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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本遊覽歌 ◈
◇ 日本遊覽歌 (上) ◇
카탈로그   목차 (총 : 2권)     처음◀ 1권 다음
1902년
이태직
1
日本遊覽歌
2
日本遊覽歌(上)
 
 
3
을미(乙未) 유세하(唯歲下)에 / 공사(公使)를 파송(派送)하여
4
일본국(日本國)에 주차(駐箚)할 때 / 학부협판 고영희(高永喜)로
5
전권공사(全權公使) 임명하고 / 참서관(參書官)을 택차하고
6
불사한 내 이름을 / 정부에서 주임(奏任)하니
7
명(命)하오신 직책하에 / 조궁(操躬)할 바 모를러라
8
무릇 군명(君命)을 받들어 / 인국(隣國)에 빙사(聘使)하니
9
관계가 심중(深重)하고 / 사체(事體)가 형열(炯熱)한데
10
자품(資稟)이 용우하여 / 한 가지 재능 없고
11
견문이 고루(固陋)ㅎ기가 / 백리(百里)밖을 못본 터에
12
교섭(交涉)의 중대(重大)한 일 / 일분(一分)이나 감당(堪當)하며
13
사정(私情)을 말하면은 / 친년(親年)이 칠십(七十)이라
14
기상(基上)에 다병(多病)하여 / 기식(氣息)이 엄엄(奄奄)하니
15
만리(萬里)밖에 떠나가서 / 이위(離位)하기 될 말이냐?
16
좌우(左右)로 청촉(請囑)하여 / 승병(乘病)으로 칭탁(稱託)하고
17
모모처(某某處)에 부탁하며 / 사랑 사랑 발론(發論) 해도
18
면(免) 하기를 얻지 못해 / 떠나기로 결정(決定)하여
19
윤오월(閏五月) 초팔일에 / 궐내(闕內)에 하직(下直)할 때
20
공사 참서 서기생(書記生)이 / 한가지 예절(禮節)하여
21
국서(國書)를 받들어서 / 정문(正門)으로 퇴출(退出)하니
22
야색(夜色)이 향안(向晏)하여 / 오경(五更)이 되었더라
 
23
초십일(初十日) 조반 후에 / 떠나가기 당하여서
24
사당(祠堂)에 하직하고 / 자친(慈親)께 배퇴(拜退)할 때
25
「잘 가서 잘 있으라」 / 누누(屢屢)이 부탁하셔
26
강잉(强仍)하여 억제 하심 / 차마뵙기 어렵도다
 
27
결연(決然)히 일어나서 / 후리처 떠나갈 때
28
보교(步轎)를 빨리 몰아 / 마포(麻浦)에 다달으니
29
외부대신(外部大臣) 나와 앉아 / 조연(朝宴)을 베풀어서
30
전별차(餞別次)로 오는 손이 / 차제(次第)로 모였더니
31
배반(杯盤)이 낭자하고 / 음식(飮食)도 풍비(豊肥)하다
 
32
일배일배(一杯一杯) 부일배에 / 일세(日勢)가 향만(向晩)하여
33
면면(面面)이 작별(作別)하고 / 나루를 건너 서서
34
형주(兄主)께 고별(告別)하고 / 조카를 작별(作別)하며
35
집하인(下人)과 교군(轎軍)하인 / 일일(一一)이 전별(餞別)하니
36
연결(戀結)하기 그지없어 / 거류(거류)가 일반이라
37
건듯건듯 몰아가니 / 봉인이반(封印吏班) 뒤따른다
 
38
수리(數里)를 행(行)하여 가매 / 음우(陰雨)가 비비(霏霏)하니
39
원객(遠客)의 근심을 / 하늘이 돕는 듯이
40
오리점(五里店) 다달으니 / 내려서 중화(中火)하고
41
일세(日勢)라 점만(漸晩)하여 / 오래 지체(遲滯) 못할러라
42
하인을 재촉하여 / 되짚어 떠나 서서
43
제물포(貿濟浦) 들어가니 / 초혼(初昏)이 되었더라
 
44
감리서(監理署) 하인 등대 / 들어가 하처(下處)하니
45
수리 감리(水理監理) 목주사가 / 대접(待接)이 관곡(款曲)하다
46
좀 후(後)에 벗고 눌 새 / 대단(大端)히 곤비(困憊)하되
47
집안을 생각하매 / 잠 이루기 어렵도다
 
48
십일일(十一日) 일어나니 / 천기(天氣)가 청명(淸明)하다
49
교정(轎丁)이 올라가매 / 편지(便紙)를 보내고서
50
여간 공문(公文) 밀린 것을 / 외부(外部)에 답송(答送)하고
51
일행(一行)으로 같이 올라 / 해색(海色)을 바라보니
52
외국(外國) 윤선(輪船) 본국상선 / 소소(騷騷)히 들어서서
53
안계(眼界)가 가이 없고 / 흉차(胸次)가 상활(爽闊)터라
 
54
십이일(十二日)은 일 없어서 / 도리어 무료(無聊)하다
55
서기생(書記生)과 한가지로 / 대강 심방(尋訪) 하여 보자
56
일본영사(日本領使) 영국영사 / 해관(海關)의 세무사(稅務使)를
57
차례(次例)로 찾아가서 / 수작(酬酌)하고 돌아오니
58
공사(公使)의 하인(下人)들이 / 서울로 간다 하니
59
두어 자(字) 편지(便紙) 써서 / 본집에 부쳐 보자
 
60
십사일(十四日) 간다는 배 / 금일(今日)도 안 떠나니
61
여러날 두류(逗溜)ㅎ기가 / 더욱이 답답(沓沓)하다
62
동전 짓는 구경차(求景次)로 / 전환국(典圜局)에 찾아가니
63
처소(處所) 굉걸(宏傑)하고 / 기계(機械)도 정교(精巧)하다
64
저절로 돈 빠짐이 / 비 오는 것같이 되어
65
편시간(片時間) 지은 돈이 / 수(數)를 가량(可量) 못할러라
 
66
십사일(十四日) 미시량에 / 행장(行裝)을 수습(收拾)하여
67
일행(一行)과 한가지로 / 윤선(輪船)에 올라타니
68
본항(本港)의 경무관(警務官)과 / 감니소(監吏所)의 목주사가
69
술 가지고 배에 올라 / 같이 먹고 작별(作別)한다
70
배 이름은 준하환(駿河丸)에 / 제도(制度)가 찬란(燦爛)하나
71
화륜선(火輪船) 제도됨을 / 어찌 다 기록(記錄)할까?
 
72
생래(生來)에 처음 타니 / 마음에 이상(異常)하다
73
풍랑(風浪)이 별로 없어 / 배가 적이 편안하나
74
날마다 이러할지 / 내두(來頭)를 볼지로다
75
종일종야(終日終夜) 항선하니 / 몇 천리(千里)나 지났는지?
 
76
천수(天水)가 상접(相接)하여 / 산(山) 하나 아니 뵌다
77
배가 점점 흔들려서 / 갈수록 더해가니
78
화륜선 어려운 줄 / 이왕(已往)부터 들었으나
79
초행(初行)이라 그러한지 / 과연(果然) 좀 어렵도다
80
작수(勺水)를 불입구에 / 가마니 누웠으니
81
잠간(暫間)이나 운동(運動)하면 / 거의 구역(嘔逆) 날 듯하다
 
82
십육일 사시량(四時量)에 / 부산항구(釜山港口) 다달아서
83
본항관찰(本港觀察) 지석영과 / 수리감리(水理監理) 이상만이
84
선상(船上)으로 찾아와서 / 반가이 인사(人事)한다
85
인(因)하여 하륙(下陸)하여 / 감리소(監理所) 들어가니
86
아침밥을 해다 놓니 / 사흘만에 먹어보자
87
행기(行期)가 총총(怱怱)하여 / 잠시간 돌아보니
88
항구의 즐비(櫛比)함과 / 거민(居民)들의 조정(調定)함이
89
인천항구(仁川港口) 비하며는 / 오히려 나은 모양
90
미시(未時)에 배에 올라 / 도로 행선(行船) 하여 가니
91
선중(船中)의 요동(搖動)함이 / 어제와 한가지라
 
92
십칠일 진시량(辰時量)에 / 장기도(長岐島)에 다달으니
93
예서부터 일본지경(日本地境) / 처음으로 보아보자
94
거민(居民)의 즐비(櫛比)함과 / 물색(物色)의 번화(繁華)함이
95
처음 보는 안목(眼目)에는 / 대도회(大都會)라 이를러라
96
인력거(人力車)를 잡아타고 / 여관(旅館)으로 찾아가니
97
집 제도(制度)와 기명범절 / 심(甚)히도 정결(淨潔)하다
 
