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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순사가 동양의 대현이라는 맹자님과 어떤 혈통의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또 우리 나라 명재상 맹고불이 맹정승과는 제 몇대손이나 되는지, 혹은 아무것도 안되는지, 그런 것은 상고하여 보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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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 십 년에, 집안 여편네 유똥치마 하나 못해 준 주변에, 헐 말이 무슨 헐 말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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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왕의 순사 아낙에 세 가지 특색이 있으니, 가로되 언변 좋은 것, 가로되 건방진 것, 가로되 옷 호사 잘하는 것이라고. 실로 이 계집의 허영으로 인하여, 순사들이 얼마나 더 악착히 ‘순사질’을 하였음인고. 맹순사의 아낙 서분이도 미상불 언변 좋고, 똑똑하고(즉 객관적으로 바꾸어 치면 건방지고) 하기로는 좀처럼 남에게 질 생각이 없으나, 오직 옷 호사 한가지만은 어엿이 고개를 들 자신이 와락 없었다. 천하에 순사의 아낙 되어 옷 호사를 못하다니, 유감이 깊을지매. 자못 동정스런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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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분이가 순사의 아낙으로 옷 호사에 자신이 없다는 것이 결단코 서분이 스스로의 무능한 소치거나 과실이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 소위 칼자루 십년에⎯실상은 팔 년이었다⎯팔 년 순사에, 집안 여편네 유똥치마 한 벌도 해주지 못할 지경으로, 남편 맹순사란 위인이 지지리 주변머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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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바로 후에 칼을 풀어놓았고, 그래서 시방은 순사 적이라는 것이 이미 옛말같이 된 터이었지만, 그러니 놓친 찬스를 두고두고, 심하여는 임종하는 자리에까지 내내 미련겨워하기를 마지 아니하는 것이 항용 아녀자의 넓지 못한 속…… 해서 오늘 아침만 하여도 하찮은 일로 시초가 되어, 쫑쫑대고 생동거리고 하던 끝에 필경은 나오는 것이 그 유똥치마의 푸념이요 주변 없음의 공박이요 하였던 것 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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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옷은 그대지 많이씩 장만해 무얼 하는구? 입구 벗을 꺼면 고만 아냐? 난참, 여자들 그러는 속 모르겠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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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조용한 말씨다. 이와 정반대로 서분이의 음성은 높고 가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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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벗을 옷이 어딨어? 날 언제 옷 해줬길래, 옷 많이씩이냐는 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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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해필 임자가 옷이 많다는 게 아니라, 보통 여자들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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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살두 좋으이. 날 같으믄 입이 꽝우리 구멍이래두 헐 말 없겠네. 바보, 빈충이, 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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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여편네 옷 한가지 어엿이 못 채려 내놓는 사내가 무슨 사내값에 가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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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도루 순사 댕겨서, 유똥치마두 해주구, 깜장 낙타 두루마기두 해주구 양단저구리두 해주구, 백금시계도 사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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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따위 주변에 순살 두 번 아냐 골백번 댕겨보지. 유똥치마커녕 거지치마 한감 얻어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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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허.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었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하고나, 이런 노래 들어보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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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요 괘니. 인전 돈두 몇푼 남은 거 없구, 무얼 가지구 살림은 해나가랄 텐구? 낼 모리믄 쌀 남구 들여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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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맹순사는, 식후에 피워 물었던 담배를 재털이에 비비고는, 출입할 채비를 차리려고 푸스스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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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렸던 하늘이,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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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분이는 올에 스물다섯, 새파란 젊은 색시였다. 열일곱에, 서른 살 난 맹순사의 후취로 시집을 왔었다. 맹순사는 그 전해에 상처를 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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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분이는 그의 호릿하고 가냘픈 외형대로, 성질도 날카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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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신경질이요 요망스런 부류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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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은 그러한데다 겸하여 나이 많은 남편의 황차 후취요 하니, 응석을 삼아서도 남편한테 포달을 떨고, 볶아대고, 버르장머리 없이 굴고 하염즉은 한 노릇이었다. 맹순사는 그것을 잘 받아주고. 맹순사는 나이 서른 여덟이었다. 열세 살이나 어린 아낙이 딸자식 같아서 더욱 귀여웠다. 