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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주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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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3월
방정환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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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래 주머니
 
 
 

제1장

 
3
어두컴컴한 수풀 속에 파란 빛만 환하게 비치는데, 푸른 옷을 입은 도깨비들이 여덟인지 아홉인지 늘어앉았고, 한가운데 나무 그늘에는 도깨비 괴수가 걸터앉아 있다.
 
4
후루룩 후루룩하는 새 나는 소리가 들리면서 막이 열린다.
 
5
산 속에 숲 속에 또드락딱
6
금 나라 은 나라 또드락딱,
7
첫닭이 울기 전에 또드락딱
8
또드락 또드락 또드락딱.
 
 
9
괴 수
10
아아 밤낮 그 소리뿐이냐? 얘들아, 너희는 다른 소리는 조금도 모르느냐? 몇십년 두고, 그 소리만 하니 재미가 있니.
 
11
도깨비 1
12
몰라요. 다른 걸 알아야 하지요.
 
13
괴 수
14
이 중에 누구든지 못 듣던 소리를 하나 해 보려무나. 그다지 잘 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으니…….
 
15
도깨비 2
16
어어이.
 
17
괴 수
18
어어이 한 게 누구냐? 안단 말이냐?
 
19
도깨비 2
20
어어이.
 
21
괴 수
22
모른단 말이냐?
 
23
도깨비 2
24
어어이.
 
25
괴 수
26
무슨 어어이냐, 안단 말이냐, 모른다 말이냐?
 
27
도깨비 2
28
몰라요. 우리 중에 누가 하나라도 배웠어야 알지요.
 
29
괴 수
30
아아, 이렇게 좋은 날을 그냥 심심하게 지낸단 말이냐? 사람이 란 놈들은 별별 재미있는 노래를 다 부르더구만. 사람들이 하는 노래의 단 하나라도 할 줄 알면 좀 좋을까…….
 
31
도깨비 3
32
그렇게 심심하면 내가 하나 하지요. (하고 벌떡 일어서서 한가운데로 나선다.)
 
33
도깨비 2
34
네가 언제 소리를 배웠니?
 
35
도깨비 3
36
아따, 들어만 보려무나. 하고 아까 여럿이 합창하던 것을 다시 부른다. 그 노래가 끝나니까, 일동은 허리가 끊어지게 웃는다. 노래하던 도깨비는 부끄러운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돌아앉는다.
 
37
도깨비 2
38
그거 잘한다. 실컷 하던 것을 잘 하는 체하고…….
 
39
괴 수
40
아아, 아무도 소리 하나 하는 이 없이 이렇게 좋은 밤을 그냥 보낸단 말이냐. 불이나 더 피워라. 활활 자꾸 피워라.
 
41
도깨비 1
42
어어이. (하고 일어서면서) 누가 가서 나무 가져오게.
 
43
도깨비 3
44
내가 가져옴세. (하고 벌떡 일어나서 가다가 고목나무 밑까지 가서 주춤하고,)
 
45
도깨비 3
46
야 야아. (소리를 친다.)
 
47
일동은 깜짝 놀라 그 편을 향한다.
 
 
48
괴 수
49
무어냐?
 
50
도깨비 3
51
저기 무에 있어요. (하고 손으로 가리킨다.)
 
52
일 동
53
(일제히) 무에 있어?
 
54
하면서 벌떡벌떡 일어서서 그 편을 향하고 두서너 발씩 나선다.
 
 
55
괴 수
56
있는게 무어냐?
 
57
모두들 고목나무 밑을 보고 기웃기웃하다가 도깨비 2가 고목 뒤로 가서 노인(나무 장수) 한사람을 잡아 끌고 나온다. 노인은 벌벌 떤다. 그리고 그 뺨에는 큰 혹이 하나 달렸다.
 
 
58
도깨비 2
59
(노인을 끌어다 무대 중앙에 앉히고) 이 엉큼 대담한 놈아, 이 밤중에 여기 와 숨어서 우리들이 잔치하는 걸 엿보아?
 
