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고구려 유리왕(琉璃王)은 동명왕 주몽(東明王 朱蒙)의 맏아들이다. 동명왕이 젊어서 동부여 금와왕에게 의탁하고 있을 때에 일찌기 예씨(禮氏)란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되어 그를(유리왕) 배고 졸본부여(卒本扶餘)로 망명하니 예씨는 홀로 그를 낳서 기르게 되었다.
3
그는 그렇게 아버지도 없이 불쌍하게 자랐으나 원래에 인물이 잘생기고 탄자(彈子) 쏘기를 좋아하니 그의 어머니가 비범하게 생각하고 특히 사랑하였다.
4
하루는 여러 아이들과 같이 단자 탄자로 새를 쏘다가 잘못 쏘아 이웃집 여자의 물동이를 맞추니 그 여자가 노하여 꾸짖되
6
고 하였더니 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부끄러워 하여 즉시 진흙으로 활을 만들어 쏘아 그 구멍을 막아주고 그 길로 집에 가서 그의 어머니를 끌어안고 묻되
8
고 하니 그 어머니는 처음에 장난으로 대답하기를
9
너는 아버지도 없고 또한 누구인지도 모른다
10
고 하였다. 왕은 그 말을 듣고 울며 말하되
11
세상에 아버지 없는 자식이 어디 있사오리까 만일 사실로 아버지가 없다면 남이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으니 차라리 죽는 것만 같지 못하다
12
하고 자결을 하여 죽으려 하니 그제야 그 어머니는 이렇게 바른말을 하였다.
13
너의 아버지는 비범한 사람으로 지금에 남방에 가서 임금 노릇을 하고 있는데 그가 집을 떠나갈 때에 나에게 말하기를 무슨 물건 하나를 『일곱 고개, 일곱 골, 돌 위, 소나무 밑=七嶺七谷=石上松下』에다 두고 가니 그것을 찾아 가지는 사람이면 자기의 아들이라고 하였다
14
고 말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기뻐하여 왼 집안을 돌아다니며 이리 찾고 저리 찾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것이 없더니 우연히 들은즉 자기 집 상기둥(上柱) 주추돌(柱礎) 밑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15
왕은 이상히 여겨서 그 기둥을 한참 살펴보다가 문뜩 생각하되 이 기둥이 일곱 모(七稜)가 졌으니 칠령칠곡(七嶺七谷)이 분명하고 또 소나무 밑이란 것은 기둥 밑이요 돌 위란 것은 주추 위를 가르침이라 하고 그 기둥 밑을 파내니 과연 반토막진 칼(斷刀)이 한 개 나왔다.
16
왕은 그 칼을 가지고 졸본부여에 가서 동명왕을 보니 왕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칼도막과 맞추어 보매 조금도 틀림이 없이 꼭 들어맞았다.
17
동명왕은 그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유리의 등을 뚜드리며 과연 자기 아들이라 하고 태자를 삼으니 그가 곧 고구려의 제 이세 왕으로 유명하던 유리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