98
산천초목 금수(禽獸)들은 / 아국(我國)보다 다름없되
99
절후(節侯)가 매우 일러 / 매미 소리 사면(四面) 나고
100
실과(實果)로 말하여도 / 참외와 복숭아며
101
능금 자두 사과들이 / 품이 또한 아름답다
102
밥이라 가져오니 / 탐탐(耽耽)ㅎ지 아니하되
103
실과며 고기등물 / 오히려 먹겠도다
104
장기지사(長岐知事) 찾아가니 / 관사(官舍)가 웅장(雄壯)하다
105
수어(數語)하고 돌아올 때 / 역로(逆路)에 구경하니
106
이층(二層) 삼층(三層) 높은 집은 / 사면(四面)으로 조잡하고
107
여기 풍속(風俗) 이상하여 / 동리(洞里)마다 절이로다
 
108
절 속에 돌아보면 / 총총(叢叢)히 빗돌인데
109
사람 죽은 시체(屍體)들을 / 절안에 영장(永葬)하되
110
구덩이에 앉혀 묻고 / 그 위로 평토(平土)치니
111
빗돌 하나 눌러 세워 / 무덤 임자 표(標)한게라
112
집집이 화초(花草)치레 / 각색(各色)으로 심었으며
113
골목마다 시전(市廛)들은 / 물건(物件)도 풍성(豊盛)하다
114
시각(時刻) 당(當)해 오니 / 구경을 대강 하고
115
신시(申時)에 상선(上船)하여 / 밤새도록 행선하니
116
풍랑이 더욱 심해 / 위험(危險)하기 짝이 없다
 
117
십팔일 사시량(巳時量)에 / 적마관(赤馬關) 다달아서
118
선중(船中)에서 잠간 쉬며 / 해변(海邊)을 구경하니
119
고기 잡는 어부(漁夫)들은 / 무디 무디 떼를 지어
120
벌거벗고 왕래(往來)하니 / 생애(生涯)가 저러하다
121
어떤 배 보게 되면 / 계집들만 모여 서서
122
저희끼리 노를 저어 / 한 편으로 그물 치고
123
고기 잡는 모양들이 / 사나이나 일반이라
 
124
십구일 신시량(申時量)에 / 신호(神戶)에 다달으니
125
풍랑이 일향(一向) 심해 / 간신(懇辛)히 상륙(上陸)하여
126
정신(精神)을 수습(收拾)하여 / 점사(店舍)에 들어가니
127
예서부터 동경(東京)까지 / 육지(陸地)로 간다 하니
128
화륜선(火輪船) 또 안 탈 일 / 심히도 다행(多幸)하다
129
신호지사(神戶知事) 나와 보고 / 외타(外他)의 제관원(諸官員)들
130
차제(次第)로 나와 보며 / 분분(紛紛)히 인사한다
131
신호(神戶)라 하는 데는 / 아국(我國)으로 이르면은
132
인천항구 같은 덴데 / 지방(地方)의 넓은 것이
133
아국 경성(京城) 주회(周回)보다 / 오히려 넓다 하데
134
인민(人民)의 사는 것과 / 물건의 풍성(豊盛)함이
135
처음 보는 안목(眼目)으로 / 대단히 휘황(輝煌)하다
 
136
집 제도(制度) 찬란함이 / 이층(二層) 삼층(三層) 높이 짓고
137
가로(街路)의 시전(市廛)들은 / 기이(奇異)한 물건(物件)들과
138
다니며 파는 장수 / 거리 거리 연락(連絡)하되
139
무엇이라 외는 소리 / 알아듣기 어려우되
140
가만히 내다 보면 / 분분(紛紛)히 메고 가메
141
얼음장수 얼음 빙자(氷字) / 기름장수 기름 유자(油字)
142
다 각각 등에 그려 / 대강 짐작(斟酌) 하겠더라
 
143
일본(日本)의 규모(規模)들이 / 귀천 상하(貴賤上下) 남녀없이
144
사람 나서 칠팔세(七八歲)면 / 교육(敎育)하기 전혀 힘써
145
소학교(小學校) 대학교며 / 사범학교(師範學敎) 고등학교
146
나라에서 배설(排設)하여
147
날마다 공부함이 / 시각(時刻)을 정(定)하여서
148
잘하고 잘못함을 / 등(等)을 좇아 권장(勸獎)하니
149
이러므로 여기 사람 / 하천(下賤)의 자식(자식)들과
150
장사하는 상천(常賤)들과 / 사환(使喚)하는 계집들도
151
대강 문자(文字) 알아보고 / 수(繡) 놓기 일 등(等) 하니
152
이런 것은 양법(良法)이라 / 진실로 본받을 만
153
신호(神戶)에도 학교 배설 / 네 군데 하였으되
154
한 학교(學敎) 이천인(二千人)씩
155
주위(周圍)가 사십리(四十里)에 / 빈틈없이 집이로되
156
인종(人種)이 워낙 많아 / 용점(容接)하기 어려워서
157
집 우에 집을 지어 / 이층(二層) 삼층(三層) 늘비하다
158
전기등(電氣燈) 켜는 것은 / 집집이 줄을 이어
159
해가 저 황혼시(黃昏時)에 / 기계(機械) 고동 한번 틀면
160
홀연(忽然)히 백주(白晝)되어 / 추호(秋毫)라도 분변(分辨)하며
161
곳곳이 전어 기계(傳語機械) / 십리(十里)며 백리(百里)라도
162
고동을 틀어 놓고 / 기계통(機械桶)에 입을 대어
163
무슨 말을 거기 하면 / 저편에 가 들리어서
164
마주 앉아 수작(酬酌)하듯 / 못할 말이 없다 하데
165
종일(終日) 왕래(往來) 수레소리 / 소나 말이 안 끌고
166
사람이 끌고 가되 / 한 수레 물건(物件)들이
167
서너 바리 가량 되되 / 힘 안들게 운전(運轉)하니
168
길도 워낙 좋거니와 / 일하는 멋 다부지다
 
169
야경(夜景)이 좋다 하니 / 밤에 나가 구경(求景)하자
170
만만 가호 조접(稠接)한데 / 첩사 층영(疊舍層楹) 높은 집에
171
거리거리 시전(市廛)들에 / 줄줄이 켜단 불이
172
백주(白晝)보다 더 밝아서 / 안목(眼目)이 휘황(輝煌)하다
173
인력거(人力車) 탄 사람은 / 남녀노소(男女老少) 귀천 없이
174
길에 덮여 내왕(來往)하니 / 수레 소리 요란(擾亂)하다
175
여기 사람 풍속(風俗)들이 / 낮에는 일을 보고
176
친구 심방(尋訪) 하는 것도 / 밤에 많이 한데 하데
177
분요(紛擾)한 가운데로 / 여기저기 돌아가니
178
조그마한 아이들이 / 우리 보고 이상(異常)하여
179
수십명(數十名)씩 떼를 지어 / 가는 대로 뒤따르니
180
도리어 창피(猖披)하여 / 다니기 극난(極難)하다
 
181
신호지사(神戶知事) 하는 말이 / 수십년전(數十年前) 이 항구가
182
황량(荒凉)한 갈밭 속에 / 십여호(十餘戶) 인가(人家)더니
183
개항(開港)한지 이십년에 / 이처럼 왕성(旺盛)하여
184
금년(今年)의 인구 성책이 / 이십칠만(二十七萬) 된다더라
 
185
방(房)에 앉아 들으면은 / 비파(琵琶) 타고 노래함이
186
처처(處處)에 일어나며 / 집집이 요란(擾亂)하되
187
저희끼리 즐거워서 / 희희낙낙(喜喜樂樂) 하나보다
188
한 마디도 알 수 없어 / 소요(騷擾)할 따름이니
189
구다소설 안위청이 / 이럼을 이름인가?
 
190
여기 풍속(風俗) 이상하여 / 목욕(沐浴)하기 일삼는다
191
목욕간(沐浴間)을 지었으되 / 방(房)처럼 만들고서
192
그 안에 통(桶)을 놓고 / 밖으로 구녕 뚫어
193
석탄(石炭)을 피우면은 / 그 물이 절로 더워
194
그 안에 앉아 하면 / 때 지기가 가장 좋다
195
주인(主人)의 집 처음 드니 / 목욕(沐浴)하라 이르기에
196
입향승속(入鄕承俗) 할 양으로 / 목욕간(沐浴間)에 가서 보니
197
시험(試驗)으로 하여 보니 / 해(害)롭지는 아니하나
198
제일(第一)은 웃으운 것이 / 꽃같이 젊은 계집이
199
사나이 벗고 하는데 / 태연(泰然)히 들어와서
200
온몸을 다 씻기고 / 온갖 시행(施行) 다 해 주며
201
사나이가 보는 데도 / 저도 벗고 목욕하기
202
수치(羞恥)로 아니 알되 / 우리가 보기에 면괴(面愧)하다
203
야만(野蠻)의 풍속이다
 
204
내외(內外) 없긴 고사(固辭)하고 / 이렇듯이 무례(無禮)하니
205
돈견(豚犬)이나 다를소냐? / 여러날 유숙(留宿)하나
206
도리어 지리(支離)하다
 
