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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석정해변(叢石亭海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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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8
나혜석
1
哀話 叢石亭海邊[애화 총석정해변]
 
 
2
再昨年(재작년)여름이엿다. 帝展出品[제전출품] 準備次준비차로 獨行[독행]의 行李[행리]를 차려가지고 名勝地[명승지]인 叢石亭漁村[총석정어촌]을 차자가서 土房[토방]을 한 間[간] 定[정]해가지고 二朔間(이삭간) 起居[기거]하고 잇섯다.
 
3
낫에도 혼자 밤에도 혼자 드러와도 혼자 나가도 혼자 내 生活[생활]은 單調[단조]하엿다. 저녁 여울은 넘을넘을 넘어가 붉은 하날이 희여지고 흰 하날이 검어가 멀니 번이는 水波[수파]도 보일낙말낙하며 水平線[수평선]은 흐려지고 만다. 나의 것는 발자취는 모래 우에 움숙へ 드러가고 바다물은 발밋흐로 철석 탁 처왓다가 물러가고 다시 닥처왓다가 다시 물너간다.
 
4
나는 업시 출넝거리는 바다물을 讚美[찬미]하엿다. 거긔는 낫에 와글へ하든 漁夫[어부]들과 참새와 갓치 지저귀는 아해들이 한사람도 업고 무겁게 덥힌 집웅 아래에는 반듸불갓치 하나식 둘식 불이 반짝인다. 어데로 보든지 검고 무거운 밤이 닥처 오는 때이엿다. 나는 한마듸 두마듸 아는 唱歌[창가]를 부르며 漸々[점] 검어오는 波濤파도소리를 드르며 오락가락하고 잇섯다. 그리자 멀니 희미하게 보이는 한물體[체]를 發見[발견]하엿다.
 
5
「저거시 무어실가 사람일가 고기일가」
 
6
차々 거러서 그곳으로 가 보니까 왼婦人[부인]이 철석 주저안저서 모래를 주엇다 노앗다 하며 머리를 숙이고 잇섯다. 내가 그 엽헤 갓가이 가도 알지를 못하고 잇다.
 
7
「무어슬 하고 게십니가」
 
8
그는 아모 말 업시 나를 처다본다. 어두컴々하야 잘 보이지 안으나 확실이 누러케 뜨고 입술이 하얏타.
 
9
「왜 혼자서 이러케 안즈섯습니가」
 
10
「바람쏘이러 나왓서요」
 
11
「무섭지 안으서요」
 
12
「무섭긴 무어시 무섭겟습니가」
 
13
「나오신지 오랜가요」
 
14
「네 한참되요」
 
15
「어듸서 사십니가」
 
16
「나는 원산서 사는데 사촌옵바 집에 다닐너 왓서요 그런대 혼자십닛가 아마 서울서 오섯지요」
 
17
「네 서울서 혼자왓습니다」
 
18
「왜 요새 양반이 혼자 다니서요 동부인하고 다니시고」
 
19
「아직 시집 아니갓습니다」
 
20
「왜요 나이가 드러보이는대 아직 출가를 아니하시다니」
 
21
「네 나이는 먹을만치 먹엇지요」
 
22
「그런대 무슨 병환이 잇서요」
 
23
「아니요 왜요?」
 
24
「혈색이 좃치못한대요」
 
25
「기가막힌 일을 만히 보아 그러치요」
 
26
「무슨 기막힌 일이야요」
 
27
「이야기 하랴면 참 기가막히지요」
 
28
그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쉰다. 어느듯 압히 보일낙말낙하게 어두어젓다. 그와 마조 안젓든 나는 먼저 이러스며
 
29
「어두워도 젓고 바람도 선선하니 우리방으로 가서 이야기 하십세다」
 
30
「방이 어듸야요」
 
31
「조긔여요」
 
32
어두어 보이지 안는 방의 방향을 가라첫다.
 
33
「옵바집에서 기다릴걸요」
 
34
「그러면 가서 일느시고 나도 혼자 자니 갓치 와서 주무시며 이야기나 하십세다」
 
35
「그럴까요 옵바 내외 자는 방에서 워잘냐니 엇지 불편한지 몰나요 그럼 내 가서 일느고 자러 갈게요」
 
36
이러스는 그를 보니 옷입은 것이라든지 행동이 이 어촌에서는 맛나볼 수 업슬만치 그야말노 하이카라이엇다. 그도 나를 맛난 것을 깃버하는 모양이거니와 나도 單純[단순]한 生活[생활]에 말동모 생긴 것이 깃벗고 그의 첩々 수심의 낀 態度[태도]에 同情[동정]이 가고 興味(흥미)와 好奇心[호기심]을 가지게 되엿다.
 
37
나는 房[방]으로 드러와 초불을 켜노코 이불을 펴고 자못 希望[희망]에 차서 그를 기다리고 잇섯다.
 
38
「선생 게시오」
 
39
온유하고 얌전하고 어엽분 목소리가 난다. 나는 짝 놀나 이러서 급히 房門[방문]을 열엇다. 조고마하고 오동통한 그는 수집은 態度[태도]로 거긔섯다.
 