자식이고 계집이고 간에 귀여우면, 흉이 흉이 아니요, 흉도 이쁜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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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순사는 내일 모레가 사십이다. 사람이 나이 사십이 되느라면, 속이 대개는 썩을 대로 썩고, 모나던 성질이 둥그러지고 하여, 감정생활이 누그러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 나이가 시키는 외에 맹순사는 타고난 천품이 본시도 유한 인물이었다. 웬만한 일에는 성 같은 것이 나지를 아니하였다. 남에게다 나의 의견이나 고집을 굳이 세우러 들 줄을 몰랐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래지지도 않거니와, 그럴 필요를 느끼지도 아니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남과 시비와 갈등 같은 것이 생기는 일이 드물었다. 좋게 말하면 원만이요, 사실대로 말하면 반편스럽고 지조없고 무능이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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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뭏든 그런 성질의 그런 남편이고 보매, 아낙이 아무리 포달을 떨고 볶아대고 구박을 하고 하여도, 좀처럼 맞서서 언성을 높여 탄하고 싸우고 하는 법이 없었다 아낙은 기를 쓰고 싸우자고 . 대들어도, 시종여일하게 한 목소리 한 낯으로 순순히 대껄을 하고 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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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간, 내가 그만침이나 청백했기망정이지, 다른 동간들 당했단 소리 들었지? 누구는 맞아죽구, 누구는 집에다 불을 지르구, 누구는 팔대리가 부러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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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스스 일어서다가, 비 오는 뜰을 이윽히 내어다보면서, 맹순사는 곰곰이 그렇게 아낙을 타이르듯 한다. 서분이에게는, 그러나 그런 소리가 다 말 같지도 아니한 소리요 억지엣 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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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가네모도상은 그렇게 들이 긁어먹구두, 되려 승찰 해서 부장이 된 건 어떡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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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만 생각허믄 뱃속은 무척 편하겠수. 여주루 내려갔든 기노시다상넨, 이살 해오는데, 재봉틀이 인장표루다 손틀 발틀 두 개에, 방안짐이 여덟 개에, 옷이 옥상옷만 도랑꾸루 열다섯 도랑꾸드래요. 그리구두 서울루 뻐젓이 와서 기계 방아 사놓구 돈벌이만 잘 허믄서, 활개 펴고 삽디다. 죽길 어째 죽으며, 팔대리가 부러질 팔대린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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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글쎄 다 불한당질루 장만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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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에서 꼬록 소리가 나두, 만날 청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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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사람이 청백하면, 가난해두 두려울 게 없는 법야, 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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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순사는 마침내 양복장 문을 연다. 연방 청백을 뇌던 끝에, 이 양복장을 보자니 얼굴이 간지러웠다. 유치장 간수로 있을 때에, 가구장수 하나가 경제범으로 들어와 있었는데, 서분이가 쪽지 한 장을 그에게다 주어달라고 졸랐다. 못이기는 체하고 전해주었다. 그런지 이틀 만에 이 양복장이 방 웃목에 가 처억 놓여진 것을 보았으나, 그는 내력을 물으려고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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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점 안에서 떼어 입은 대마직 국민복은 양복장보다도 조금 더 청백 순사를 얼굴 간지럽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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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가을, 좋지 못한 풍문이 들리는 파출소 건너편의 양복점에서 마추어 입은 것이었다. 공정가격 32원 각순데, 양복을 찾아들고는, 지갑을 꺼내는 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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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었다. 지갑에는 돈이라야 3원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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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점 주인은, 온 천만에 말씀을 다 하신다면서, 어서 가시라고 등을 밀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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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복장이나 양복은 한 예에 불과하고, 팔 년 동안 순사를 다니면서, 그중에서도 통제경제가 강화된 이삼 년, 육십 몇원이라는 월급으로는 도저히 지탱해 나갈 수 없는 생활을 뇌물 받는 것으로써 보태어 나왔다. 몇십 원씩, 돈 백 원씩 쥐어주는 것을, 사양하다가 못이기는 체 받아넣기 얼말는지 모른다. 자청해 주는 것을 따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쉰 때면 그럴싸한 사람을 찾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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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대접을 받기는 실로 부지기수였다. 쌀, 나무, 고기, 생선, 술 모두 다 그립지는 아니할 만큼 들어도 오고, 청해다 먹기도 하고 하였다. 못해 주었네 못해 주었네 하여도, 아낙의 옷감도 여러 번 얻어다 준 것이었었다. 공교로이 그 유똥치마만은 기회가 없고서 8∙5가 덜컥 달려들고 말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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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는 작은 것이나마 뇌물을 먹지 아니한 것이 아니면서도, 스스로 청백하였노라고 팔분의 자신이 있었다. 맹순사의 생각엔 양복벌이나 빼앗아 입고, 돈이나 몇십 원, 돈 백 원 받아 쓰고, 쌀 나무며 찬거리나 조금씩 얻어 먹고, 술대접이나 받고 하는 것은 아무나 예사로 하는 일이요, 하여도 죄될 것이 없고, 따라서 독직이 되거나 죄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적어도 독직이나 죄가 되자면, 몇만 원 집어먹고서 소위 팔자를 고친다는 둥, 허리띠를 푼다는 둥의 수준에 올라야 비로소 문제가 되는 것이었었다. 