207
이십삼일 사시량(巳時量)에 / 정상공사(井上公使) 여기와서
208
하룻밤 지체(遲滯)하고 / 아국(我國)으로 나간다데
209
공사(公使)와 한가지로 / 선중(船中)으로 나가 맞아
210
온갖 수작(酬酌) 다마치고 / 내일(來日)은 떠나갈 차례
 
211
이십육일 육로(陸路)로 떠나 / 화륜거(火輪車)를 처음 타니
212
윤거 제도(輪車制度) 어떠한가? / 대강 기록(記錄) 하여 보자
213
방(房)처럼 만들어서 / 한 수레가 삼사간(三四間)씩
214
수십차(數十車)를 연 이어서 / 한 틀에 올려 놓고
215
앞으로 연통(煙筒) 달아 / 석탄(石炭)을 피우며는
216
일시(一時)에 끌리어서 / 살같이 달아나니
217
좌우(左右)에 보는 것이 / 안목(眼目)이 현황(眩慌)하다
218
건듯 건듯 지나는데 / 별것이 다 많은 것
219
수삼십리(數三十里) 대수풀에 / 왕대도 울밀(鬱密)하며
220
큰 들에 연(蓮)을 심어 / 연꽃이 난개(爛開)한 것
221
층암절벽(層岩絶壁) 뚫리어서 / 백척(百尺)이 높아 있고
222
비류직하 삼천척은 / 폭포(瀑布)도 장(壯)하도다
223
일망무제(一望無際) 너른 들에 / 곡식(穀食)이 우거져서
224
농부(農夫)들 모여 서서 / 김 매는 모양들과
225
가다가 드문드문 / 제일 장관(第一壯觀) 무엇인가?
 
226
십리 장강(十里長江) 다리 놓고 / 그 위로 쫓아가니
227
별안간(瞥眼間) 칠야(漆夜) 되니 / 불 켜놓고 가는구나
228
그런 이치(理致) 뚫어내어 / 이처럼 기교(奇巧)하니
229
물역(物役)인들 얼마 들며 / 재주도 놀랍도다
230
신시(申時)에 서경(西京)와서 / 수레에 내려 보니
231
천리(千里)를 왔다는데 / 오륙 시각(五六時刻) 되는구나
232
곤(困)하기도 할뿐더러 / 석양(夕陽)이 되었으나
233
자고서 갈 셈으로 / 술막점에 들어가니
234
기구(器具)도 놀랍도다 / 하룻밤 자고 나서
235
서경 구경(西京求景) 하여보자 / 서경(西京)이라 하는 데는
236
일본국(日本國) 배판(排辦) 후에 / 세세(世世)이 상전(相傳)하여
237
이천여년(二千餘年) 도읍인데 / 기지(基地)도 크거니와
238
물색(物色)이 번화(繁華)터니 / 무진년(戊辰年) 변란만나
239
일시(一時)에 회폭(灰爆)한 후 / 동격으로 천도(遷都)하고
240
등기(等棄)하여 두었더니 / 근년(近年)에 다시 회복(回復)
241
인민(人民)이 번성(繁盛)하여 / 서경지사(西京知事) 하는 말이
242
금년 성책(今年成冊) 하여 보니 / 인호(人戶)가 삼십만(三十萬)에
243
인구가 구십만명(九十萬名) / 시전(市廛)에 각색 물건
244
즐비(櫛比)하기 한량(限量) 없고 / 집집이 생가(笙歌) 소리
245
사면(四面)서 일어나며 / 오입장이 계집들은
246
제 머리 단장(丹粧)하고 / 삼삼 오오(三三五五) 다니는 것
247
그도 참 장관(壯觀)이라 / 여러 만호(萬戶) 넓은 데를
248
어찌 다 구경(求京)하리? / 박람회(博覽會) 한다 하니
249
부득불(不得不) 볼 것이라 / 박람회라 하는 것은
250
각국(各國)의 풍속(風俗)들이 / 세상(世上)에 생긴 물건(物件)
251
갖추갖추 만들어서 / 사십리(四十里) 터를 잡아
252
집부터 지어 놓고 / 각처(各處)의 사람들이
253
다 각각(各各) 모이어서 / 물건(物件)을 만들어서
254
지명(地名) 대로 패를 써서 / 어디 사는 어떤 사람
255
성명(姓名)까지 달아 놓고 / 만냥짜리 천냥짜리
256
물건에다 적어 붙여 / 강처럼 벌여 놓고
257
백여일(百餘日)을 한다 하데 / 날마다 그 안에서
258
남녀 노소(男女老少) 구경군이 / 어깨가 마주 닿아
259
다니기가 극난(極難)하다 / 황제(皇帝)가 거동(擧動)할 때
260
황후(皇后)와 태자(太子)까지 / 두루 다녀 구경(求景)타가
261
좋은 물건(物件) 만나며는 / 만든 사람 성명(姓名)대로
262
중상(重賞)을 준다 하데 / 물건(物件)은 무엇인가?
263
대강 대강 기록(記錄)하자 / 비단으로 말하여도
264
천만층(千萬層) 각색(各色)이며 / 곡식으로 말하여도
265
없는 곡식 못 보겠고 / 물형(物形)으로 말하여도
266
형형색색(形形色色) 기기괴괴 / 구리로 말 만들어
267
사람이 타고 가며 / 구리로 용(龍) 만들어
268
저절로 물 뿜으며 / 금(金)으로 사람 지어
269
천연(天然)히 웃는 모양 / 저절로 기계(機械) 돌려
270
층층(層層)이 돌아 가면 / 천백(千百)가지 기교(奇巧) 함을
271
이루 형언(形言) 못할너라 / 고인(古人)의 서화(書畵)들은
272
쪽쪽이 모았으며 / 사시(四時)에 나는 실과(實果)
273
무엇이 없을소냐? / 달아나는 산 짐승도
274
하나도 안 빠지며 / 날아가는 각색(各色) 새도
275
이름을 다 모를네 / 유리로 집을 짓고
276
그 안에 물을 실어 / 층층(層層)이 칸을 막아
277
각색 고기 다 넣어서 / 작은 고기 큰 고기가
278
꼬리 치는 거동(擧動) 보고 / 바다 속 물건(物件)들도
279
산호(珊瑚) 진주(眞珠) 대모(玳瑁)이며 / 어물(魚物)로 말하여도
280
가지가지 다 있는데 / 전복(全鰒) 하나 물박 같고
281
새우 하나 방석만큼 / 기명관(器皿舘) 돌아 보니
282
금그릇과 은그릇들 / 사기(沙器)로 만든 것도
283
각색 것 다 있어서 / 한가지 값 많기가
284
사오백냥(四五百냥) 된다 하데 / 주먹만한 진주(眞珠) 하나
285
오천원(五千圓) 달라 하데 / 어두운 그뭄밤에
286
그것 하나 들고 가면 / 삼사간(三四間) 밝은 것이
287
낮보다 더 하다니 / 다른 물건 비(比)하며는
288
이게 참말 보배로다 / 천백(千百) 가지 물건들이
289
쓸 것도 많거니와 / 손으로 만들어서
290
기이(奇異)하고 기이한 것 / 재주의 신통(神通)함이
291
조화(造化)를 뺏았으나 / 한번 웃을 따름이지
292
그저 준들 무엇하리? / 그 구경(求景) 다 하려면
293
삼사일(三四日) 된다 하니 / 행기(行期)가 촉박(促迫)하니
294
오래 지체(遲滯) 못할러라 / 궁궐 구경 잠간(暫間)하니
295
제도(制度)가 웅장(雄壯)하다 / 전등 기계(電燈機械) 가서 보니
296
창(倉) 집을 크게 짓고 / 기계를 달아 매고
297
물을 대어 돌리는데 / 사면(四面)으로 줄을 이어
298
거미줄 얽힌 모양 / 서경 일폭(西京一幅) 몇 만호가
299
초혼(初昏)이 되게 되면 / 그 속에서 고동 틀어
300
일시(一時)에 백주(白晝)되니 / 집집이 켜는 사람
301
달달이 세(稅) 낸다데 / 서경(西京) 앞에 장산(長山) 있어
302
그 밖이 대강(大江)인데 / 산 밑을 구멍 뚫어
303
산 속에 석축(石築)하고 / 그리고 물을 대어
304
배 다니게 하였으되 / 가다가 높은 언덕
305
물 떨어져 육지(陸地)되면 / 거기는 기계(機械) 놓아
306
물 있는데 당하도록 / 저절로 배가 가니
307
육지 행주(陸地行舟) 하는 것을 / 여기 와서 참 보겠다
308
일세(一世)가 저물어서 / 여관(旅舘)으로 돌아오니
309
집 주인(主人) 거행 범절 / 내집인들 더할런가?
310
저녁이라 주는 것은 / 먹기가 어려우니
311
풍속(風俗) 따라 그러한 것 / 말하여 무엇하리?
 
