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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朝鮮)과 서양(西洋)과의 설화상(設話上) 교섭(交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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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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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조선]과 西洋[서양]과의 設話上[설화상] 交涉[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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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이야기가 서양에도 있다 하며 조선의 콩쥐 팥쥐가 <그림 동화집>에도 있다 하면 기이하게 생각하실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방이 멀리 떨어져 있고 시대가 오래 틀리는 사이에, 생게망게한 이야기가 서로 일치하는 예는 이 밖에도 퍽 많습니다. 이른바 口碑[구비]로 그냥 돌아다니는 것뿐 아니라, 여러 백천 년 전의 문헌에까지 실려 있어, 꼭 이 나라의 옛날 것으로만 아는 것도 그 밑을 캐어 보면 의외의 방면에 그 동생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조선과 서양과의 설화상 교섭이 먼 옛날부터 존재한 것을 재미 있게 증명하는 一例[일례]를 <삼국유사>라는 옛날 문헌에서 들추어 보겠읍니다. 곧 신라의 제四八[사팔]대인 景文大王[경문대왕]의 일이라 하여 거기 적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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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본래 제四七[사칠]대 憲安大王[헌안대왕]의 사위로, 왕에게 아들이 없어 그 位[위]를 받게 된 자인데, 왕위에 오른 뒤에 왕의 귀가 문득 늘어나서 당나귀 귀같이 되니, 왕후와 宮人[궁인]들도 다 모르고 오직 幞頭匠[복두장](감투 만드는 사람) 하나가 이런 줄을 알되, 평생에 감히 사람을 보고 이 이야기를 하지 못하다가, 그 사람이 죽을 임시에, 道林寺[도림사] 竹林中[죽림중] 無人處[무인처]로 들어가서 竹[죽]을 향하여 소리지르기를 「우리 상감 귀는 당나귀 귀와 같다」고 하여, 그 다음부터 바람이 불면 대에서 「우리 상감 귀는 당나귀 귀와 같다」는 소리가 나거늘, 왕이 이것을 미워하여 대를 베고 山茱萸[산수유]를 심었더니, 바람이 불면 다만 소리가 나되 「우리 상감은 귀가 길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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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것이 있읍니다. 그런데, 이것과 뼈대 똑 같은 이야기가 머나먼 희랍의 고대 신화 중에 발견되니, 신기하지 않겠읍니까.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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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Midas) 王(왕)이 박쿠스(Bacchus) 神[신]의 선생 겸 장인인 실레누스(Silenus)를 보호해 준 공으로 박쿠스 신에게 손에 닿는 것이 모두 황금으로 변하는 신통력을 얻었다가, 식탁을 대하매 떡과 술까지 손이 닿는 대로 황금이 되어서 자칫 하다가는 굶어 죽겠으므로, 다시 박쿠스 신에게 애원하여 이 신통력을 없애버리고, 이로부터 미다스왕이 재물의 貪心[탐심]과 호사하는 버릇을 버리고, 시골로 가서 살면서 森林神[삼림신] 판의 숭배자가 되었다. 한편 판 神[신]이 膽大[담대]하게 琴神[금신] 아폴로더러 음악 내기를 하자고 청하여 山神[산신] 트몰루스(Tmolus)의 심판하에 경기를 하는데, 트몰루스가 심판석에 나가매 근처 수목을 베어버려서 소리가 잘 들리게 하였다. 군호를 따라서 먼저 판이 피리를 부는데, 그 상스러운 음률에 당자와 거기 會同[회동]해 있던 충실한 부하인 미다스 왕이 호기 등등하였다. 이때 트몰루스가 아폴로 神[신]에게로 고개를 돌리니 모든 수목이 그와 한가지 다 그 쪽을 향하였다. 아폴로가 일어났다. 머리에는 월계수 테를 쓰고 몸에는 다색 들인 큰 옷을 걸쳤다. 左手[좌수]에 竪琴[수금]을 가지고 右手[우수]로 그 줄을 울렸다. 트몰루스는 그 미묘한 음률에 정신이 황홀하여서 즉시 琴神[금신]이 이긴 것을 선언하였다. 누구든지 옳다고 하는 중에 다만 미다스 왕 한 사람이 크게 불평하여 트몰루스의 심판에 항의를 제출하였다. 이것을 보고는 아폴로 신이 이 따위 타락한 귀를 사람의 모양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 귀를 부쩍 잡아늘여서 기다랗게 하고, 그 안팎에 털이 나게 하고 또 귀 밑이 움직여지지 않게 하였다. 얼른 말하면 당나귀 귀하고 조금도 다르지 않게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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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 왕은 이 變故[변고]에 꼴이 아주 사나와졌다. 그러나 이것은 숨길 수 있는 일이니 다행이라 하여, 커다란 幞頭[복두] (감투)를 만들어 써서 남이 모르게 하였다. 그래도 그 상투 틀어 주는 사람만은 이 비밀을 알 수 밖에 없으므로, 嚴截[엄절]히 신칙하기를, 결코 이런 말을 外泄[외설]하지 말라, 말이 나면 엄벌을 당하리라고 일러 두었다. 그러나 상투장이는 이런 비밀을 잠잠하고 있을 수 없어서, 목장으로 나가서 땅에 구덩이를 하나 파고, 그 속에 입을 대고 이야기를 하고는 다시 흙을 그러덮었다. 얼마 아니가서 거기 갈대가 무더기로 나서 차차 자라며 미다스 왕의 비밀을 지껄이기 시작하였다. 그때부터 시방까지 바람이 갈잎을 건드릴 때 족족 「미다스는 당나귀 귀를 가졌다」는 소리를 속삭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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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희랍에뿐 아니라 더 먼 애급 지방에도 이 비슷한 이야기가 있읍니다. 나일 강반에 시방도 행하는 민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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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亞歷山[아력산](알렉산더) 大王[대왕]의 귀가 길어서, 그것을 숨길 양으로 머리를 길게 길렀다. 이 비밀을 아는 이는 대왕의 전속 이발사뿐이었는데, 이발사가 이런 줄을 알면서 남에게 누설하지는 못하여 혼자 속이 답답하였다. 견디다가 못하여, 어느날 가만히 들 밖으로 나가서 물레방아에게 가만히 이런 말을 하였다. 이때로부터 물레방아가 「亞歷山大王[아력산대왕]의 귀, 亞歷山大王[아력산대왕]의 귀」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돌게 되어 시방까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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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 있읍니다. 애급에서는 물레방아 도는 소리에 붙여서 이야기를 한층 실제 방면으로 활동시킨 셈입니다.
【원문】조선(朝鮮)과 서양(西洋)과의 설화상(設話上) 교섭(交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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