60
도깨비 3
61
이까짓 놈, 그냥 잡아 묶어 버리자.
 
62
노인은 깜짝 놀란다.
 
 
63
도깨비 4
64
그럴 것 없이 이놈의 코뿌리를 잡아 늘여서 저 나뭇가지에다 친친 감아 놓자.
 
65
노 인
66
그 그 그저 잠깐만 참아 주십시오. (하고 절을 자꾸 한다.)
 
67
도깨비 2
68
무슨 말이냐.
 
69
노 인
70
(고개를 숙이면서) 예 예예, 그저 나쁜 맘으로 엿본 것은 아니올시다. 너무 재미있기에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71
도깨비 2
72
암만 그 따위 소리를 하여도 소용없다. 인간 세상에 사는 사람 놈이 우리들이 잔치하는 것을 엿보다니.
 
73
도깨비 4
74
아아 알았다. 이놈이 분명히 우리들의 보물을 도적하러 왔다.
 
75
노 인
76
처 처 천만에…….
 
77
도깨비 4
78
에이 이 흉칙한 놈아. (하고 발로 차서 엎으러뜨린다.)
 
79
노 인
80
사 사 살려 줍시오. 다시는…….
 
81
괴 수
82
야 야, 그리 몹시 다루지 말라. (하고 한 걸음 나선다. 일동은 한걸음씩 물러서고……, 도깨비 2만 다시 나서서)
 
83
도깨비 2
84
어찌할까요?
 
85
괴 수
86
아니 어째서 이 밤중에 여기에 왔는가, 그것을 물어 보아라.
 
87
도깨비 2
88
야이 이놈아! 네 놈은 어째서 무슨 일로 이 깊은 밤중에 여기를 왔느냐. 그 말을 하여라.
 
89
노 인
90
네 네에, 저어…….
 
91
도깨비 3
92
얼른얼른 말해!
 
93
노 인
94
(굽실굽실하면서) 네, 말씀하겠습니다. 저는 이 산밑에 살면서 나무나 해다 팔아먹고 사는 사람이올시다. 그런데 오늘은 비를 만나서…….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서 들리지 않는다.)
 
95
도깨비 2
96
(귀와 목을 기울이고) 응 응, 응응? 으으응, 무어? 응응 그래! 응응, 으응 알았다. 에에 (하면서 괴수를 향하고) 제가 말씀하겠습니다. 이 늙은 것은 나무 장순데 오늘은 비가 쏟아져서 돌아가지 못하고 저 고목나무 밑에서 자고 있었답니다. (하고 다시 노인을 보고) 그렇지?
 
97
노 인
98
(고개를 끄덕이면서) 네에 네에.
 
99
괴 수
100
그러면 시킬 것이 있으니 우리 오락 잔치에 노래를 부르는 이가 없어서 심심해하던 터이다. 무슨 노래든지 좋은 노래를 들려주면 여기까지 온 죄는 용서해 줄 터이니 어떤가?
 
101
노 인
102
예예, 그러면 용서해 주십니까?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103
도깨비 4
104
야, 야, 노래를 불러야지 용서를 한단 말이다.
 
105
노 인
106
예 예예, 부르겠습니다. 부르구말구요. 용서만 해 주시면 무슨 노래든지 부르겠습니다.
 
107
괴 수
108
어서 좋은 노래를 하여라.
 
109
일 동
110
어서 해라, 어서 해…….
 
111
괴 수
112
너희는 잠자코들 있거라.
 
113
일 동
114
어어이. (하고 모두 앉는다.)
 
115
노 인
116
예 예. (하고 굽실굽실하면서 일어나 서서 발자국 나서서).
 
117
(독창)
 
118
바가지가 흘러간다.
119
금바가지 은바가지
120
은바가지 금바가지
121
둥둥 떠서 흘러간다.
 
122
금바가지 잡아 내어
123
구슬샘을 길어 내고,
124
은바가지 잡아내어
125
은하수를 길읍시다.
 