312
이십육일(二十六日) 또 떠나서 / 윤거(輪車)로 종일(終日) 가니
313
어제 보던 그 모양들 / 처처(處處)에 구경(求景)이라
314
유시량(酉時量)에 하거하여 / 빈송(浜松) 땅에 다달으니
315
술막 주인(主人) 마침 등대(等待) / 행장(行裝)을 받아 들고
316
제 집으로 인도(引導)하니 / 집 제도(制度)도 정결(淨潔)하다
317
상층(上層)에 올라가니 / 수십명(數十名) 계집 사람
318
일제히 늘어서서 / 절하고 인사(人事)하니
319
여술막 많이 보되 / 이 집처럼 많은 하인(下人)
320
처음으로 보겠으니 / 아마도 대방가(大方家)인가?
 
321
일본(日本)의 풍속(風俗)들이 / 딸 자식 낳아 길러
322
어려서 가르친 후 / 이런 집에 보내어서
323
몇 해든지 사환(使喚)하여 / 손님 접대(接待) 하는 범절(凡節)
324
배우기도 하려니와 / 달달이 월급(月給) 받아
325
그 돈을 모아서 / 시집 가는 밑천 삼고
326
저희 부모(父母) 모르는 체 / 그 아니 고이하랴?
 
327
꽃같이 어여쁜 것 / 십오세 이십세라
328
주인(主人)집에 손이 들면 / 온갖 거행(擧行) 다 하여서
329
방 쓸고 자리 펴며 / 음식 먹는 시중까지
330
전수(全數)히 계집이지 / 사나이는 못 보겠다
331
그 중에도 어떤 계집 / 난잡(亂雜)히 음행(淫行) 하여도
332
수치(羞恥) 됨이 전혀 없어 / 예사(例事)로이 안다 하데
333
일본(日本)의 못된 풍속(風俗) / 점잖은 집 자식(子息)들도
334
시집 안간 색시도 / 음행(淫行)하기 일등(一等)이며
335
사촌(四寸) 누이 혼인(婚姻)하기 / 예사(例事)로 한다 하니
336
금수(禽獸)의 행실(行實)이라 / 말하기 어렵도다
 
337
차의(嗟嘻)라 우리 나라 / 당당(堂堂)한 예절(禮節)로서
338
일시(一時)에 분발(奮發)하여 / 부국 강병(富國强兵) 못하여서
339
저러한 이적(夷狄)에게 / 이처럼 견욕(見辱)하니
340
한심(寒心)하고 분(憤)한 것을 / 말하여 무엇하리?
 
341
저녁밥 가져 옴에 / 곁상까지 벌여 놓고
342
이것 저것 차린 것이 / 상상층(上上層) 대접(待接)이라
343
술막에서 먹던 중에 / 이 집이 제일(第一)이라
344
그러하나 밥값 많기가 / 한 상(床)에 일원(一圓)이라
345
여기도 처음 보니 / 대강 구경(求景) 하여 보자
 
346
저녁 식후(食後) 일어나서 / 큰길로 편행하니
347
불 기구(器具) 장(壯) 턴컨만 / 안광(眼光)이 현황(眩慌)하고
348
간 데마다 여기 사람 / 위지(圍之) 삼겹 둘러서서
349
도리어 창피(猖披)하여 / 오래 구경(求景) 못할러라
350
주인(主人) 집에 돌아오니 / 자리 편 거동(擧動) 보소
351
흰 겉의 비단 금침(衾枕) / 겹겹이 깔았으니
352
생래(生來)에 처음이니 / 참말로 웃을 일이라
 
353
이십칠일 사시량(巳時量)에 / 빈송(浜松)서 이발(離發)하여
354
동경 신교(東京新橋) 다달으니 / 석양(夕陽)이 실했더라
355
한 서기(韓書記) 유 서기(劉書記)가 / 공관(公舘)의 제하인(諸下人)들
356
한가지로 마중 나와 / 마차(馬車)까지 등대(等待)하며
357
경응의숙(慶應義塾) 학생들 / 백여인(百餘人)이 같이 나와
358
면면(面面)이 인사(人事)하니 / 본국(本國) 사람 반가운 중
359
일제히 삭발(削髮)하고 / 일본 복색(日本服色) 한 모양들
360
처음으로 당해 보니 / 놀랍고 한심(寒心)하다
 
361
노상(노상)에서 잠간 수접(酬接) / 공관(公舘)에 들어오니
362
만여리(萬餘里) 타국(他國) 행역 / 금일(今日)이야 마쳤으며
363
무탈(無頉)히 도임(到任)한 일 / 왕령(王令)의 미친 바이라
364
새로 보는 안목(眼目)으로 / 범사(凡事)가 생소(生疎)하니
365
내두(來頭)의 중대(重大)한 일 / 어찌 다 감당(勘當) 할지
366
염려(念慮)가 적지 않아 / 정신(精神)이 아득한 중
367
집 떠난 지 수십일(數十日)에 / 신식(信息)이 막연(漠然)하니
368
내 마음 이러할 때 / 집에서 칠십 노친(七十老親)
369
주야(晝夜)로 염려(念慮) 근심 / 눈으로 뵈오는 듯
370
답답(沓沓)하고 가엾어서 / 방촌(方寸)이 초민(焦悶)하니
371
왕사(王事)가 소중(所重)하나 / 불효는 막심(莫甚)하다
 
372
저녁밥을 가져 오니 / 엉정벙정 떠벌려서
373
오륙(五六)가지 반찬(飯饌)이며 / 갈비까지 구었으니
374
처음이라 이러한지 / 매우 차린 모양이라
375
생숙과 함담 범절 / 맛깔지진 아니하되
376
조선 음식(朝鮮飮食) 입내 낸 것 / 의지(依支)하며 먹을러라
 
377
거처(居處)할 처소(處所)보니 / 이층 누(二層樓) 높은 집에
378
삼사간(三四間) 넓은 방안 / 와상 교의(臥床交椅) 벌여놓아
379
광활(廣闊)하고 통창하다 / 겨울을 당하면은
380
냉지(冷地)는 고사하고 / 외풍(外風)이 응당(應當) 많아
381
견디기 어려울 일 / 지금부터 염려(念慮)로다
 
382
무사(無事)히 도임(到任)한 일 / 외부(外部)에 전보(電報)하니
383
내 집에도 편지(便紙)하여 / 신식(信息)을 전해 보자
384
촉하(燭下)에 대강 적어 / 우편(郵便)으로 보내고서
385
자리에 벗고 누으니 / 오경(五更)이 지났더라
386
여러날 구치(驅馳) 한 중 / 곤(困)하기도 하건만은
387
신지(信地)에 들어오니 / 두루 생각 더욱 많아
388
새벽까지 전전반측(輾轉反側) / 잠 이루기 어렵도다
389
동경(東京)의 배포(排鋪)함은 / 주위(周圍)가 오십리(五十里)니
390
산이 없어 평평한데 / 성(城)은 있고 뭇 없으니
391
성내(城內)의 큰 개천들 / 줄기줄기 통(通)하여서
392
좌우(左右)로 석축(石築)하여 / 그 위에 다리 놓고
393
다리 밑에 배 내왕(來往)들 / 바다로 흘러가며
394
성내(城內)가 십오구(十五區)며 / 한 구(區)에 몇 번지씩
395
곳곳이 공해(公廨)집들 / 양제(洋制)로 지었으니
396
벽돌로만 쌓았으니 / 찬란(燦爛)하고 굉장(宏壯)하며
397
대관(大官)이며 평신(平臣)들이 / 집 치레가 대단(大端)하다
398
사면(四面)으로 통(通)한 길이 / 한결같이 광활(廣闊)하며
399
조그마한 골목들도 / 우리 나라 종로(鐘路) 길만(큼)
400
서발 막대 거침없고 / 평평하고 정결(淨潔)하다
401
길가의 순사(巡査)들은 / 환도(環刀)차고 늘어서서
402
냉니 거객(來人去客) 동정이며 / 수상 종적(殊常蹤迹) 검찰하되
403
잠시(暫時)를 안 떠나고 / 신지(信地)에 서 있다가
404
시각(時刻)이 다한 후에 / 다른 순사(巡査) 체번(替番)하니
405
법령 규모(法令規模)들이 / 이러해야 할 일이라
406
그러므로 이 나라는 / 도적(盜賊)이 적다 하데
407
좌우(左右)의 상민(常民)들은 / 이층 삼층(二層三層) 집을 지어
408
각색 물건(各色物件) 벌여놓고 / 유리창(琉璃窓)을 덮었으되
409
무슨 장사 집이라고 / 문(門) 위에 패를 달며
410
거리거리 음식(飮食) 집들 / 총총(叢叢)히 늘어 있어
411
잠시(暫時) 앉아 음식 먹는 / 방(방) 치레가 대단(大端)하다
412
그 중에도 양요리(洋料理)집 / 사오인(四五人)이 작반하여
413
잠시 먹은 음식값이 / 소불하 삼백냥(三百兩)
414
아국(我國) 사람 규모(規模)로는 / 놀랍고 오활(汙闊)하다
415
여기 사람 꽃을 사랑 / 집집이 화초(花草)이며
416
화초(花草) 길러 파는 사람 / 그 길로 생애(生涯)하며
417
꽃 파는 가게들은 / 각색 화초(各色花草) 태산 같고
418
수레에 꽃을 싣고 / 다니면서 파는 사람
419
각색 실과(各色實果) 푸성귀는 / 아국(我國)이나 일반이되
420
유월(六月)에 감국(甘菊) 피고 / 칠월(七月)에 햇밤 나니
421
절기(節氣)가 틀리는지 / 이런 일은 모를러라
422
왕래(往來)하는 행인(行人)들은 / 거의 다 인력거(人力車)라
423
수레 바퀴 구는 소리 / 백일(白日)의 우뢰 같고
424
장안(長安)에도 철로(鐵路) 놓아 / 마차(馬車)를 끌고 가되
425
한 수레에 수삼십인(數三十人) / 말 두필이 능히 끄니
426
철로이기 그러하지 / 평지(平地)면 되겠는가?
 
