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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 배를 만드신 이충무공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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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2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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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 배를 만드신 이충무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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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전 신년호에는 기차를 발명한 영국 사람 스티븐슨 어른의 이야기를 좀 하였는데 그 이야기가 문제와 같이 그 어른의 보드라운 애정을 말한 것이 되여 여러분의 마음에 스티븐슨 어른도 그와 같이 부지런하고 물건을 사랑하고 재주 있고 오누이 사이에 애정이 지극하였고나하고 매우 감동은 하였겠지만 기운이 팔팔 뛰는 여러분으로서는 또 다시 좀 활기 있는 이야기가 듣고 싶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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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러면 이번은 세계에서도 제일 먼저 거북배(龜船)를 발명하고 전쟁 잘하고 글 잘하고 활 잘 쏘고 그러고도 마음은 다시없이 착하신 그런 어른의 고집 센 어렸을 때 일을 좀 이야기하여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그 어른은 누구이실까요? 자! 여러분 중에 그 어른을 아시는 이가 누구누구이십니까? 모르시는 분이 있다면 그야말로 우리의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 어른이 조선 어른 이충무공(李忠武公) 이신데 우리 조선 사람으로 그런 어른을 모른대서야 말이 됩니까? 그러면 이번은 이 이야기를 듣고 꼭 머리 속에 담아두기로 약속합시다. 그러면 인제 이야기가 나옵니다. 잘 들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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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무공의 원이름은 순신(舜臣)씨이고 지금으로부터 한 300여 년 전에 우리 조선에 계시던 어른인데 임진왜란 난리 때에 바다싸움 잘하기로 세계에 이름이 높이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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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어른이 어렸을 때부터 이웃집 아이들과 뛰놀고 장난만 하는데도 으레 진을 치고 싸움 싸우는 흉내를 내되 반드시 규칙을 지키어 조금이라도 틀리면 용서 없이 벌을 주고 잘하는 이는 칭찬을 하여주어 누구나 그 엄연하고 공평한데는 탄복치 아니할 이가 없었습니다. 그러고 원래 그 어른의 자격이 나중에 이름날 장수가 될 재목이라 어려서부터 그와 같이 싸움 싸우는 법을 연습하고 또는 활쏘기 말달리기에 밥 먹기를 모를 만치 열심히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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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 어른은 아주 그런데만 정신 빠져서 글도 모르고 지식도 없는 무식쟁인가 보다고 의심하실 이도 있을는지 알 수 없지만 웬걸요 게다가 글까지도 잘하여서 그 어른의 지으신 글이 지금도 몇 권 책으로 전하야 내려오고 무슨 연구성도 매우 많아서 남모르게 물 속으로 살살 돌아다니어 저쪽 적군의 군함을 달칵달칵 엎어놓고 때려 부수는 거북배-지금 말로 하면 물 속으로 다니는 잠수정을 세계 어느 나라 누구보다도 맨 먼저 발명하여 가지고 바다 싸움에 잘 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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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것도 그 어른이 글 읽던 시절 아주 나이 적었을 때의 이야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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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 집이 그렇게 넉넉지도 못하고 또는 그 집 부형들이 그때 높은 벼슬도 한 이가 없음으로 세상에서 별로 아는 이도 없고 더구나 그때 이름난 사람이 찾아오는 이는 볼래야 볼 수가 없어서 충무공 댁에는 아무 일 없이 한가하였답니다. 그래 충무공은 이따금 집 뒷산 벌판에 가서 활도 쏘아보고 말도 달려보고 하시다가는 내려와서 글 읽는 것이 날마다 그의 공부이었습니다. 널따란 벌판에 마음대로 활발하게 말 타는 공부 활 쏘는 공부를 하고 맑은 바람에 땀을 씻어가며 집으로 내려오면 뜰 앞에 꽃도 피고 나뭇잎도 떨어지는 봄날 가을날에 삽살개가 꼬리를 치며 반가워하며 덤빌 제 충무공의 마음과 기운은 얼마나 기쁘고 유쾌하고 활발하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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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는 충무공이 집에서 높은 목소리로 글을 읽고 있었더랍니다. 그랬더니 마침 그때 병조판서 - 지금으로 하면 한 육군대신이나 되는 이율곡이라는 어른이 지나다가 그 글 읽는 소리를 들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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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율곡이라는 어른 역시 범상찮은 어른이라. 사람 잘 알아보기에는 아주 조화가 붙었다고도 할만했습니다. 충무공의 글소리가 그 귀에 들리자 아마 이상했던 모양 이여요 보지도 않고는 이 아이가 필연코 나중에 크게 될 인물이라 한번 만나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던 행차를 머무르고 하인을 시켜서 충무공을 한번 불러 오랬습니다. 하인은 멋도 모르고 충무공 댁으로 들어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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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감께옵서 잠깐 나와 주십시사고 여쭤 오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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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말을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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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이 같으면 대감소리에 그만 겁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르고 지금 사람 같으면 군수 면장 하나가 어째어쨌다며 머리를 굽실대고 야단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담배 될 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셈으로 훌륭한 인물 될 이충무공이라 웬걸요 대감의 명령이라는 전갈 앞에도 눈 하나 깜짝 아니하고 글만 읽다가 다 끝난 뒤에야 책을 딱 덮어놓고는 엄연한 얼굴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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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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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다시 물어 보았습니다. 하인은 기가 죽어서 공손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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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 대감께옵서 잠깐만 오셔주십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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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며 대답했더니 충무공은 장히 뻣뻣한 고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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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이 보실 터이면 와 보시든지 말든지 하실 일이지…… 나는 대감을 가 뵈올 까닭이 없다고 여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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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는 딱 거절을 해 버렸습니다. 하인은 하도 어이가 없으나 두말을 못 하고 율곡 대감께 돌아가서 그 말씀을 여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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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선생님은 조금도 노여워 아니 하시고 일부러 찾아 들어가 충무공을 보셨다합니다. 알고 보니 성 같고 본 같은 일가 간이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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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은 어려서부터 그와 같이 엄하고도 고집이 굉장하였지만 그의 마음은 지극히 얌전하고도 착하시어 군사를 데리고 싸움을 나갈 때라도 반드시 어려운 일은 몸소 하시고 쓴 일 단 일 할 것 없이 같이 하셨습니다. 그럼으로 전쟁을 할 때에도 장수와 군사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하여 싸우기 때문에 몇 십번이나 위태로운 싸움에도 한번 져 본 일이 없이 이기고 이기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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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입니까 그 어른은 그렇게 바쁘고 괴롭게 전쟁에 돌아다닐 때라도 집안사람이나 일가친지 가운데 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눈물을 줄줄 흘려가며 서러워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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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온 나라 사람을 생각하시기를 자기 몸같이 아시어 바람만 세게 불거나 비만 오래 아니 와도 ‘아- 흉년이 들면 우리 조선 사람이 어떻게 사나!’하시고 매우 걱정하시더니 그 어른은 필경 전장에서 싸우다가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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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른은 얼마나 마음이 고운 중에도 고집이 그와 같이 굉장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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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처음 약속대로 잃지 말고 모두 기억해두기로 합시다. 다음에는 재미있는 이 오성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원문】거북 배를 만드신 이충무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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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6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