126
하면서 춤을 덩실덩실 춘다. (도깨비 일동은 손뼉을 치고 좋아한다.)
 
 
127
괴 수
128
아아 잘했다. 잘했다. 자아, 옜다 상을 받아라. (하고 옆에 놓았던 보물을 던져 준다. 노인은 받는다.)
 
129
괴 수
130
오래간만에 좋은 노래를 들어서 마음이 상쾌하다. 어떠냐, 너희들도 재미있게 들었지?
 
131
일 동
132
어어이.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133
도깨비 3
134
이왕이면 하나만 더 들려 주려무나.
 
135
도깨비 4
136
그래 그래. 하나만 더 해라.
 
137
일 동
138
그래 그래. 옳다.
 
139
노인이 일어서는데 먼 데서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일동은 벌떡벌떡 일어선다.
 
 
140
도깨비 2
141
아아 틀렸다. 벌써 닭이 운다. (섭섭해 하면서 머리를 긁는다.)
 
142
도깨비 3
143
에에, 하나만 더 들었더라면 좋을 것을, 에에!
 
144
괴 수
145
닭이 벌써 울었으니 우리는 오늘 더 놀 수가 없고……, 어떻게 우리도 그 노래를 부를 줄 알았으면 좋겠다마는…….
 
146
도깨비 3
147
좋은 수가 있습니다.
 
148
괴 수
149
좋은 수라니 무슨 수가 있단 말이냐?
 
150
도깨비 3
151
이 늙은이의 노래는 이 뺨에 달린 노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랍니다. 그러니 노래 주머니를 보물을 주고 빼앗아 두면 그 주머니에서 무슨 노래든지 자꾸 나올 것입니다. (노인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손으로 혹을 가린다.)
 
152
괴 수
153
허어, 그거 생각 잘했다. 그럼 어서 속히 저 노래 주머니와 보물을 바꾸게 하여라.
 
154
일 동
155
어어이. (하고 우우 달려든다.)
 
156
노 인
157
아니올시다. 이것은 노래 주머니가 아니라 혹이올시다. 소리는 목구멍으로 나오는 겁니다.
 
158
도깨비 3
159
허어, 내가 뻔히 하는데 아니라고 속이면 될 말인가.
 
160
노 인
161
아니올시다. 정말 혹이란 것이올시다.
 
162
도깨비 3
163
아따 그렇게 속일 것이 무엇 있나. 그까짓 노래는 자네는 다 외는 것이니, 그 주머니야 아까울 것이 무엇 있나. 그러지 말고 얼른 내어 놓게. 보물은 얼마든지 줄 것이니…….
 
164
도깨비 2
165
싫다면 될 말인가. 큰일 나려구 그러지.
 
166
한 놈은 벌써 무거운 보물 궤짝을 갖다가 노인 앞에 놓는다.
 
 
167
노 인
168
여러분이 그렇게까지 하시면 내가 바꾼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떼어내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억지로 떼려도 안 됩니다.
 
169
도깨비 2
170
그것은 염려 말게. 아프지도 않고 자국도 없이 우리가 감쪽같이 떼낼 테니. (하고 와락 달려들어 삥 둘러싸고 덤비더니 혹을 떼냈다. 노인은 보물 궤짝 위에 쓰러져 잠이 들고, 닭이 또 한 번 운다.)
 
171
괴 수
172
아아, 닭이 또 운다. 얼른 하여라.
 
173
도깨비 3
174
자아, 이제는 노래 주머니를 얻었으니까, 무슨 노래든지 마음대로 듣게 되었습니다.
 
175
괴 수
176
어디 어디, 그 노래 주머니라는 것을 좀 보자.
 
177
(도깨비 3에게서 혹을 받아 들고 들여다보다가)
 
 
178
괴 수
179
자아, 이 주머니만 있으면 아무 때라도 심심치 않게 되었다. 자아, 인제는 닭이 또 울기 전에 어서 돌아가자. (하고 앞서서 간다.)
 