427
야시(夜市)라 하는 것은 / 본래(本來) 있는 시전(市廛)외에
428
밤이면은 각색 물건 / 길에다가 벌여 놓되
429
한달에 며칠씩 / 본래 정한 날이 있어
430
우리 나라 장(場) 서듯이 / 위획(違劃)이 없다 하데
431
밤에 길을 나가서는 / 전기등(電氣燈)과 메기등이
432
백주(白晝)나 다름 없어 / 천지(天地)가 통명(通明)한데
433
야시(夜市) 날을 당하면은 / 더욱이 장관(壯觀)이라
 
434
권공장(勸工場) 가서 보니 / 몇 백간 넓은 집에
435
층층(層層)이 올라가며 / 완호지물(玩好之物) 벌여놓아
436
세상(世上)에 생긴 물건(物件) / 각색(各色) 것이 다 있으되
437
한 냥(兩) 짜리 천 냥(量) 짜리 / 다 각각 표(票)를 붙여
438
팔고 사는 사람들이 / 다투는 것 못 볼러라
439
여기 사람 내외(內外) 없어 / 대신(大臣)의 부인(夫人)들도
440
인력거(人力車)나 마차타고 / 큰길에 나다님에
441
꽃같이 젊은이들 / 응장성식(凝粧盛飾) 단장하고
442
떼를 지어 다니는 것 / 의복제도(衣服制度) 이상하다
443
얼굴로 말하면은 / 일색(一色)이 많도다
 
444
오입장이 기생(岐生)들은 / 능라주의(綾羅紬衣) 찬찬의복(燦燦衣服)
445
십오세(十五歲) 이십세(二十歲)에 / 참마로 어여쁘다
446
기생(岐生)들 있는 집은 / 주루화각(朱樓畵閣) 단청하고
447
이층루(二層樓) 높은 집에 / 밖으로 살창하여
448
내인거객(來人去客) 쳐다 보면 / 그 안에서 노는 모양
449
거문고 양금(洋琴) 비파(琵琶) / 갖가지 두드리며
450
일시(一時)에 병창(倂唱)하여 / 노래하는 곡조(曲調)들이
451
무슨 의미(意味) 다 있어서 / 저희끼리 좋아하되
452
언어(言語)를 불통(不通)하니 / 무슨 재미 알겠는가?
453
사나이가 근처(近處) 가면 / 다투어 내달아서
454
아무쪼록 맡으려고 / 유인(誘引)하여 뵈는 모양
455
그것도 장관(壯觀)이나 / 도리어 누추(陋醜)하다
456
외양은 어여쁘다 / 계집 태도(態度) 전혀 없어
457
저렇듯 망측(罔測)하니 / 청보(靑褓)에 개똥이라
 
458
중들의 모양 보소 / 장삼(長衫) 입고 염주(念珠) 메어
459
떼를 지어 다니는 것 / 아국(我國) 중과 일반(一般)
460
의복(衣服)의 호사(豪奢)함과 / 인물(人物)의 호한(好漢)함이
461
평민(平民)에 비하면은 / 얼마가 나아 뵌다
462
불도(佛道)를 숭상(崇尙) 함이 / 본래(本來)도 장(壯)커니와
463
일본(日本) 중의 이르는 것 / 출처(出處)가 있는지라
 
464
옛적의 덕천씨(德川氏)가 / 나라의 권(權)을 잡아
465
온 조정(朝廷)을 채를 잡아 / 위엄(威嚴)이 융숭(隆崇)하니
466
황제(皇帝)는 권세(權勢) 없고 / 덕천씨(德川氏)가 제일이라
467
이름만 황제(皇帝)라고 / 한 구석에 앉혀 놓고
468
위(位)만 높고 녹(祿)만 많아 / 호강할 뿐 여사(餘事) 이요
469
국정(國政)의 대소사(大小事)는 / 덕천씨(德川氏)가 다 할 적에
470
황제(皇帝)가 아들 낳아 / 형제(兄弟)만 되드라도
471
하나 세워 태자(太子) 삼고 / 둘째 아들 자라면은
472
절에 보내 머리 깎아 / 억지로 중 만들어
473
계집을 상관(相關)하미 / 한 번이나 있으면은
474
법으로 죽인다니 / 그 뜻이 다름없이
475
황족(皇族)은 죽게 두어 / 외롭게 만들어서
476
제 권세(權勢) 위함이라 / 황제(皇帝)의 아들로서
477
절에 와서 중 되니 / 조정(朝廷)의 각 대신(各大臣)과
478
각처(各處)의 부자(富者)들이 / 몇 만냥 천 만냥을
479
다투어 시주(施主)하니 / 해마다 뫼는 재물(財物)
480
쓸 곳이 전혀 없어 / 굉장(宏壯)히 절을 지어
481
그 안에서 수도(修道)하며 / 중이라 이름 하나
482
황제(皇帝)의 아들이니 / 이러므로 일본(日本) 중이
483
호한(好漢)하기 한량(限量) 없다 / 궁내성(宮內省) 조회와서
484
황제(皇帝) 진알(進謁)하고 / 국서(國書)를 바칠 차(次)로
485
대궐(大闕)에 나아갈 때 / 궁내성(宮內省)의 한 관원이
486
공사관(公使舘)에 먼저 나와 / 한 가지로 들어갈 때
487
공사(公使)와 참서관(參書官)이 / 궁내성(宮內省) 마차(馬車) 타고
488
서기생(書記生) 뒤따라서 / 중중 궐문(重重闕門) 들어서서
489
합문(閤門) 밖에 하거(下車)하니 / 궁내관(宮內官) 마주 나와
490
앞으로 인도(引導)하여 / 전상(殿上)에 올라 보니
491
외무대신(外務大臣) 국내대신 / 식부(式部)의 제 관원(諸官員)이
492
예복(禮服)을 갖춰 입고 / 차례(次例)로 들어선 것
493
사오십인(四五十人) 되어 뵈니 / 아국(我國)으로 이르면은
494
승지 각신(承旨閣臣) 모양이라 / 황제(皇帝)가 전좌(殿座)하고
495
사행(使行)을 불러 들여 / 전상(殿上)에서 행례(行禮)할 차
496
앞으로 국궁(鞠躬)하여 / 세 걸음씩 나아가며
497
세차례 배례(拜禮)하니 / 황제(皇帝)의 거동(擧動) 보니
498
답례(答禮)는 아니하고 / 교의(交椅)에 앉았다가
499
일어설 뿐일러라
 
500
국서(國書)를 봉정(奉呈)하니 / 황제(皇帝)가 친(親)히 받아
501
일어서서 한번 보고 / 식부관(式部官)을 내어준 후
502
황제(皇帝)의 묻는 말이 / 무사히 들어왔으며
503
대군주 폐하(大君主陛下)께서 / 성체(聖體) 안녕 하옵신가?
504
다른 말 다시 없이 / 인하여 퇴출(退出)할 때
505
다시 세 번 배례(拜禮)하고 / 전각(殿閣)에 나려서니
506
황후(皇后)께 진알차(進謁次)로 / 식부관(式部官) 인도(引導)하여
507
내전(內殿)에 들어가니 / 왕후(王后)가 나와서매
508
다른 사람 별로 없고 / 시녀(侍女) 이인(二人) 뿐일러라
509
앞으로 나아가서 / 처음으로 행례(行禮)하니
510
황후(皇后)의 하는 말이 / 가해(架海)하여 오느라고
511
오죽이 어려우며 / 귀국(貴國)서 떠날 때에
512
대군주 폐하 왕후(王后) 폐하 / 성체 안녕(聖體安寧) 하옵신가?
513
수작(酬酌)을 마친 후에 / 세 번 배례(拜禮) 하직(下直)하고
514
궁내성(宮內省)에 나와 쉬어 / 궁궐(宮闕) 구경(求景) 대강하니
515
궁성(宮城)이 세겹인데 / 성밑마다 해자(垓字)타고
516
궐문(闕門)에 들어서니 / 천세교(千歲橋) 높은 다리
517
무지개 형상(形狀)으로 / 건너질러 놓았으되
518
좌우(左右)의 석난간(石欄干)에 / 난간(欄干) 위에 도금(渡金)하고
519
곳곳이 높은 전각(殿閣) / 구름 위에 솟았는 듯
520
전각마다 전기등(電氣燈)과 / 뜰가운데 광명등(光明燈)은
521
두 세길 높은 것을 / 돌누로 하였으며
522
구리로도 하였으되 / 그 위에 도금(渡金)하고
523
각처(各處) 좋은 화초(花草) / 이루 이름 알 수 없고
524
금으로 용(龍) 만들어 / 뜰 가운데 앉혔으되
525
크기가 인경만하고 / 좌우(左右)로 대좌(對座)하여
526
크기도 하거니와 / 모양이 천연(天然)한 것
527
저절로 물을 뿜어 / 가는 비 쏟아지니
528
삼복지경(三伏之境) 더위언만 / 서늘하기 한량(限量) 없다
529
황제(皇帝)의 처소(處所) 안에 / 수십간(數十間) 넓은 마루
530
화유침향(花乳沈香) 화류자로 / 조각 조각 모아다가
531
무늬 맞춰 놓았으니 / 오채(五彩)가 영롱(玲瓏)하고
532
거울처럼 얼굴 비쳐 / 미끄럽기 대단(대단)하여
533
목화(목화) 신고 다니다가 / 넘어질까 조심된다
534
대강이나 구경(구경)하지 / 자세(자세)히 볼 수 없어
535
여러 관원(관원) 작별(작별)하고 / 관소(관소)에 돌아오니
536
군명(군명)을 받들어서 / 만여리(만여리) 가해(가해)함이
537
오늘날 이 일이니 / 다행(다행)하고 시원하다
 
