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燕巖 朴趾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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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루기 (學士樓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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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咸陽郡)의 관청 소재지에서 동쪽으로 백 걸음쯤 떨어져 성벽 가에 몇 칸짜리 누각이 하나 있는데, 세월이 오래됨에 따라 퇴락되어 서까래가 삭아 부러지고 단청은 새까맣게 되었다. 지금 임금 19년 갑인년(1794)에 군수인 윤광석(尹光碩)이 개연히 녹봉을 털어서 대대적인 수리 공사를 일으켜 누각의 옛 모습을 모조리 복구하고 옛 이름을 그대로 써서 ‘학사루(學士樓)’라 하였다. 그리고 나에게 부탁하여 글월을 엮어 사실을 기록하게 하였다.함양은 신라 시대에 천령군(天嶺郡)으로 불렸다. 문창후(文昌侯) 최치원(崔致遠)은 자가 고운(孤雲)으로 일찍이 천령의 수령이 되어 이 누각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미 천 년이 지난 것이다. 천령의 백성들은 문창후가 끼친 은혜를 생각하여 지금도 그 누각을 학사루라 부르고 있으니, 이는 그가 이곳을 거쳐 갔음을 들어서 기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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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고운의 나이 12세에 상선(商船)을 따라 당 나라에 들어가서 희종(僖宗) 건부(乾符) 갑오년(874)에 배찬(裴瓚)의 방(榜)에 급제하고 벼슬이 시어사 내공봉(侍御史內供奉)에 올랐으며, 자금어대(紫金魚袋)를 하사받았다. 회남도통(淮南都統) 고변(高騈)이 황제에게 아뢰어 그를 종사관(從事官)으로 삼자, 고변을 위해 제도(諸道)의 군사를 소집하여 황소(黃巢)를 토벌하자는 격문을 지으니, 황소가 그 격문을 보고 놀라서 의자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그래서 고운의 이름이 마침내 중국을 뒤흔들었다. 《당서(唐書)》 예문지(藝文志)에 고운의 저술로 《계원필경(桂苑筆耕)》 4권이 있다고 되어 있다. 광계(光啓) 원년 을사년(885)에 당 나라에서 보내는 조사(詔使)의 일원이 되어 본국에 돌아왔으니, 이른바 “무협중봉(巫峽重峰)의 나이에 포의(布衣)로 중국에 들어갔다가 은하열수(銀河列宿)의 나이에 금의(錦衣)로 동국에 돌아왔다.”고 한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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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國史)에 의하면 고운이 벼슬을 버리고 가야산(伽倻山)에 들어갔다가 하루아침에 관(冠)과 신을 숲 속에 벗어 버리고 훌쩍 떠나, 어디 가서 생을 마쳤는지 알지 못한다 했다. 그러므로 세상에서는 고운이 도를 얻어 신선이 되었다고들 하는데, 이는 고운을 제대로 알고 하는 말이 아니다. 고운이 일찍이 열 가지 일을 상주하여 임금에게 간(諫)하였으나 임금이 능히 쓰지를 못했다. 가야산에서 천령군까지는 백 리가 못 되는 거리인즉, 그가 초연히 멀리 떠났다는 것은 어찌 이 고을에 있을 때가 아니겠는가.슬프다! 고운이 천자의 조정에서 입신하였으나 당 나라가 그때 한창 어지러웠고, 이를 피해 부모의 나라로 돌아왔으나 신라 왕조가 장차 수명이 다해 가려 하였다. 그리하여 천하를 둘러보아도 몸을 붙일 데가 없는 것이 마치 하늘 끝에 한가한 구름이 게을리 머무르고 외로이 흘러가서 무심히 걷히락펴지락하는 것과 같았다. 이 때문에 스스로 자(字)를 외로운 구름이란 뜻의 ‘고운(孤雲)’이라 지은 것이며, 당시 벼슬살이의 부귀영화에 대해서는 이미 썩은 쥐나 헌신짝처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후세 사람들은 오히려 학사라는 직함에 연연하고 있으니, 아마도 고운을 욕보이고 이 누각에 누를 끼치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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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운을 사모하는 고을 사람들은 그를 사후의 호칭인 최 문창후(崔文昌侯)라 부르지 않고 반드시 생전의 호칭인 학사(學士)라 불렀으며, 관직을 떠났을 때의 이름인 고운이라 부르지 않고 반드시 그의 관직을 불렀으며, 송덕비를 세우지 아니하고 오직 누각에다 이름을 붙였다. 이는 그가 산택(山澤)의 사이에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관과 신을 남기고 사라져 신선이 되었다는 말을 믿지 아니하고, 이 누각 안에서 서로 만날 듯이 여겼기 때문이다. 예컨대 높은 오동나무에 달이 어른거리고 사방으로 트인 창문에 달빛이 영롱하면 마치 학사가 굽은 난간에서 거닐고 있는 듯이 여겼으며, 대숲이 바람에 흔들리고 한 마리의 학이 공중에 날면 흡사 학사가 하늘 드높은 가을을 시로 읊는 듯이 여겨 왔으니, 누각의 이름을 학사루(學士樓)라 한 것은 그 유래가 오래되었다고 하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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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4월 0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