180
일 동
181
어어이. (하고 뒤를 따라 오른편으로 들어간다.)
 
182
세 번째의 닭 소리가 이번에는 크게 들리고, 멀고 먼 종소리가 들려오면서 무대가 닫혀진다.
 
 

 
 

제2장

 
184
촌(마을) 등 뒤 조그마한 냇가의 경치, 멀리 등성이 위로 초가집 지붕이 두 셋 보이고, 그 등성이 아래로는 조그만 냇물이 보이며, 그 내 위에는 다리가 놓여 있다. \ir;(막이 열림.)
 
185
촌(시골) 소년 네댓 명이 오른편(내의 끝쪽)에서 메기를 잡아 담은 양철통 하나를 들고 좋아서 떠들며 등장하여 무대의 중앙에 갖다 놓고, 들여다보면서 떠든다. 네댓 명이 모두 발을 걷고, 손에는 나무때기를 들고 한 명은 삼태기를 들었다.
 
 
186
소 년1
187
어른 팔뚝만하다.
 
188
소 년3
189
얘, 나는 처음에 꺼먼 것이 굼틀하길래 뱀장언 줄 알았어.
 
190
소 년1
191
나도 그랬지. 네가 이크 하고 소리를 지를 적에 무에 꺼먼 것이 흘낏 보이겠지. 그래 뱀장언 줄 알았지.
 
192
소 년2
193
이렇게 큰 놈이 어디서 내려왔을까?
 
194
소 년3
195
얘, 여기서도 가끔 이렇게 큰 놈이 잡힌단다. 왜 요전에도 평산이 아버지가 요 아래서 잡지 않았니.
 
196
소 년1
197
그래, 그 때도 잡았지. 그렇지만 이것만큼 크지는 못하다.
 
198
소 년2
199
크지 못하구말구!
 
200
소 년3
201
에그, 저어기 혹쟁이가 온다.
 
202
소 년2
203
응? 김 서방인가 박 서방인가……. 박 서방이면 좋지만 김 서방이면 또 심사를 부릴걸.
 
204
소 년3
205
그러게 말이야. 같은 혹쟁이라도 박 서방은 그렇게 사람이 좋은데, 김 서방은 왜 그리 욕심만 많고 심술만 사나운지 몰라.
 
206
소 년1
207
심술이 사나우면 어쩔 터이냐. 우리가 잡은 메기를 빼앗아 갈듯 싶으냐.
 
208
소 년3
209
저 심술쟁이 일을 누가 아니?
 
210
소 년1
211
그 따위 짓을 하면 내가 그 혹을 잡아당겨 버리지…….
 
212
소 년2
213
쉬이, 왔다 왔다.
 
214
왼편 뺨에 혹 달린 김 서방이 나타난다.
 
 
215
김 서방
216
너 이놈들, 거기서 무엇들을 하니?
 
217
소 년1
218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안 해요.
 
219
김 서방
220
그 통은 무슨 통이냐? (하고 가깝게 가서 들여다본다.)
 
221
김 서방
222
허어, 그놈 크다. 정말 너희가 잡았니?
 
223
소 년1
224
지금 저희가 잡았어요.
 
225
김 서방
226
그놈 맛있겠다. 어디서 잡았니? 저 개천에서 잡았어? 오오, 그럼 저 위에 파 놓은 웅덩이에서 흘러 내려온 것이로구나……. 예끼 요놈들, 남의 웅덩이 것을 잡아가는 놈들이 어디 있니. 못된 놈들 같으니라구……. (하면서 통 속에 두 손을 넣어 집어 가려 한다.)
 
227
소년 일동
228
아니에요. 우리가 애써 잡은 것인데 왜 빼앗아 가려고 그러셔요. (하면서 펄쩍 뛰며 못 가져가게 막는다.)
 
229
소년 1은 김 서방 두 팔을 붙잡고, 소년 2는 통을 얼른 빼앗아다 비켜 놓고, 일동이 김 서방 가슴과 몸을 밀고 있다.
 