538
국서(국서)를 바친 후에 / 이 나라 각 친왕(각친왕)과
539
각부성(각부성) 대신(대신)이며 / 조정(조정)의 대관(대관)들과
540
각국의 공사 영사(공사 영사) / 차례(차례)로 찾아보니
541
이러한 승념 중에 / 삼사일(삼사일) 골몰(골몰)하니
542
심히도 괴로우니 / 제례(제례)를 어찌 하랴?
 
543
동물원(동물원)이라 하는 데도 / 각색(각새) 짐승 모아놓고
544
구경(구경)하는 곳이라니 / 거기도 가보리라
545
사면(사면)으로 돌아보니 / 처음 볼 짐승 많도다
546
낙타(낙타)라 하는 것은 / 크기도 영특(영특)한데
547
머리는 말 모양에 / 전신(전신)은 소 같은데
548
잔등에는 턱이 저서 / 가운데가 우묵하니
549
안장(안장) 없이 타고 가도 / 떨어지지 않는도다
550
코끼리 구경(구경)하니 / 생긴 것 이상(이상)하다
551
크기로 말하면은 / 사람의 길 두 벌 되고
552
전신(전신)에 털 난 것은 / 누른 빛과 검은 빛에
553
허리가 육칠(육칠) 아름 / 다리 하나 절구통만
554
입밖으로 이가 나와 / 좌우(좌우)로 뻗힌 것이
555
크기는 홍두깨만 / 희기는 눈 같도다
556
코라고 하는 것은 / 입 위로 늘어저서
557
기둥만큼 굵은 것이 / 땅에 철철 끌리다가
558
무엇을 먹으려면 / 코로다가 끌어다려
559
입으로 넣는 모양 / 손놀림과 방불(방불)하다
560
저처럼 큰 짐승을 / 쇠사슬로 발을 매어
561
꼼짝을 못하여서 / 박힌 듯이 서 있도다
562
여우라 하는 것은 / 개 같이 생겼는데
563
뛰놀며 장난함이 / 교활(교활)도 하여 뵌다
564
곰의 모양 어떻든가? / 미련한 것 천연(천연)하다
565
낮잠 자는 모양 보니 / 사람처럼 누었으며
566
여러놈 코를 골아 / 대들보가 울렁울렁
567
발바닥과 발톱 난 것 / 천연(천연)히 사람 모양
568
이러므로 이르기를 / 웅장(웅장)이라 하나보다
569
토끼들도 볼만하다 / 큰 놈과 작은 놈이
570
서로 뛰며 노는 모양 / 경망(경망)도 하여 뵌다
571
전신(전신)이 샛빨갛고 / 두 귀를 반짝 든 것
572
그림에서 보았더니 / 이제 정말 보겠도다
573
사슴들 모인 곳은 / 자웅(자웅)이 섞여 있어
574
저희끼리 장난하되 / 그 중에 뿔난 것은
575
한자나 되는 것이 / 머리 위에 흐늑흐늑
576
이리저리 넘어지되 / 대가리를 가만두니
577
거기 사람 하는 말이 / 뿔을 위해 그런다데
578
작지 않은 짐승이나 / 다리도 가늘도다
579
노루라 하는 것은 / 개보다 조금 큰 것
580
보기에 순한 것이 / 어여쁘게 생겼도다
581
전신(전신)이 누른 고(고)로 / 노루라 하였는가?
 
582
야저(야저)라 하는 것은 / 황소보다 더 큰 것들
583
우리 나라 돼지나 / 모양은 일반(일반)이되
584
사납고 날내기가 / 사람을 해(해)한다데
585
면양(면양)이라 하는 것은 / 크기도 하거니와
586
전신(전신)에 털이 나서 / 눈빛과 한가진도
587
손으로 눌러 보면 / 주먹이 묻히어서
588
춘추(春秋)로 털을 베도 / 예란 듯이 난다 하니
589
양융(양융)이라 하는 것이 / 그 털로 짠 것이다
 
590
산 호랑이 처음 보니 / 참말로 무섭도다
591
쇠로다 우리 지어 / 그 속에서 다니다가
592
갑갑하여 못 견디어 / 뛰어가고 싶으든 차
593
사람들 둘러서니 / 별안간(별안간) 용(용)을 쓰고
594
아가리를 딱 벌리고 / 등장(등잔) 같은 눈을 불려
595
한 마디 우헝 소리 / 산천(산천)이 진동(진동)한다
596
그 옆에 표범 있어 / 한가지로 뛰노는데
597
호랑이나 일반(일반)이되 / 털빛이 좀 다르도다
598
저러한 용맹(용맹)으로 / 어찌하여 붙들려서
599
우리 속에 갇혀 있어 / 마음대로 못 다니니
600
네 신세 생각하니 / 도리어 가련(가련)하다
601
삯이라 하는 것은 / 그 옆에 두었는데
602
주둥이는 뾰족한 것 / 독(독)하기도 하여 뵌다
603
원숭이놈 거동(거동) 보소 / 참말로 장관(장관)이라
604
사람을 대하여서 / 천연(천연)히 앉는 모양
605
말을 못해 그러하지 / 내달아 수작(수작) 할 듯
606
얼굴 모양 된 것 보면 / 이목구비(이목구비) 붙은 것이
607
분명(분명)히 사람이니 / 그 아니 고이하냐?
608
잣 한줌을 던져 주니 / 손으로 집어다가
609
입에 넣고 깨물어서 / 낱낱이 껍질 벗겨
610
우물우물 씹는 모양 / 짐승이라 안 하겠네
611
일본인(일본인) 거기 서서 / 무엇이라 소리 한 즉
612
별안간(별안간) 일어서서 / 부채를 찾아 들고
613
너푼너푼 춤 추는 것 / 참말로 우습도다
614
원숭이 사람입내 / 이전(이전)에도 보았으되
615
얼마나 가르쳐서 / 저렇듯 잘 하는가?
616
고양이와 족제비며 / 쥐 중에도 하얀 쥐들
617
조선(조선) 것에 비하면은 / 모양이 다 다르고
618
말 한 필 매어놓고 / 천리마(천리마)라 이름하되
619
시험(시험)을 못했으니 / 알 수가 있겠는가?
620
나는 새 두는 집은 / 수십간(수십간) 넓은 집을
621
간간이 사이 막아 / 철망(철망)을 얽어 치고
622
한 간(간)에 한가지씩 / 다 각각 두었으니
623
원앙(원앙)새 비취(비취)새며 / 뻐꾹이와 딱따구리
624
말 잘 하는 앵무(앵무)새며 / 춤 잘 추는 학(학) 두루미
625
속설(속설)에 들었더니 / 눈으로 당해 봄에
626
앵무(앵무)새 어여쁘되 / 말 하는 것 못 듣겠고
627
학(학) 두루미 하는 거동(거동) / 춤 춘다고 할만하다
628
공작(공작)새 모양 보니 / 전신(전신)에 오색 영롱
629
아국 군복(아국군복) 공작우들 / 꼬리만 보았더니
630
산 모양 처음 보니 / 기이(기이)하게 생겼도다
631
허다(허다)한 새 이름을 / 어찌 다 기록(기록) 할까?
632
뜰 가운데 수십간(수십간)을 / 연못 타 저수(저수)하고
633
그 위에 철망(철망) 씨워 / 물새 두는 곳이라니
634
오리와 기러기며 / 거위와 백로(백로) 등물(등물)
635
그 속에서 우물우물 / 다 각각 물장난들
636
반일(반일)을 구경(구경)하니 / 그 역시(역시) 속연(속연)이라
637
일세(일세)가 차모(차모)하니 / 관소(관소)로 돌아가자
 
