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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임종은 찬란하고 아름다워야한다고 나는 주장해왔다. -벌과 꽃과 녹음과 하늘과 태양과-이런 좋은 것들을 보다 더 좋고 아름답게, 느끼고 또 그리고 이때까지 창조한 자기의 예술중에 가장 웃듬되는 예술을 느껴야 하리라고 생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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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李孝石씨는 그러한 아름답고 멋진 임종을 못하였다고 들었다. 누구보다도 찬란하고 아름다운 임종을 하리라고 믿었든 그는 꽃도, 벌도 사랑도 애인도 다 모르는 채, 의식을 잃은채 가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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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모다 그의 죽엄을 아깝다고 말한다. 재주가 있으니까, 아깝다는 사람도 있고 나이가 어리니까 아깝다는 사람도 있다. 물론 재주가 아깝고 나이가 아깝다마는 그보다도 아까운것은 그보다도, 분한 것은 사랑도 예술도 별도 꽃도 다 모르는 채 임종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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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럴수가 있을까. 그대로 그 정신대로 임종을 마칠수 있었드라면 그의 호사스런 감정은 구름같이 피여올라서 하늘에라도 믿첬을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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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옛날 씨가 가장 빈곤한 생활을 하든때에 씨와 알게 되었다. 씨는 壽松町에 썻房을, 얻어 있었고 우리는 淸進町에 조고마한 살님을 차려잇든 때였다. 씨와 우리는 날마다 하로에 두 세번씩 만날수 있는 사이였다. 흔이는 그의 房이나 우리의 가난한 집에서 만났으나 茶집에도 가고 극장에도 가섰으며 또 때로는 그는 아주 뒷골목 10錢 均一食堂에도 갓든 일이 있섰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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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츰이면 세수만 집에서 하고 이 10錢 均一食堂을 찾는때가 많았다. 음식물과, 때와 먼지와 이런것들로 얼룩진 초라한 나무 식탁에서 그는 밥과 반찬의 맛, 운운은 단념하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예술을 이야기하기에 여념이 없더라는 말을 어느 친구에게서 들었다. 구질브레한 현실이였으나, 그의 감정은 안개나 구름같이 호사스런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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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세는 못낼망정 달빛 새여드는쪽 들창을 열어놓고 기타-줄에 유행가를 눌르며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일도 그이였길래 하였을 것이고, 군색한 생활이면서 피아노를 사디레, 쇼팡과 친한 것도 그이였길래 허용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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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겨울이든가 부다. 무슨 일로 평양에 갔을때, 초록색 휘장을 거두고 피아노를 구경시켜주며 그는 달이 뜨든 밤, 기타-줄 눌르는 때와 똑같은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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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쇼팡을 치는데 겨우 알것같어요, 내가 안해에 배워주구 안해가 애들 가르치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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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격렬한 어성이 아니다. 꼭 輪廓과 같은 음성이다. 마는 지금 내 귀ㅅ가에 그때 그 음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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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강렬한 음향보다 더 요란히 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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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이다. 부인이 병원에 입원하섰다는 편지를 주고, 그 뒤로 또 곧 이여 부인이 한 번만 꼭 만나지다고하니 날더러 平壤에 왔다가라는 편지를 보내였다. 나는 끝내 못가고 말았다. 부인이 세상떠났다는 비보를 받았을때 나는 애통한 생각보다 미안한 생각에 견딜 수 없었다. 세상떠난 뒤라도 한 번 가서 미안한 마음을 풀려고 해 오면서 아직 못가고 있는때 이번엔 孝石씨의 부음을 받았다. 내 이 두분에게 죄스런 생각을 어디메 호소하면 좋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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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으로 내다뵈는 저 언덕우에 수풀이 저처럼 푸르고, 들창아래 芍藥이 저처럼 향기러운데 온갖것을 다 버리고 온갖 것을 다 모르는 채 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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