230
김 서방
231
남의 메기를 가져가고 안 내놓을 테냐, 두들길 테다.
 
232
소 년1
233
저 위에 웅덩이가 있기는 어디 있어요. 있기나 있는 웅덩이를 파 놓았다고 해야지요. 그러지 말고 어서 갈 곳이나 가셔요.
 
234
김 서방
235
요놈의 자식들, 안 내놀 테냐? (하고 몸을 밀고 막고 섰는 소년을 때리려고 주먹을 번쩍 든다. 그때, 무대 오른편에서 혹 떨어진 박 서방이 뛰어와 김 서방 주먹을 붙잡는다.)
 
236
박 서방
237
이거 누군지 좀 참으시오. 어린 사람을 이렇게 때릴 것이 무엇 있소. 오오 나는 누구라고, 자넬세그려. 이 사람아, 어린 사람들과 싸움이 무슨 싸움인가. 부끄럽지 않은가. (하고 주먹을 놓아 준다. 김 서방은 물끄러미 박 서방을 쳐다보고)
 
238
김 서방
239
이게 누구요? 아아니. 박 서방 아니요?
 
240
박 서방
241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딴청을 잘 하나, 박 서방을 처음 보나.
 
242
김 서방
243
(눈을 멀뚱멀뚱하면서) 아아니, 박 서방은 분명히 박 서방인데, 박 서방이면 혹은 어쨌소? 혹이 아니 보이니.
 
244
박 서방
245
이 사람이 왜 이러나. 혹이 없다니 왜 없단 말인가. 이거 아니고 무언가? (하고 자기 손으로 혹을 만져 보다가 깜짝 놀라서 양편 뺨을 자꾸 만지면서 찾다가 주춤하면서)
 
246
박 서방
247
응? 정말 없어졌다! 너희 눈에도 안 보이니? (하고 소년을 향한다. 소년들은 이때까지 의심하면서 보다가 그제야 와락 와락 달려들며)
 
248
소 년1
249
에그 참, 인제 보니까 박 서방이십니다그려. 그런데 혹을 어찌셨습니까?
 
250
소 년2, 3
251
아주 말쑥합니다.
 
252
김 서방
253
아아니, 이게 웬일이요?
 
254
박 서방
255
(손뼉을 딱 치고) 하하하, 어저께 밤에 산 속에서 도깨비들이 정말 떼갔네그려.
 
256
김 서방
257
(와락 달려들며) 응? 도깨비들이 떼갔어?
 
258
박 서방
259
응, 도깨비들이 떼갔네그려. 이상도 한 일이지. 나는 꿈인 줄 알았는데.
 
260
소년 일동
261
도깨비를 보셨어요? 어떻게 생겼어요?
 
262
김 서방
263
아아니 정말인가? (하고 소년을 향하고 섰는 박 서방 손을 와락 잡아당기는데, 박 서방 허리춤에서 보물 싼 것이 쏟아진다.)
 
264
김 서방
265
이것은 또 무언가?
 
266
박 서방
267
(깜짝 놀라 그것을 소중히 들면서) 하하, 정말 꿈이 아니었는 걸……. 이건 도깨비가 준 보물이라네.
 
268
김 서방
269
응? 혹 떼어 주고 보물까지 주고, 어딘가 어디야?
 
270
박 서방
271
저어 산 속이라네. (하고 나오던 곳을 손으로 가리키자, 김 서방은 참지 못하고 후닥닥 가려 한다.)
 
272
박 서방
273
이 사람아, 내 이야기를 더 듣게……. (하는데 김 서방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박 서방을 홱 밀쳐 버리고 급한 걸음으로 바른 편으로 간다. 박 서방은 그 뒤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274
박 서방
275
허허허, 급하기도 하다. 자세한 이야기도 안 듣고 그냥 가서 어떻게 하려노……. 실수나 없으면 좋으련만…….
 