638
금각사(금각사) 좋다 하니 / 거기도 구경(구경) 가자
639
동구(동구)를 찾아가니 / 십리 장곡 유수(유수)한데
640
좌우(좌우)로 한결같이 / 삼목(삼목)이 울밀(울밀)하고
641
시내가 굽이처서 / 잔잔(잔잔)히 흘러가며
642
깍아지른 석벽(석벽)들은 / 길길이 솟았는데
643
면면(면면)이 글자 삭여 / 주홍으로 전차(전차)하여
644
이렇듯 높은 석벽(석벽) / 저처럼 만들 적에
645
재물(재물)인들 얼마 들며 / 인교(인교)도 신통(신통)하다
646
보보(보보)이 들어가니 / 집 전형(전형)이 멀리 뵌다
647
일백(일백) 새 우는 소리 / 수풀 속에 요란(요란)하며
648
어지러운 경쇠 소리 / 구름 속에 나 보이니
649
절 구경(구경) 하기 전에 / 경개(경개)가 심히 좋다
650
문 앞에 다달아서 / 집 제도(제도)를 돌아 보니
651
어림에 천여간(천여간)이 / 일평(일평)에 그득하다
652
중문(중문)을 들어가니 / 주승(주승)이 나와 맞아
653
합장 배례(합장배례) 하는 모양 / 예절(禮節)이 분명(분명)하다
654
앞으로 인도(인도)하여 / 상좌(상좌)를 붙여 주고
655
차(차)를 들고 앞에 오니 / 향취(향취)가 진동(진동)한다
656
여기 저기 돌아가며 / 각처(각처)에 구경(구경)하니
657
법당(법당)이 칠팔(칠팔)군데 / 웅장(웅장)하게 지었도다
658
그 중의 한 법당(법당)은 / 삼층(삼층)으로 높이 지어
659
기둥 도리 석가래며 / 문짝이며 바람벽을
660
금(금)으로 온통 하여 / 광채(광채)가 찬란(찬란)하니
661
이러므로 이름하기를 / 금각사(금각사)라 하였더라
662
무뢰배(무뢰배)들 욕심 내어 / 간간(간간)이 긁어 가니
663
연심 세월(연심세월) 긁어간 것 / 우묵우묵 하였으니
664
인심(인심)의 불량(불량)한 것 / 피아국(피아국)이 다름 없다
665
법당(법당)마다 큰 부처에 / 오백 나한(오백나한) 늘어앉고
666
중들의 모양 보면 / 조선(조선) 중과 흡사(흡사)하다
667
남승(남승)이 천여명(천여명)에 / 여승(여승)이 사오백명
668
시각(시각)을 정해서 / 날마다 예불(예불)하니
669
인경 소리 세 번 나매 / 중들이 모여드니
670
장삼(장삼)을 떨쳐 입고 / 백팔 염주(백팔염주) 목에 걸고
671
구석구석 나와 모여 / 차례(차례)로 늘어앉아
672
오십간 법당(오십간법당) 속에 / 그 속으로 하나 되니
673
수효(수효)의 많은 것을 / 이루 알 수 없겠도다
674
금향로(금향로) 향불 피워 / 향내가 촉비(촉비)하고
675
금쟁반에 홍보(홍보) 덮어 / 좌우(좌우)로 놓았으며
676
스승이 올라앉아 / 무엇이라 가르치니
677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 소리 / 일시(일시)에 병창(병창)하여
678
앉아서도 절을 하고 / 서서도 절을 함이
679
백번(백번)인지 천번(천번)인지 / 이루 수(수)를 알 수 없다
680
한 시각(시각) 마친 후에 / 도로 다 흩어가니
681
주승(주승)이 새로 인사(인사) / 별당(별당)으로 맞아들여
682
과자(과자)와 채소 등물 / 정결(정결)하게 접(접) 한다
683
여기 와서 절 구경(구경)을 / 여러 군데 하였으되
684
이처럼 굉장(굉장)한 것 / 오늘날 처음 본다
685
이러므로 금각사(금각사)가 / 일본(일본)에도 첫째라데
 
686
금일(금일)은 선부주 / 기일이라
687
만리(만리) 밖에 몸이 있어
688
참사(참사)를 궐(궐)했으니 / 국사(국사)가 소중(소중)하나
689
사정(사정)에 창모(창모)함을 / 견디기 어렵도다
690
범기일(범기일)과 또 달라서 / 삼년후(삼년후) 첫 제사(제사)니
691
오늘날 우리 자친(자친) / 나를 생각 더욱 하심
692
멀리서 뵈오는 듯 / 절박(절박)한 정사로다
 
693
맹아원(맹아원) 있다 하니 / 가서 구경 하리로다
694
소경과 벙어리를 / 남녀(남녀) 없이 모아놓고
695
학교(학교)를 배설(배설)하여 / 글자도 가르치며
696
글씨 쓰고 수(수) 놓기와 / 온갖 물건(물건) 만드는 것
697
능란(능란)히 다 잘 하니 / 눈 밝고 말 잘 한들
698
이 밖에 더할소냐? / 사람을 교육(교육)함이
699
병신(병신)도 아니 버려 / 이처럼 도저(도저) 하니
700
본받을 만한 일이라 / 소경을 앉혀 놓고
701
글자를 가르치되 / 대그릇과 채그릇을
702
만져가며 만들어도 / 구멍 뚫고 깍은 것을
703
틀림업시 다 잘하며 / 벙어리를 가르치되
704
교사(교사)가 일러 주면 / 말 대답은 못하여도
705
눈치로 알아들어 / 글자 쓰고 수 놓는 것
706
우여시(우여시) 다 잘하별 / 벙어리 계집들은
707
오색(오색) 실로 수(수)를 놓아 / 온갖 짐승 온갖 꽃
708
찬란(찬란)히 그려내니 / 벙어리라 하는 것은
709
거의 다 귀가 먹어 / 말 못하고 듣지 못해
710
소경보다 더한 것을 / 각색(각색) 것 가르칠 때
711
손으로 형용(형용)하면 / 눈치로 알아들어
712
이처럼 깨달으니 / 기이(기이)하고 신통(신통)한 것
713
거짓말 같도다
714
조선(조선) 말에 이르기를 / 벙어리 전갈(절갈) 타고
715
조막손이 빨래하며 / 소경이 집 본단 말
716
억설(억설)로 들었더니 / 이것을 보게 되면
717
일마다 당(당)하여서 / 못할 것 있겠는가?
718
혼인 예절(혼인예절) 들어보니 / 신랑 신부(신랑신부) 의혼할 때
719
중매(중매)가 소개(소개)하여 / 두 집에서 완정(완정)한 후
720
좋은 날 가리어서 / 그 날을 당(당) 하면은
721
신부(신부)의 부모 양친 / 신부를 거느리고
722
신랑(신랑) 집에 먼저 오되 / 부모(부모) 없는 신부면은
723
일가 중(일가중) 대신 오고 / 일가(일가)도 없는 사람
724
타인(타인)을 얻어서도 / 부득불(부득불) 온다 하며
725
방(방) 속에 배설(배설)하되 / 아무 음식(음식) 안 차리고
726
상(상) 하나 들여 놓고 / 그 위에 놓은 것은
727
곤포(곤포)가 한 접시며 / 오징어가 한 접시오
728
사기분(사기분)에 솔 심어서 / 한 가운데 들여놓고
729
그 아래 보(보)를 펴고 / 거북 한쌍 마주놓고
730
옛적 한 사람이 / 내외(내외)가 해수(해수)하여
731
사나이는 일백세(일백세)요 / 부인(부인)은 구십세(구십세)
732
두 노인(노인) 화상(화상) 지어 / 좌우(좌우)로 앉혀 놓고
733
한편으로 신랑(신랑) 앉고 / 그 옆에 신랑 부모(신랑부모)
734
한편은 신부(신부) 앉아 / 그 옆에 신부 부모(신부부모)
735
중매(중매) 장이 사나이는 / 그 가운데 앉으면은
736
십여세(십여세) 어린 계집 / 의복(의복)을 단장(단장)하여
737
좌우(좌우)로 다니면서 / 술잔을 거행(거행)하되
738
술 한잔 가득 쳐서 / 중매(중매) 장이 먼저 주고
739
또 한잔 가득 쳐서 / 신부(신부) 앞에 가져 가면
740
신부가 반(반)을 먹고 / 그 잔(잔)을 채워 쳐서
741
신랑(신랑) 앞에 가져 가면 / 신랑 또한 반쯤 먹어
742
그리하기 세 번 하면 / 성례(성례) 했다 한다더라
743
일가 친척(일가친척) 다 모여서 / 그 이튼날 잔치하되
744
모양 보아 하는 사람 / 여러 천원(천원) 든다 하니
745
이러므로 형세(형세) 없이 / 장가 들기 어렵다데
746
경창(경창)에 나가보니 / 동경(동경)서 오백여리
747
수석(수석)의 좋은 경개(경개) / 청량(청량)한 곳이로다
748
근일(근일) 같은 심한 더위 / 도무지 모를너라
749
십여(십여) 길 높은 폭포(폭포) / 소리도 좋거니와
750
은빛 같은 물줄기에 / 석양(석양)이 조요(조요)하여
751
떨어져 흐르는 곳 / 금광(금광)이 뛰어나고
752
첩첩(첩첩)한 수음(수음) 속에 / 매미소리 어지럽다
 
