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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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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 제 1 부 | | | 이 시는 1925년에 간행된 시집 '국경의 밤'에 수록된 3부 72장의 장편 서사시이다. | | | 2 권. 제 2 부 | | | 이 시는 1925년에 간행된 시집 '국경의 밤'에 수록된 3부 72장의 장편 서사시이다. | | | 3 권. 제 3 부 | | | 이 시는 1925년에 간행된 시집 '국경의 밤'에 수록된 3부 72장의 장편 서사시이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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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소금실이 밀수출(密輸出) 마차를 띄워 놓고
13
‘파!’ 하고 붙는 어유(魚油) 등잔만 바라본다.
14
북국(北國)의 겨울 밤은 차차 깊어 가는데.
16
어디서 불시에 땅 밑으로 울려 나오는 듯,
18
저 서쪽으로 무엇이 오는 군호(軍號)라고
19
촌민(村民)들이 넋을 잃고 우두두 떨 적에,
20
처녀(妻女)만은 잡히우는 남편의 소리라고
23
영림창(營林廠) 산림(山林)실이 벌부(筏夫)떼 소리언만.
25
마지막 가는 병자(病者)의 부르짖음 같은
27
어디서 ‘땅’ 하는 소리 밤하늘을 짼다.
29
백성들은 또 무슨 변(變)이 났다고 실색하여 숨죽일 때,
30
이 처녀(妻女)만은 강도 채 못 건넌 채 얻어맞는 사내 일이라고
31
문비탈을 쓰러안고 흑흑 느껴 가며 운다.
37
대안(對岸)벌에서는 순경들의 파수막(把守幕)에서
38
옥서(玉黍)장 태우는 빠알간 불빛이 보인다.
44
국경의 밤이 저 혼자 시름없이 어두워 간다.
47
어미 잃은 소녀의 눈동자같이 감박거리고,
50
혼자 서서 바람을 걷어 안고 춤을 춘다.
52
이 처녀(妻女)의 마음을 핫! 핫! 놀래 놓으면서.
55
국교(國交)하러 가는 전신줄이 몹시도 운다.
56
집도 백양도 산곡도 외양간 '당나귀'도 따라서 운다,
74
하늘땅 모두 회명(晦暝)한 속에 백금 같은 달빛만이
84
나는 살아서 네 품에 다시 안길 줄 몰랐다,
92
높았다 - 낮았다 - 울었다 - 웃었다 하는
94
나래를 툭툭 털고 일어나 외우는 백조의 노래같이
97
"모든 것이 괴멸할 때가 왔다"하는 듯도.
99
화롯불에 마주 앉았다가 약속한 듯이 고요히 눈을 감는다.
102
그러다가 발소리와 같이 "아하" 부르는 청년의 소리가 다시 들리자,
103
"에익! 빌어 먹을 놈!"하고 침을 배앝는다,
104
그 머리로서는 밀정하는 소리가 번개치듯 지나간다,
113
부모의 무덤과 어릴 때 글 읽던 서당과 훈장과
114
그보다도 물방앗간에서 만나는 색씨 사는
116
여러 사람은 더욱 놀랐다 그 대담한 소리에
119
촌 백성들은 장차 올 두려운 운명을 그리면서
121
그래서 핫! 하고 골을 짚은 채 쓰러졌다.
123
바람은 이 조그마한 S촌을 삼킬 듯이 심하여간다
124
S촌뿐이랴 강안(江岸)의 두 다른 국토와 인가와 풍경을 시름없이 덮으면서
125
벌부(筏夫)의 소리도, 고기잡이 얼음장 그는 소리도, 구화(溝化)불에 마주선 중국 순경의 주정소리도,수비대 보초의 소리도
126
검열 맡은 필름같이 뚝뚝 중단되어가면서, 그래도
127
이 속에도 어린애 안고 우는 촌 처녀(처녀)의 소리만은 더욱 분명하게
130
울며, 짜며 한숨짓는 이 모든 규음(揆音)이
132
산산이 깨뜨려놓았다, 이 마을 평화를 -
134
처녀(妻女)는 두렵고 시산하고 참다못하여
137
가담가담 흑즙 같은 구름이 박히어 있다.
138
"응, 깊고 맑은데-"하고 멀리 산굽이를 쳐다보았으나
139
아까 나갔던 남편의 모양은 다시 안 보였다
141
그때 이웃집으로 기왓장이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142
우물가 버드나무 째지는 소리 요란히 난다 -
143
처마 끝에 달아맨 고추 다램이도 흩어지면서
144
그는 "에그 추워라!"하고 문을 얼른 닫았다.
146
먼 길가에선 술집막(幕)에서 널문 소리 들린다,
147
이내 에익… 허… 허… 하는 주정꾼 소리도
148
"춥길래 오늘 저녁 문도 빨리 닫는가보다"하고 속으로 외우며
149
처녀(妻女)는 돌부처같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근심 없는 사람 모양으로.
152
웩 - 웩 - 거리고 지나는 주정꾼 소리도.
156
밤마다 밤마다 저 혼자 베틀에 앉았을 때,
160
구곡의 청제비 우는 듯한 그 애연한 음조를 듣고는
161
그만 치마폭에 얼굴을 파묻고 울기도 하였더니
164
울타리 기대어 먼 산기슭을 바라보노라면
170
뒷서당집 노훈장의 외우는 "공자 왈, 맹자 왈"소리에
176
계명(鷄鳴) 때 지나게 울기도 하였더니,
177
"아. 옛날은 꿈이구나!"하고 처녀(妻女)는
178
세상을 다 보낸 노인같이 무연히 한숨을 내쉬었다.