276
소 년2
277
글쎄올시다. 말도 채 듣지 않고 가서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278
소 년1
279
그까짓 욕심쟁이 혼이나 한 번 났으면 좋겠다. 우리가 도깨비 같으면 한 번 되게 혼을 내 주겠다.
 
280
소 년3
281
그럼 눈으로 눈물이 나도록 혼을 내 주지.
 
282
소 년2
283
그런데 어떻게 도깨비를 만났습니까? 어떻게 생겼어요? 무섭지 않아요?
 
284
박 서방
285
그래 그래, 우리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어서 가서 우리 집 식구하고 동네 사람들을 만나야지, 응. (하면서 벙글벙글한다.)
 
286
소 년1
287
이 얼굴 좀 보아요. 퍽 예뻐지셨습니다.
 
288
소 년2
289
아주 딴 어른 같애요. (하고 소년들은 박 서방 손을 잡고 이런 말을 하면서 뒷걸음질을 하면서 뒤로 뒤로 퇴장하고, 박 서방은 소년의 말끝마다 벙글벙글하면서 그 뒤를 따라 들어간다.) ─ 닫음 ─
 
 
 

제3장

 
291
제1장과 같음. 새 소리만 후루룩 후루룩 \ir;(막 열림.)
 
292
어두컴컴한 수풀 속을 욕심 많은 혹쟁이 김 서방이 여긴가 저긴가 하는 기색으로 좌우를 두리번두리번하면서 나타난다. 가운데까지 나와서,
 
 
293
김 서방
294
이렇게 급히 와 보아야 여기도 도깨비가 없는데 그게 어디인가……. 얼른 도깨비를 만나야 이 혹을(손으로 만지면서) 감쪽같이 떼내고 보물을 얻어 갈 텐데. 이때껏 찾아다녀도 보이지를 아니 하니, 어쩌면 좋을까. 자세히 물어 보고 나올 것을 잘못했는걸. 이야기를 듣고 왔어야 어디인 줄도 알고 만나면 어떻게 해야 될 줄도 알지……. 에에, 아무데나 찾아보자. 또 한 고개 넘어가 보면 알겠지. (하고 또 좌우를 두리번두리번하면서 무대 뒤로 들어간다.)
 
295
한참 동안 새 소리만 후루룩 후루룩 들리다가 한참 만에 “산 속에 숲 속에 또드락딱, 은 나라 금 나라 또드락딱…….” 하고 도깨비들의 합창하는 소리가 들린다. 한 구절을 다하도록 소리만 들리다가 다시 한 구절 되풀이로 시작하면서 열을 지어 나온다. 괴수는 맨 뒤에 떨어져서 나오고……. 중앙까지 나와 서서 합창을 다 마친 후에 도깨비들은 이리저리 무엇을 찾다가 찾다가 이윽고 괴수를 보고 차례차례 “오늘 밤에는 보이지 아니합니다.” “찾아보아도 없습니다.” “인제는 오지 않겠지요. 무엇하러 다시 오겠습니까?” 한다. 그리고, 좌우로 늘어선다. 괴수는 일일이 그 보고를 듣고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296
괴 수
297
흐흠! 고약한 놈이로군……. 그놈의 혹에서 소리가 나는 줄 알고 혹을 떼고 보물만 많이 주었더니 소리가 어디 나와야지. 애초에 그까짓 인간의 새끼가 우리의 놀이터에를 오는 것부터 괘씸한 일이 아닌가. 그래 우리가 그까짓 놈에게 속는단 말이냐. 그놈이 다시 눈에 띄기만 하면 단단히 벌을 주어야 될 것이다.
 
298
도깨비 1
299
네, 그놈이 다시 이곳에 오기만 하거든 그놈의 코를 잡아 빼어서 땅에 질질 끌도록 해 주지요.
 
300
도깨비 2
301
아아니요, 그것보다 좋은 수가 있습니다. 그놈이 오기만 하거든 커다란 혹을 입에다 달아서 노래를 하게는커녕 말소리도 아니 나게 해 주지요. 그것이 좋습니다.
 