맹순사는 몇만 원은커녕, 한 번에 백원 이상을 얻어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고로 맹순사는 스스로 청백타 하던 것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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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동간들은 가만히 눈치를 보면, 열에 아홉은 들뭇들뭇한 한몫을 보고 늘어져 만 원짜리 집을 사느니, 오십 석 추수의 땅을 양주에다 사놓았느니, 상사회사를 꾸며가지고 대주주가 되어 사직하고 나가느니 하였다. 맹순사는, 나도 제발 그런 거리가 하나 걸렸으면…… 하다못해 집 한 채 살 거리라도 좀 걸렸으면…… 하고 초조와 더불어 연방 그런 구멍을 여새겨 보았었다. 그러나 어인 일인지, 한번도 걸리는 적이 없었다. 그래서 끝내야 쓰레기판만 뒤지다가, 소위 청백한 채로 칼을 풀어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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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덩치를 먹을 욕심과 기대가 있기는 하였으나, 그 의사는 문제가 아니었다. 아뭏든지 큰 것을 먹지 아니하였으니, 따라서 부자가 되지를 아니하였으니, 나는 청백하였노라, 이것이 맹순사의 청백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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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비를 우산으로 가리면서, 맹순사는 군정청 경찰학교로 향하였다. 품에는 진작부터 써가지고 다니던 지원서와 이력서가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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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직후, 줄곧 누가 몽둥이로 후려갈기는 것만 같아서, 으슥한 골목을 지나느라면 시퍼런 단도가 옆구리를 푹 찌르는 것만 같아서, 예라 사람 감수하겠다고 칼을 풀어놓기는 하였었다. 그러나 그것이나마 직업을 잃고 나니, 하루하루 다가든다는 것이 반갑지 아니한 생활난이었다. 아까 아낙이 하던 말이 아니라도, 수중에 돈냥 있는 것은 거진 밑바닥이 보이고, 비로소 쌀 나무 들일 길이 막연할 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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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돈도 흔하고, 일거리도 많고, 퍽이나 풍성풍성한 것 같았다. 그러나 순사밖에 다닐 줄 모르는 전 순사 맹아무에게는 그리 수월이 딴 직업이 천신되어지지를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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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도적질이 그뿐이니 무가내하로다. 쯧, 세상도 새세상이니, 설마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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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렇게 단념 같은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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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도 정복도 패검도 다 옛것이요, 완장 한 벌로써, 해방조선의 새 순사가 된 맹순사는 ✕✕파출소로 가기 위하여 종로를 동쪽으로 걸었다. 팔 년이나 다닌 경험자라서, 그 경험을 증명할 만한 몇마디 테스트를 하더니, 그 당장 채용을 하였고 ✕✕경찰서로 배속을 시켰다. 그리고 이튿날 출근을 하였더니, ✕✕파출소에 근무를 하라는 영이어서 시방 그리로 가고 있는 참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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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순사와 꼭같이 차리고 하였건만 맹순사는 웬일인지 우선 스스로가 위엄도 없고 신도 나는 줄을 모르겠고 하였다. 만나거나 지나치는 행인들의 동정이, 전처럼 조심하는 것 같은, 무서워하는 것 같은 기색이 없고, 그저 본숭만숭이었다. 더러는 다뿍 적의와 경멸의 눈초리로 흘겨보기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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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체포도 아니하고, 위협도 아니하고, 뺨 같은 것은 물론 때리지 못하게 되었고 하니, 전보다 친근스러하고 안심한 얼굴로 대하고 하여야 할 것인데, 대체 웬일인지를 모르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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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먼 사람, 불쌍한 사람한테 못할 짓도 많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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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지금 와서 푸대접 받아도 한무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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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인데, 한때 잘들 해먹었으니 인제는 그 대갚음도 받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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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파출소에 당도하였다. 여기서 맹순사는, 백성들이 순사를 멸시하는 눈으로 보는 연유를 또 한 가지 발견하여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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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파출소 안으로 들어서는 소리에, 테이블에 엎드려 졸고 있다가 놀라 깨어, 고개를 번쩍 드는 동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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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다시금 짯짯이 그를 바라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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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때기에 있는 붉은 점이 아니더라면, 얼굴 같은 딴 사람인가 하였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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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순사는 금년 봄, 시방 사는 홍파동으로 이사해 오기까지 여섯 해를 눌러, 사직동 그 집에서 살았다 그 . 행랑에 노마네가 전 주인때부터 들어 있었고, 왼편 볼때기에 붉은 점이 박힌 노마는 열두 살이었다. 근처의 삼 년짜리 학원을 일 년에 작파하고서, 저무나 새나 우미관 앞에 가 놀다간, 깃대도 받아주고 삐라도 뿌려주고 하는 것이 일이요, 집에 들어와서는 어멈 아범한테 매맞기가 일이요 하였다. 조금 더 자라더니, 우미관패에 들어가지고, 밤거리로 행패를 하고 다녔고, 사람을 치다 붙잡혀간 것을 몇 차례 놓이게 하여주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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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는 계면찍은 듯, 그러나 일변 반갑기도 한 듯, 싱글싱글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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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됐읍니다, 나리. 