 식욕에까지 이른 것도 아니니 그야 하필 붉은 도미뿐이겠습니까? 이렇게 나그네길로 나서고 보면 모든 풍경에 관한 것이나 정욕(情慾)이나 식욕(食慾)이나 이목(耳目)에 관한 것이 모두 싱싱하고 다정까지도 한 것이나 대개는 대단치 않은 절제로써 보내고 지나고 그리고 바로 다시 떠나가야 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5. 일편낙토(一片樂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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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漢拏山)이 시력범위 안에 들어와 서기는 실상 추자도에서도 훨씬 이전이었었겠는데 새벽에 추자도를 지내 놓고 한숨 실컷 자고 나서도 날이 샌 후에야 해면 위에 덩그렇게 선연히 허위대도 끔찍이도 크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까! 눈물이 절로 솟도록 반갑지 않으오리까. 한눈에 정이 들어 즉시 몸을 맡기도록 믿음직스러운 가슴과 팔을 벌리는 산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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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화촉(洞房華燭)에 초야(初夜)를 새우올제 바로 모신 님이 수줍고 부끄럽고 아직 설어 겨울 뿐일러니 그 님의, 그 얼굴 그 모습이사 동창(東窓)이 아주 희자 솟는 해를 품은 듯 와락 사랑스럽게 뵈옵는 신부(新婦)와 같이, 나는 이날 아침에 평생 그리던 산을 바로 모시었습니다. 이즈음 슬프지도 않은 그늘이 마음에 내려앉아 좀처럼 눈물을 흘린 일이 없었기에 이제는 나의 심정의 표피(表皮)가 호도껍질같이 오릇이 굳어지고 말았는가 하고 나머지 청춘을 아주 단념하였던 것이, 제주도 어구 가까이 온 이날 이른 아침에 불현듯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니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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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인 영랑과 현구도 푸른 언덕까지 헤엄쳐 오르려는 물새처럼이나 설레고 푸덕거리는 것이요 좋아라 그러는 것이겠지마는, 갑판 위로 뛰어 돌아다니며 소년처럼 히살대는 것이요, 꽥꽥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산이 얼마나 장엄하고도 너그럽고, 초연하고도 다정한 것이며, 준열하고도 지극히 아름다운 것이 아니오리까. 우리의 모륙(母陸)이 이다지도 절승한 종선(從船)을 달고 엄연히 대륙에 기항하였던 것을 새삼스럽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해면에는 아직도 야색이 개이지 않았는지 물결이 개온한 아침 얼굴을 보이지 않았것만, 한라산 이마는 아름풋한 자주빛이며 엷은 보랏빛으로 물들은 것이 더욱 거룩해 보이지 않습니까.
 
37
필연코 바다 저쪽의 아침해를 미리 맞음인가 하였으니, 허리에 밤잔 구름을 두르고도 그리고도 그 위에 다시 훤칠히 솟아오릅니다. 배가 제주성내(濟州城內) 앞 축항(築港) 안으로 들어가자 큼직한 목선이 선부(船夫)들을 데불고 마중을 나온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소나기 한줄금을 맞으며 우리는 목선에로 옮겨 타고 성내로 상륙하였습니다. 흙은 검고 돌은 얽었는데 돌이 흙보다 더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러고도 사람의 자색(姿色)은 희고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소나기 한줄금은 금시에 개이고 멀리도 밤을 새워 와서 맞는 햇살이 해협 일면에 부챗살 펴듯 하였습니다.
 