302
도깨비 3
303
아아니요, 그것보다도 그놈이 오기만 하거든 벌거벗겨서 허리를 길게 늘여서 나뭇가지에다가 친친 감아 놓지요.
 
304
도깨비 4
305
그보다도 좋은 수가 있습니다. 그놈이 입을 벌리는 대로 입 속에서 개구리가 한 마리씩 튀어나오도록 해주지요. 그러면 그놈이 입을 못 벌리게 될 것입니다.
 
306
도깨비 5
307
아아니요, 그것보다도……. (하는데 괴수가 손을 내두르며)
 
308
괴 수
309
그만두어라.(도깨비 5는 깜짝 놀라 말을 하려다 말고 도로 제자리로 돌아간다.) 어떻게 하든지 우선 그놈이 여길 와야 아니하느냐. 너희들은 밤낮 노래라도 다시 부르고 춤이나 추어라. 너무 심심하다.
 
310
일 동
311
어어어이. (하고 나서서 뺑 둘러서서 “또드락딱” 합창을 하면서 빙빙 돌며 춤을 춘다.)
 
312
이때에 혹쟁이 김 서방이 도깨비를 찾다 못해 기진맥진하여(지칠 대로 지쳐) 돌아오다가, 언뜻 도깨비 떼를 보고 하도 기꺼워서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도깨비의 노래가 끝나기를 간신히 기다려 가까이 나가면서,
 
 
313
김 서방
314
여보시오, 오늘 또 혹 하나 가지고 왔소이다. 보물하고 바꾸십시다.
 
315
이 소리를 듣고 도깨비들이 우우 달려들어서 붙잡는다. 김 서방은 자기를 환영하는 줄 알고,
 
 
316
김 서방
317
보물을 아니 가져오면 혹은 주지 아니할 터이요. 이 혹은 무슨 혹인 줄 알고 그러시오.
 
318
괴 수
319
이애들아, 그 사람을 이리 데려다 앉혀라.
 
320
일 동
321
어어이. (하고 김 서방을 괴수 옆에 앉히고, 다들 멀찍이 나서 서둘러앉는다.)
 
322
김 서방
323
이 혹은 어저께 혹보다도 훨씬 좋은 혹입니다.
 
324
괴 수
325
(벙글벙글 웃으면서) “노래도 잘 나오겠지…….
 
326
김 서방
327
노래? (의외의 말에 놀라는 모양을 하다가 무슨 생각이 난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네, 납니다. 썩 잘 납니다. 노래뿐인가요. 무엇이든지 잘 나오지요. 어저께 주신 보물보다 세 갑절은 더 주셔야 됩니다. 네, 세 갑절은 주셔야 돼요. 어서 얼른 보물을 가져오십시오. 꼭 세 갑절은 주셔야 됩니다.
 
328
괴수도 벙글벙글 웃고 둘러앉은 일동도 서서 손가락질을 하면서 낄낄거리고 웃는다.
 
 
329
김 서방
330
(갑갑한 듯이) 어서 가져와요.
 
331
일 동
332
아하하하하…….
 
333
괴 수
334
너, 그러면 노래를 하여 보아라. 그 혹에서 나오나 아니 나오나.
 
335
김 서방
336
보물 먼저 가져오고 그리고 감쪽같이 이 혹을 떼어 가야지 노래가 나오지, 그냥 나오는 혹이 어디 있습니까.
 
337
괴 수
338
(눈을 부릅뜨고 벌떡 일어서면서 큰소리로) “예끼놈! 어저께는 처음이니까 속았지, 또 속을 줄 알고……. 이놈! 그 혹을 떼어야 소리가 나와? 이 고약한 놈아! 보물을 세 갑절을 주어야 해? 이 놈! 너는 오늘 벌을 단단히 줄 터이다.
 
339
김 서방
340
네? 벌이요? (하고 벌벌 떤다.)
 
341
도깨비 1
342
(벌떡 일어서면서) 이놈을 코를 잡아 늘이지요.
 