753
임진년(임진년) 우리 원수 / 왜장(왜장)의 평수길(평수길)이
754
여기서 살던 집터 / 지점(지점)하여 가리키니
755
여러 백년(백년) 왕사(왕사)이나 / 분(분)한 마음 절로 난다
756
조선창(조선창) 가서 보니 / 화륜선(화륜선) 짓는 데라
757
처처(처처)에 집을 짓고 / 각색장인(각색장인) 늘어앉아
758
곳곳이 기계(기계) 놓고 / 쇠와 나무 재작(제작)함에
759
풀무라 하는 것이 / 집채보다 더 큰 속에
760
석탄(석탄)을 가득 피워 / 그 속에 쇠를 넣어
761
잠시간(잠시간) 불려내면 / 독만한 쇠마치가
762
기계(기계) 한번 누르면은 / 저절로 두드려서
763
안반 같은 쇳조각을 / 간간(간간)이 금을 그어
764
조각 조각 오려냄에 / 두부 베는 모양이라
765
온갖것 하는 것이 / 이처럼 다 쉬우니
766
눈으로 못 본 사람 / 믿기가 어렵도다
767
화륜선(화륜선) 고치는 것 / 게도 또한 가서 보자
768
바다가 물리는 데 / 벽돌로 석축(석축)하여
769
배 하나 들어오게 / 가운데 문을 내고
770
배를 그리 끌어들여 / 문을 닫고 봉(봉)하면은
771
물 한 점이 못 들어오고 / 그 속에 있는 물은
772
무자위를 여럿 달아 / 편시간(편시간) 펴내면은
773
산같이 큰 윤선(윤선)을 / 기계(기계) 위에 달아매길
774
힘 안들고 올라감이 / 검불이나 다름 없다
775
어디가 상(상) 했던지 / 고칠 것 다 고치면
776
도로 땅에 내려놓고 / 수문(수문)을 열어놓아
777
편각간(편각간) 물이 들어 / 그 배가 떠나가니
778
이전(이전)에 듣던 말과 / 조금도 다름 없다
779
경개(경개)도 매우 좋고 / 구경(구경) 할 것 많거니와
780
사무(사무)가 다단(다단)하니 / 오래 두류(두류) 할 수 없어
781
하룻밤 유숙(유숙)하고 / 관소(관소)로 돌아오다
782
홍엽관(홍엽관)의 연회 배설 / 편지(편지)하여 청(청) 했기로
783
오라는 시각(시각) 쫓아 / 어두운 후 찾아가니
784
홍엽관(홍엽관) 이라 함은 / 놀이하는 정자(정자)로다
785
집 제도(제도) 찬란(찬란)하고 / 경개(경개)가 매우 좋다
786
음식(음식)을 승비하여 / 배반(배반)이 낭자(낭자) 하며
787
거문고 가야금과 / 북 장구 생황(생황)까지
788
일시(일시)에 두드려서 / 풍류(풍류)가 잦은 들
789
곡조(곡조)를 알지 못해 / 요란(요란)할 뿐 여사이요
790
꽃같이 젊은 기생(기생) / 의복(의복)을 갖춰 입고
791
삼삼오오(삼삼오오) 춤추는 것 / 그도 또한 장관(장관)이다
792
그 춤이 무슨 춤인가? / 속을 몰라 몰자미(몰자미)라
793
광수의(광수의) 떨쳐 입고 / 머리에 화관(화관) 쓴 것
794
복식(복식)이 찬란(찬란)하니 / 아국 기생(아국기생) 흡사하다
795
연파후(연파후) 돌아오니 / 오경(오경)이나 되었더라
796
일본지방에 부(부)가 셋이니 / 동경부 서경부 대판부요
797
현(현)이 사십이현부며 / 군(군)이 팔백 이군이라
798
부와 현에 지사(지사) 있고 / 군(군)에는 장(장)이 있어
799
치민(치민)하고 송사(송사)함이 / 각기 소장(소장) 다 있으며
800
전답(전답) 구실 받는 것은 / 국내(국내)의 전답(전답)들이
801
일평 이평(일평이평) 땅을 재어 / 그 중에도 호부(호부) 보아
802
천원(천원) 짜리 백원(백원) 짜리 / 다 각각 값을 정해
803
정부(정부)에서 문서(문서) 주면 / 그 문서(문서)로 매매(매매)하되
804
값을 한번 정해 주면 / 가감(가감)이 다 없어
805
백원(백원) 짜리 땅이면은 / 일년 세납(일년세납) 이원이라
806
사람 사는 집터들도 / 본래 정한 값이 있어
807
한 사람 사는 집이 / 천원(천원)짜리 터이면은
808
일년(일년)에 세납(세납)함이 / 이백오십원(이백오십원) 이라 하여
809
각색(각색) 장사 각색 장인 / 정(정)한 세납 다 있어서
810
세(세)라도 위명(위명)함을 / 도무지 통계(통계)하여
811
정부(정부)에 이 현(현) 세입 / 팔천만원(팔천만원) 된다 하데
812
군사(군사)의 정예(정예)한 것 / 육해군(육해군) 각각 있어
813
육군(육군)이 이십오만 / 해군(해군)이 십일만명
814
대신(대신)의 아들부터 / 평민(평민)의 자식(자식)까지
815
십구세(십구세) 되던 해에 / 의례(의례)히 군정(군정) 박되
816
남의 집 맏아들과 / 신병(신병) 있는 사람 외에
817
군안(군안)에 실린 후에 / 학교(학교)에 연습(연습) 한 후
818
현역(현역) 사년 예비(예비) 삼년 / 후비(후비) 삼년 외비(외비) 삼년
819
십이년 사역후(사역후)에 / 도로 놓아 보내어서
820
농사(농사)하고 장사함을 / 임의(임의)로 하다가서
821
나라에 큰일 있어 / 군사(군사)가 부족(부족) 하면
822
몇 만명(만명) 몇 천명(천명)을 / 백성중(백성중)에 뽑아내도
823
이왕(이왕)에 익힌 기예(기예) / 모두 다 일등 병정(일등병정)
824
이러므로 일본 백성(일본백성) / 군사 복색(군사복색) 아니하고
825
장사하고 농사(농사) 해도 / 속으로는 다 군사(군사)라
826
황태자(황태자)의 존귀함과 / 황족(황족)의 친왕(친왕)들도
827
교장(교장)의 기예(기예) 배울 때 / 군사(군사)와 한 가지로
828
존귀지별(존귀지별) 전혀 없어 / 무단(무단)히 항례(항례) 하니
829
그 뜻이 다름 없어
830
병권(병권)의 중(중)한 것을 / 신하(신하)를 안 주고
831
황족(황족) 이 잡으려고 / 연골(연골)부터 기예(기예) 배워
832
대장지경(대장지경) 닦는다데
 
833
사람 죽어 장사(장사) 함이 / 괴이(괴이)하고 이상(이상)하다
834
여기 사람 풍속(풍속)들이 / 친상(친상)을 당(당)하여도
835
소리를 크게 하여 / 우는 법 없다 하며
836
의금(의금)과 관곽(관곽)들이 / 명색(명색)은 다 있어서
837
염습(염습)하고 입관(입관)하나 / 시신(시신)을 앉혀 놓으니
838
관(관)이라 하는 것이 / 우뚝한 궤짝이라
839
행상(행상)하는 구경(구경)하니 / 대낮에 나가는데
840
조군 바탕 같은 것을 / 칠팔인(칠팔인)이 높이 메고
841
그 위에 관(관)을 놓아 / 가리우도 아니하여
842
종이로 연꽃 지어 / 쌍쌍이 들고 가고
843
그 외에 다른 것은 / 아무 것도 못 보겠고
844
그 위에 오는 사람 / 상제(상제) 명색 여부없이
845
인력거(인력거) 하나 타고 / 사오십인(사오십인) 따라가니
846
일가(일가)와 친척(친척)이며 / 정다운 친구(친구)라데
847
산상(산상)에 올라가서 / 장작을 쌓아 놓고
848
그 위에 관(관)을 놓아 / 불 놓아 사른 후에
849
해골(해골)만 약간(약간) 추려 / 절 안에 갖다 묻어
850
아무리 무덤이라 / 빗돌로 눌러 세우면
851
장사(장사) 했다 이름하고 / 기일(기일)이 돌아와도
852
제사(제사)는 안 지내고 / 일년(일년)에 한번씩을
853
좋은 날 가리어서 / 절에 가서 불공(불공)하니
854
이것이 다름없어 / 불도 숭상(불도숭상) 하는 바라
【원문】日本遊覽歌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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