38
섬에도 놀라울만치 번화한 거리가 있고 빛난 물화(物貨)가 놓이고 팔리고 하지 않습니까. 그보다도 눈이 새로 열리는 듯이 환한 것은 집집마다 거리마다 백일홍(百日紅) 협죽도(夾竹桃)가 한창 꽃이 어울리어 풍광의 밝음을 돋우는 것입니다. 귤(橘)이며 유자(柚子)며 지자(枳子)들이 모두 푸른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이요 동백나무 감나무 석남(石楠) 참대 들이 바다보다 푸르게 짙어 무르녹은 것입니다. 햇빛에 나의 간지러운 목을 맡기겠사오며 공기는 차라리 달아 혀에 감기는 것입니다. 꾀꼬리도 마을에 내려와 앉는데 초롱초롱한 울음을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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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지저귐도 무슨 흉조로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토리(土利)는 사람을 위하여 그다지 후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었사오며 제주도는 마침내 한라영봉(漢拏靈峰)의 오롯한 한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곳인데 산이 하도 너그럽고 은혜로와 산록(山麓)을 둘러 인축(人畜)을 깃들이게 하여 자고로 옛골을 이루도록 한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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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사람들은 돌을 갈아 밭을 이룩하고 우마(牛馬)를 고원에 방목하여 생업을 삼고 그러고도 동녀(童女)까지라도 열 길 물 속에 들어 어패(魚貝)와 해조(海藻)를 낚아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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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근로가 이와 같이 명쾌히 분방히 의롭게 영위되는 곳이 다시 있으리까? 거리와 저자에 넘치는 노유와 남녀가 지리(地利)와 인화(人和)로 생동하는 천민들이 아니고 무엇이오니까. 몸에 깁을 감지 않고 뺨에 주(朱)와 분(粉)을 바르지 않고도 지체와 자색이 전아(典雅) 풍염(豊艶)하고 기골은 차라리 늠름하기까지 한 것이 아니오니까. 미녀가 구덕(제주 여자는 머리로 이는 일이 없고 구덕이라는 것으로 걸방하여 진다)과 지게를 지고도 사리고 부끄리는 일이 없습니다. 갈포(葛布)나 마포(麻布) 토산으로 적삼과 치마를 지어 입되 떫은 감물[柿汁]을 물들여 그 빛이 적토색(赤土色)과 다를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어 흙과 비에 젖지 않으며 바다와 산에서 능히 견딜 수 있는 것이니 예로부터 도적과 습유(拾遺)가 없고 악질(惡疾)과 음풍(淫風)이 없고 묘묘(杳杳)한 양상낙토(洋上樂土)에 꽃과 같이 아름다운 의상이 아니고 무엇이리오니까.
 
 
 

6. 귀거래(歸去來)

