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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흥 만세교(萬歲橋)와 낙민루(樂民樓)가 유명하다더니, 가축년 8월 염사일(念四日) 낙(洛)을 떠나 9월 초이틀 함흥을 오니, 만세교는 장마에 무너지고 낙민루는 서편으로 성 밖인데, 누하문(樓下門) 전형은 서울 흥인(興仁) 모양을 의지하였으되, 둥글고 작아 겨우 독교(獨轎)가 간신히 들어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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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을 인하여 성 밖으로 삐져 나오게 누를 지었는데, 2층 대(臺)를 짓고 아득하게 쌓아 올려 그 위에 누를 지었으니, 단청과 난간이 다 퇴락하였으되 경치는 정쇄(精灑)하여, 누 위에 올라가 서쪽을 보니 성천강(城川江)이 그 크기가 한강 만하고, 물결이 심히 맑고 조촐한데, 새로 지은 만세교 물 밖으로 높이 대여섯 자나 솟아 놓였으니, 거동이 무지개 휜 듯하고, 길이는 이르기를 이편으로서 저편까지 가기 5리라 하되, 그럴 리는 없어 3, 4리는 족하여 뵈더라. 강가에 버들이 차례로 많이 서고 여염(閭閻)이 즐비하여 별 결이듯 하였으니, 몇 가구임을 모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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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상 마루청 널을 밀고 보니 그 아래 아득한데, 사닥다리를 놓고 저러 나가는 문이 전혀 작으며 침침하여 자세히 못 보다. 밖으로서 아득히 우러러보면 높은 누를 2층으로 무어 정자를 지었으니 마치 그림 속 절 지은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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