343
김 서방은 코를 쥐고 쩔쩔맨다.
 
 
344
도깨비 2
345
입에도 혹을 붙여서 입을 못 벌리게 하지요.
 
346
김 서방은 입을 손을 막는다.
 
 
347
도깨비 4
348
이놈을 벌거벗기고 허리를 늘여서 나뭇가지에 친친 감지요.
 
349
김 서방은 두 손으로 제 가슴을 꼭 끼어안는다.
 
 
350
도깨비 4
351
이 놈의 입에서 개구리가 나오게 하지요.
 
352
김 서방은 다시 입을 가린다.
 
 
353
괴 수
354
아니다. 그럴 것 없다. 어저께 밤에 속은 것을 이놈이 우리를 속인 것이 아니고 우리가 잘못 알고 속은 것이니, 그리 죄가 크지는 아니하다. 이러고 저러고 할 것 없이 엊저녁에 그 혹을 갖다가 이놈의 바른 뺨에 붙여주어라.
 
355
일 동
356
어어이. (하고 달려들어 버둥거리는 김 서방을 꼭 에워싸고 혹을 붙여준다.)
 
357
김 서방은 그냥 엎으러져 있다.
 
 
358
괴 수
359
자아, 이제는 돌아가자. 역시 우리에게는 또드락 소리가 제일 맞는가 보다. 그 노래를 부르며 돌아가자.
 
360
일동은 나란히 서서 또드락딱 합창을 하면서 들어간다. 괴수는 맨 나중에 천천히 따라서 들어간다. 저 속에서부터 합창 소리가 들리고, 그것이 끝난 후 새 소리가 후루룩 후루룩 들린다. 김 서방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고 기운 없이 일어서서 두 손으로 두 혹을 만지고 우는 소리로,
 
 
361
김 서방
362
허허, 이 노릇을 어쩐단 말이냐. 혹을 떼러 왔다가 마저 붙이고 가는구나. 아이 부끄러워……. 어쩌면 좋단 말이냐……. (하고 탄식을 한다.)
 
363
새벽 닭 우는 소리가 나면서, ─ 막 닫음 ─
 
 

 
364
상연할 때
 
365
☆ 혹쟁이 김과 박의 의복은 얼른 보아도 다르게 빛다른 옷을 입히고, 하나는 감투를 쓰고, 하나는 갓을 쓰든지 하여 서로 다르게 해야 됩니다.
 
366
☆ 혹은 마분지나 유지를 몇 겹 배접을 하여 둥글게 만들어 얼굴빛 칠을 하고, 누런 실로 고리를 만들어 귀에 걸고, 또 뺨에 닿는 데는 풀칠을 하게 하십시오.
 
367
☆ 도깨비는 누른 빛이나 푸른 빛 아래위 내의를 입고, 그 위에 그냥 허리에 검정 띠를, 팔뚝과 다리도 검은 끈이나 헝겊으로 질끈질끈 동여 매면 그만이요, 괴수는 그 위에 검정빛 커다란 조끼를 하나 더 입으면 좋습니다.
 
368
☆ 도깨비의 얼굴은 빨간 칠을 하고, 머리 위에는 마분지로 뿔을 만들어 달고 수건 같은 것으로 동여 매면 됩니다. 그리고, 눈가에 먹으로 테를 굵게 그려야 됩니다.
 
369
☆ 보물은 아무것이나 보자기에 싸 가지면 됩니다.
 
370
☆ 노래는 하기 쉬운 곡조에 맞춰서 하십시오.
 
371
☆ 누구든지 반드시 앞을 향하고 앉아야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말소리가 안 들립니다.
 
372
☆ 여자들끼리 해도 좋습니다. 더 우습습니다.
 
373
☆ 내용만 잘 안 후에는 말이 조금씩 달라도 관계치 않습니다. 자유롭게 사실만 틀리지 않게 하십시오.
【원문】노래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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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환(方定煥) [저자]
 
  1923년 [발표]
 
  아동극(兒童劇)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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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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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4년 11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