 
43
해발 1,950미터이요 이(里)수로는 60리가 넘는 산꼭두에 천고의 신비를 감추고 있는 백록담(白鹿潭) 푸르고 맑은 물을 고삐도 없이 유유자적하는 목우(牧牛)들과 함께 마시며 한나절 놀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본래 바다 이야기를 쓰기로 한 것이오니 섭섭하오나 산의 호소식은 할애하겠습니다. 혹은 산행 120리에 과도히 피로한 탓이나 아니올지 내려와서 하룻밤을 잘도 잤건마는 축항부두(築港埠頭)로 한낮에 돌아다닐 적에도 여태껏 풍란(風蘭)의 향기가 코에 알른거리는 것이요 고산식물 암고란(岩高欄) 열매(시로미)의 달고 신맛에 다시 입안이 고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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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돌 위에 배낭을 벼개삼아 해풍을 쏘이며 한숨 못 잘 바도 없겠는데 눈을 감으면 그 살찌고 순하고 사람 따르는 고원의 마소들이 나의 뇌수를 꿈과 같이 밟고 지나며 꾀꼬리며 휘파람새며 이름도 모를 진귀한 새들의 아름다운 소리가 나의 귀를 소란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까. 높은 향기와 아름다운 소리는 어진 사람의 청덕(淸德) 안에 갖추어 있는 것이라고 하면 모든 동방의 현인들은 저윽이 괴로운 노릇이었을 것이, 내가 산에서 내려온 다음날 무슨 덕과 같은 피로에 견딜 수 없는 것으로 눌러 짐작할 듯하옵니다. 해녀들이 일할 때를 기다리다 못하여 해녀 하나를 붙들고 물속엘 들어 뵈지 않겠느냐고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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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시간 시민 우리들 배타그냉에 일하레 가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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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울서 온 사람이니 구경 좀 시키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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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해그냉애 돈 주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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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라고 하면 낼 수도 있다고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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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하민 우리배영 갓찌 탕 앙가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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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고도 볼 만한 것이겠으나 어쩐지 너무도 Bargain's bargain(매매계약)적인 데는 해녀에 대한 로맨티시즘이 엷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를 따라 배를 타고 가다가는 여수 가는 오시(午時) 배를 놓치고 말 것이 아닙니까. 우리는 축항을 달리 돌아 한편에서 해녀라기보다는 해소녀일단(海少女一團)을 찾아냈으니 호-이 휘파람 소리(물속에서 나오면 호흡에서 절로 휘파람 소리가 난다)에 두름박을 동실동실 띄우고 푸른 물 속에 갈매기보다도 더 재빨리 들고 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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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온 보람을 다 찾지 않았겠읍니까. 물속에 드는 시간이 대개 2,30초 가량이요 많아야 1분 동안인데 나올 적마다 청각 미역 소라 등속을 훔켜 들고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떠들며 이야기하며 하는 것이니 우리는 그들이 뭍에로 기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16,7세쯤 되어 보이는 해녀들이 인어와 같은 모양을 하고 올라오는 것입니다. 잠수경(潛水鏡)을 이마에 붙이고 수중의(잠수의)로 간단히 중요한 데만 가린 것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만한 것으로도 자연과 근로와 직접 격투하는 여성으로서의 풍교(風敎)에 책 잡힐 데가 조금도 없는 것이요 실로 미려하게 발달된 품이 스포츠나 체조로 얻은 육체에 비길 바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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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도 천진한 부끄럼을 속이지 못하여 뺨을 붉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중에 한 소녀를 보고 그것을(잠수경) 무엇이라고 하느냐고 물으니깐, “거 눈이우다.” 안경을 ‘눈’이라고 하니 해녀는 눈을 넷을 갖고 소라와 전복과 조개가 기어다니며 미역과 청각이 푸르고 산호(珊瑚)가 붉은 이상스런 삼림 속으로 하루도 몇 차례씩 내려가는 것입니다. 하도 귀엽기에 소녀의 육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눈은 무슨 눈이라고 하노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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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이 그 눈이고 그 눈이 그 눈 입주기 무시거우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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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혹시 성낸 것이나 아니었을까? 그러나 내가 웃어버리니깐 소녀도 바로 웃었습니다. 물론 물에서 금시 잡아내온 인어처럼 젖어 서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소라와 같이 생기었으나 그보다 작은 것인데 ‘꾸정이’라고 이릅니다. 하나에 얼마냐고 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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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전 마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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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어떻게 먹는 것이냐고 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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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제 곧 깡먹으면 맛좋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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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주기만 하량이면 반드시 먹으려고 벼르고 있노라니 소녀는 돌멩이로 꾸정이를 깨어 알맹이를 손톱으로 잘 발라서 두 손으로 공손히 바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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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이거 먹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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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좋고 아니 좋고 간에 우리는 얼굴을 찡그리어 소녀들의 고운 대접을 무색하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헤엄치며 있던 소년 하나가 소녀의 두름박을 잡아다리어 가지고 물로 내동댕이치며 헤여 달아나는 것입니다. 소녀는 사폿 내려서더니 보기 좋게 다이빙 자세로 뛰어 들어가 몇 간통이나 헤어서 소년을 추적해 잡아가지고 발가벗은 등을 냅다 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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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새까 무사경 햄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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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통쾌하기에 손뼉을 치며 환호하였더니 소녀는 두름박을 뺏아 끼고 동실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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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경 박수 첨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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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는 소년이 소녀의 적수가 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야 우리도 바다와 제주 처녀의 적수가 애초에 될 수가 없었기에 다시 연락선을 타고 이번에는 여수로 항로를 잡지 않았겠읍니까. 다도해 중에도 제일 아름답고 기절(奇絶)한 코스로 들어 다도해의 낮과 황혼과 새벽과 아침을 모조리 동단하면서 부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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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朝鮮日報(1938. 08. 23.~30.)
【원문】다도해기(多島海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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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도해기 [제목]
 
  정지용(鄭芝溶)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38년 [발표]
 
  기행문(紀行文)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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