182
- 그는 어릴 때 아직 머리태를 두었을 때 -
184
강아지 몰고 오는 머슴아이, 만나던 일
188
그러다가 처녀(妻女)는 꿈을 꾸는 듯한 눈으로
189
"옳아, 그이, 그 언문 아는 선비! 어디 갔을까?"
191
그리고 입속으로 "옳아, 옳아, 그이!"하고는
192
빙그레 웃는다, 꿈길을 따르면서 - 옛날을 가슴에서 파내면서.
195
그 서슬에 "아뿔사 내가 왜?"하고 처녀(妻女)는
196
황급히 일어나 문턱에 매어달린다, 죄 되는 일을 생각한 것같이.
197
그러나 달과, 바람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199
성좌들이 진치고 한창 초한(楚漢)을 다투는데 -
201
"아하, 설날이 아니 오고, 또 어린애가 아니었더면
207
에그, 과부는 싫어, 상복 입고 산소에 가는 과부는 싫어"
210
시골 아낙네이 겨울밤은 지리도 하여라.
214
이상한 청년은 그 집 문간까지 왔었다,
215
여러 사람의 악매(惡罵)하는 눈살에 쫓겨
216
뼉다귀 찾는 미친 개모양으로 우줄우줄 떨면서
217
모막살이집 문 앞까지 왔었다, 누가 보았던들
218
망명하여 혼 이방인이 보리(補吏)의 눈을 피하는 것이라 않았으랴.
222
그 서슬에 지옥서 온 사자를 맞는 듯이
224
그는 이어서 백골을 도적하러 묘지에 온 자처럼
225
연해 눈살을 사방에 펼치면서 날카로운 말소리로
230
모든 것은 기침 한 번 없이 고요하였다.
232
그는 다시 눈을 흘겨 삼킬 듯이 바라보더니
235
맥이 풀어져 고요히 앉아 있는 아내의 혼을 약탈하고 말았다.
236
사내를 사지(死地)에 보내고 정황없어 하는 아내의 -
242
주먹이 똑 똑 똑 하고 문지방에 와 맞힌다.
244
젊은 여자를 잠가둔 성당 문을 똑똑똑 두다리면서.
247
그래서 거의 기절할 듯이 두려워하였다.
251
"오늘 저녁엔 떠나지를 마오, 부디 떠나지를 마오, 이상한 청년이 나타나 무슨 큰 화변을 칠 것 같소, 부디 떠나지를 마오, 작년 일을 생각하거든 떠나지를 마오."
253
미리 겁내어 앉았을 때 그 소리 듣고는
255
죽음이 어디서 빤-히 보고 있는 것 같아서
258
그의 때리는 주먹은 쉬지 않았다, 똑 - 똑 - 똑 -
260
그리고는 무슨 대답을 기다리는 듯이 가만히 있다, 한참을.
261
"아, 내라니까, 내요, 어서 조금만"
264
동사(凍死)하는 거지 추위에 넘어지듯이,
266
"에그, 어쩌나, 죽나보다 -"하고 마음이 쓰렸다.
268
땅속으로 꺼져하는 것 같은 마지막 소리
269
차츰 희미하여가는데 어쩌나! 어쩌나? 아하 -
270
"내라니까! 내요, 아, 조금만……" 그것은 확실히 마지막이다.
271
알 수 없는 청년의 마지막 부르짖음이다 -
272
이튿날 첫아침 흰 눈에 묻힌 송장 하나가 놓이리라.
276
"에그 차마 못할 일이다!"하고 가슴을 뜯었다.
278
간첩일까? 마적일까? 아니 착한 사람일까?
280
"아하, 나를 몰라, 나를- 나를, 이 나를……"
282
어디서 꼭 한 번 들어본 것 같기도 해서
287
그 소리에 다시 놀라 그는 뒷걸음친다.
289
그러나 그보다 더 놀란 것은 청년이었다.
290
그는 창살에 넘어지는 아낙네의 그림자를 보고는
293
익수자(溺水者)가 배를 본 듯, 외마디 소리, 정성을 다한 -
295
처녀(妻女)는 그래도 결단치 못하였다,
303
처녀(妻女)는 될 대로라듯이 문을 열고 있다,
304
지켜섰던 바람이 획! 하고 귓볼을 때린다,
306
더벅머리에 눈살이 깔리고, 바지에 정갱이
307
달빛에 석골조상같이 꿋꿋하여진 그 방랑자의 꼴!
309
어유(漁油)불이 삿!하고 두 사이를 흐른다,
310
모든 발음(撥音)이 죽은 듯 하품을 친다.
315
아주 대담하게, 아주 심정(沈精)하게.
318
"앗! 당신이 에그머니!"하고 처녀는 놀라 쓰러진다.
322
로단이 조각하여논 유명한 조상같이 둘은 가만히 서 있다,
326
두 소상(塑像)에 덮이는 한 옛날의 따스한 기억이어!
327
8년 후 이날에 다시 불탈 줄 누가 알았으리.
332
국경의 겨울밤은 모든 것을 싸안고 달아난다.
333
거의 10년 동안을 울며불며 모든 것을 괴멸시키면서 달아난다.
334
집도 헐기고, 물방앗간도 갈리고, 산도 변하고, 하늘의 백랑성 위치조차 조금 서남으로 비틀리고
336
가슴속 깊이 파묻혀 둔 기억만은 잊히지 못하였다,
338
8년은 말고 80년을 가보렴 하듯이 고이고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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