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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고(蒙古)의 박타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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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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蒙古[몽고]의 박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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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일본] 이야기에는 참새라 하여서 그래도 좀 어떨까 하셨겠지마는, 몽고의 것에서 제비란 말을 듣기까지 하시면, 이제는 선뜻 그것이 우리의 박타령이 아니냐고 하실 이가 많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땅이 전라· 경상도의 경계가 아니요, 사람이 흥부· 놀부가 아니요, 초상집에 춤추고 불붙는데 부채질하는 것만 보이지 않고, 첫 박 둘째 박 차례차례 타는 대로 사람의 욕망을 골고루 만족하게 해 주는 갖은 물건이 골고루 나오는 대문은 없지마는, 日本[일본]의 두 마누라와 몽고의 두 색시가 하나는 흥부요 하나는 놀부임은 대체 의심 없지 않을까요. 돈냥 받는 맛에 代[대]볼기를 맞으려고 官家[관가]를 향해 들어가는데 벌겋게 새로 칠한 紅箭門[홍전문] 창살을 쳐다보고 「에이 그 놈 사람 많이 잡아먹었다」하는 것 같은 寸鐵殺人[촌철살인], 작아도 苦椒[고초] 값을 하는 조선적 驚句[경구]가 이어 인차 내달을 법해도, 〈興夫傳[흥부전]〉박타령은 결국 조선만의 것이라 할 수는 없읍니다. 우선 日本[일본]에도 있고 몽고에도 있는 것 같은 이야기가 조선에도 있구나 할 밖에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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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는 이야기를 日本[일본]의 갈개발로 끌어온 것이 좀 미흡하니, 몽고의 古談[고담] 또 하나를 들추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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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머니가 딸 넷을 데리고 사는데, 막내딸은 아직 젖먹이이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친정으로 가더니, 어둑어둑해서 돌아와서는 방으로 들어와서, 캄캄해도 불을 켜지 않고 막내딸을 데리고 그냥 뒷방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러더니 조금 있다가 무엇인지를 우두둑 우두둑 깨물어 먹는 소리가 나므로, 세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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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어머니 무엇을 잡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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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은즉, 어미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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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밭에서 캐 가지고 들어온 무우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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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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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들도 좀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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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하나 내어주는 것을 보니 무우가 무엇이냐 분명 끝의 동생의 새끼 손가락이었다. 응 큰일 났군, 어머니가 아니라 귀신 할멈이 들어와서 끝의 아이를 벌써 잡아먹었구나 하고 놀랍고 무서워서 형제가 그만 집에서 뛰어나와 도망을 가는데, 나올 적에 쇠가죽으로 만든 큰 줄을 가지고 나왔다. 어머니가 뒤쫓아 나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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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들 있거라, 차례차례 잡아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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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따라오므로 도망할 수도 없고 하여 그만 큰 나무 위로 올라가버렸다. 어멈이 나무 밑까지 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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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어떻게 해서 나무를 올랐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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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늘, 세 아이가 대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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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우리는 이 쇠가죽을 붙잡고 올라왔소. 어머니도 올라오려거든 이 줄을 내려보낼 것이니 그 동그랗게 맨 속에 들어서 붙잡고 올라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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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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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 줄을 내려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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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늘 위에서 탁 내리쳐서 올가미 든 속에 그 할미의 머리를 옭아 넣어서 셋이 당기었다 늦추었다 하여서 그만 그 할미를 죽여버렸다. 그래서 세 아이가 나무로서 내려와서, 그 죽은 시체를 나무 밑에 파묻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파묻은 자리에서 며칠 뒤에 커다란 白菜[백채]가 한 포기 났다. 또 얼마 뒤에 荒貨[황화]장수 한 사람이 이 색시네 집에 와서 실이나 바늘이나 가위·쪽집개 사지 아니하려오 하다가, 곁에 탐스러운 白菜[백채]가 난 것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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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白菜[백채]를 내게 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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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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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검정실하고 흰실하고를 주면 바꾸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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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말대로 하고 그 장사가 이 白菜[백채]를 뽑아서 궤짝에 넣어 짊어지고 갔다. 한참을 가노라니까 등에 짊어진 白菜[백채]가 말을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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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네가 짊어진 것이 네 어미이다. 네가 네 어미를 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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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거늘 이상하여 내려놓고 본즉, 궤짝 속에 넣었던 白菜[백채]는 간 곳이 없고, 늙은 할머니가 들어 있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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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가 이렇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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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함께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 대접을 착실히 하고, 저는 항상 등짐장사로 나가 다니었다. 그런데 이 할미가 집에 와서 있은 뒤로 洞里[동리]의 어린 아이들이 하나 둘씩 나날이 없어지므로 모두들 이상한 일이라고 하였다. 하루는 장사가 어둑해서 집으로 돌아오니 아랫목에서 어멈이 무엇인지 먹고 있으므로 가만히 가서 본즉, 냄비에 어린애를 삶아 놓고 먹고 곁에 또 어린애 하나가 놀고 있거늘, 이것 큰일 났다, 우선 저 어린애를 살려 내야지 하고, 그 아이를 훌쳐 안고 집 밖으로 나가서 뺑소니를 하였다. 귀신 할미가 쫓아 나오면서 저녁 밥을 거기 놓아라 하고 그냥 뒤를 따르니, 일이 몹시 착급하여 제가 가졌던 가락지를 내어 던진즉, 냇물이 되었는데 귀신 할미가 그것을 집어서 손에 끼매 냇물이 없어지고 또 잡히게 되었다. 이제는 할 수 없다 하고 가졌던 거울을 내어 던지매 거울이 변하여 허허바다가 되고, 그 할미가 거기 빠져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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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이야기가 있읍니다. 이 이야기도 과히 귀에 서투르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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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이나 흥부처럼 타령에까지 들어서 어른·아이 귀에 젖지는 않은 것이지마는, 누구든지 어렸을 때에는 다 한 번씩 들었던 일이 어슴프레하게 기억 속에 자국을 내고 있을 것입니다.
【원문】몽고(蒙古)의 박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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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