많이 점 가르켜 줍쇼,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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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시킴이리라. 맹순사는 내색을 아니하고 소탈히 그러면서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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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것이 다 순사니, 수모도 받아 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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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하여서, 기록 같은 것을 죄다 대신 하여주기가 성가시기는 하였으나, 그 대신 순 같은 것도 제가 다 돌고, 사사 심부름도 시원시원 하여주고 하여서, 옛노마를 부리는 양 실없이 해롭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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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 주일 노마순사를 하인삼아, 맹순사는 편안한 영감 노릇을 하였다.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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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순사가 다른 파출소로 옮아가고서, 새로 뽑힌 후임자가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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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 때에 겪음이 있는지라, 이런 궁금한 생각을 하면서 신문을 보고 앉았는데, 철그럭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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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소리와 더불어 한 장한이 척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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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놀라면서, 하마 뒤로 나가 자빠질 뻔하였다. 머리가 있는 대로 곤두서는 것 같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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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동간은 맹순사를 더 잘 알아보았다. 그는 그 흉악한 상호를 싱긋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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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 상성을 했나? 얼음판에 자빠진 황소 눈깔처럼, 눈만 끄머억허구 앉어서…… 남이 인살 하면 대답을 해야 아니해? 적어두 새조선의 경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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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세…… 살인강도, 무기징역수 강봉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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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맹순사가 경찰서에서 ✕✕유치장 간수를 볼 때에, 이 강봉세가 살인강도질을 하고 붙잡혀 들어왔었다. 맹순사는 반 년이나 그를 간수하였다. 그러느라고 아주 숙면이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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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 안에서 담배를 달라고 야료를 하여서, 낮번을 하던 간수가 점심과 저녁을 굶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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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세는 밤번으로 들어온 맹순사더러 밥을 달라고 졸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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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다 조르다, 성이 나가지고는 이를 북북 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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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두구 보자. 사형을 아니 받구서 무기증역이래두 살다가 요행 다시 세상구경을 하게만 돼봐라. 네놈의 배때긴 칼루 푹 찌르면 뀌여지지 말란 법 있대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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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패검을 뽑아 배를 푹 찌르는 것만, 푹 찌르는 것만 같아, 하루종일 간이 콩만하였다. 다시 순사 된 것을 못내 후회하면서, 어서 시간이 되기만 기다렸다. 그 몇 시간이 하마 십 년 감수는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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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헐떡거리며 집으로 돌아온 맹순사는, 정복 정모와 패검을 보따리에 싸놓고 사직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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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니, 과부 아니 된 것만 천행으루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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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범, 정치범만 석방을 하라니깐, 살인강도꺼정 말끔 다 풀어놨으니, 그놈들이 그래 심청이 그래야 옳담? 심청머리가 그리구서야 전쟁에 아니 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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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루…… 칼 차구, 정복 정모 잡숫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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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뻐젓이 사령장꺼정 받은 진짜 순사드랍니다요. 당당헌 경찰학교 졸업생이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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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으찌우? 그럼 인전 순사헌테두 맘 못 놓겠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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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야 예전 순사라는 게 살인강도허구 다를 게 있었나! 남의 재물 강제루 뺏어먹구, 생사람 죽이구 하긴 매일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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