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파(餘波)에 정을 품고 그 근원을 생각해 보니
4
오래된 우물에 그친 물은 담연(淡然)히 고여 있다
5
짧은 담에 의지(依支)하여 고해(苦海)를 바라보니
6
욕낭(慾浪)이 하늘에 차서 넘치고 탐천(貪泉)이 세차게 일어난다
7
흐르는 모양이 막힘이 없고 기운차니 나를 알 이 누구인가
8
평생(平生)을 다 살아도 백 년(百年)이 못 되는데
9
공명(功名)이 무엇이라고 일생(一生)에 골몰(汨沒)할까
10
하관(下官)을 천력(踐歷) 하고 부귀(富貴)에 늙어서도
11
남가(南柯)의 한 꿈이라 황량(黃粱) 이 덜 익었네
12
나는 내 뜻대로 평생(平生)을 다 즐겨서
13
천지(天地)에 우유(優游)하고 강산(江山)에 누우니
14
사시(四時)의 내 즐김이 어느 때 없을런가
15
누항(陋巷)에 안거(安居)하여 단표(簞瓢)의 시름 없고
16
세로(世路)에 발을 끊어 명성(名聲)이 감추어져
17
은거행의(隱居行義) 자허(自許)하고 요순지도(堯舜之道) 즐기니
18
내 몸은 속인(俗人)이나 내 마음 신선(神仙)이오
19
진계(塵界) 가 지척(咫尺)이나 지척(咫尺)이 천 리(千里)로다
20
제 뜻을 고상(高尙)하니 제 몸이 자중(自重)하고
21
일체의 다툼이 없으니 시기(猜忌)할 이 누구인가
22
뜬 구름이 시비(是非) 없고 날아다니는 새가 한가(閑暇)하다
23
여년(餘年)이 얼마런고 이 아니 즐거운가
24
제 뜻을 제 즐기고 제 마음 제 임의(任意)라
25
먹으나 못 먹으나 이것이 세상(世上)이며
26
입으나 못 입으나 이것이 지락(至樂)이다
27
직처(織妻)가 베를 짜니 의복(衣服)이 걱정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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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논에 벼 있으니 양식(糧食)인들 염려(念慮)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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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친(老親)이 강왕(康旺)하니 내 무슨 시름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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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兄弟)가 단락(團樂)하니 즐거움이 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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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뜻의 내 즐거워 낙지가(樂志歌)를 지어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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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노라 청허자(淸虛者)야 이를 능히 좋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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