40
「어서오서요 왜 그리 느저서요 퍽 기다렷지요」
 
41
「적삼하든 것을 마저해노코 오너라고 그랫서요」
 
42
그는 드러스며 방안을 휘々 둘너보며
 
43
「아이구머니나 저것이 다 손수 그리신 그림이지요」
 
44
「네 그럿습니다」
 
45
「엇저면 재조가 그러케 조서요」
 
46
「엇더튼 팔자조시오」
 
47
「왜요」
 
48
「머리쌀 압흔 시집도 안가고 매팔자로 경치차자 그림이나 그리러 다니시니 그런팔자가 어대 잇서요 아마 돈도 만히 버실걸 이것들도 서울 가시면 다 팔겟지요」
 
49
「팔기도 하고 선사도 하고 하지요」
 
50
「저금 만히해 노섯겟군」
 
51
「쌀대가 업서 곡간을 지럅니다」
 
52
「시골뚝이라고 업수히 역이지 마시오 나도 우편국이며 은행으로 저금통장을 가지고 출입하는 사람입니다. 옛날에나 돈을 곡간에 싸핫지 지금은 종이 한장이면 고만 아니야요」
 
53
「그런대 왜 그리 수심에 싸혓서요」
 
54
「이야기하려면 기가막히지요」
 
55
「왜요」
 
56
「아들 다섯을 다 이러버렷스니 안그럿것소」
 
57
「아이구머니나 저럴 엇절가」
 
58
나는 깜작 놀낫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へ하엿다. 한숨을 휘 쉰다.
 
59
「그러니까 기가 막히지 안습니까」
 
60
「그러시겟습니다. 그래서 저러케 수심에 싸히싯슴니다 그려」
 
61
「마음이 푹푹 상하니 얼골인들 그대로 잇슬 수 잇겟서요」
 
62
「그러시다 이겟서요 그러면 지금은 자손이 하나도 업습니까」
 
63
「나 난 아이는 다 죽고 지금 적은 집을 엇어서 아들 하나를 나아가지고 둘이 듸려다 보고 웃는 거슬 볼 수가 업서서 화가 나서 뛰어나왓지요」
 
64
「그리시겟습니다」
 
65
「예수밋으시나요」
 
66
「네 옛날에 밋엇스나 지금은 밋지 아니해요」
 
67
「나도 예수나 밋어볼가」
 
68
「그거 잘 생각하섯습니다 예수나 밋어서 마음을 잡으시지요」
 
69
그는 아래목에 눕고 나는 움묵에 누어 한담을 하다가 깁흔 꿈속으로 드러갓다.
 
70
그 잇혼날부터 나는 終日[종일] 그림 그리고 책 보고 글 쓰다가 밤에 도라오면 큰 希望[희망]의 가삼이 두군거렷다. 終日[종일] 四寸[사촌] 옵바 집에서 일하고 지내든 그도 우숨을 띄우고 나를 차자오는 거시 큰일이엇다.
 
71
「자 오날밤은 신산스러운 말은 집어치우고 우리 우수운 이야기나 합세다」
 
72
「내가 먼저 이야기 하나 할가」
 
73
「네 하시오」
 
74
「엇던 사람이 길에서 친구를 맛난거든」
 
75
「그래서」
 
76
「자네 무엇 먹엇나」햇지
 
77
「먹엇네」
 
78
「이 사람 남자가 을 먹다니」
 
79
집에 도라가서 안해에게 말하니
 
80
「이 다음에는 술먹엇다고 하소」
 
81
그 다음 또 만낫거든
 
82
「자네 무엇먹엇나」 「술먹엇네」
 
83
「얼마 먹엇나」
 
84
「두 개 먹엇지」
 
85
「이 사람 또 먹엇네 그려」
 
86
도라가서 안해에게 말을 하니
 
87
「이 다음에는 두 잔 마섯다고 하시오」
 
88
또 만낫거든
 
89
「자네 무엇 먹엇나」 「술 먹엇네」.
 
90
「얼마 먹엇나」 「두 잔 마섯네」
 
91
「어대서 먹엇나」 「안반모틩이에서」
 
92
「이 사람  먹엇네 그려」
 
93
안해에게 가서 말하니
 
94
「이 다음에는 안방에서 먹엇다고 하소」
 
95
또 만낫거든
 
96
「자네 무엇 먹엇나」 「술 먹엇네」
 
97
「얼마 먹엇나」 「두잔 마섯네」
 
98
「어대서 먹엇나」
 
99
「안방에서 먹엇네」
 
100
「어떠케 먹엇나」 「구어 먹엇지」
 
101
「이 사람 또 먹엇네그려」
 
102
하더라오
 
103
「하하하 히히히」
 
104
「미련한 사람도 다 만치」
 
105
「이번에는 형님이 하소」(나는 그를 형님이라고 햇다)
 
106
「시아버지와 며누리가 팟죽을 쑤어노코 치어다 보다가 며누리가 물을 길너 가거든」
 
107
「그래서」
 
108
시아버지가 팟죽 한 사발을 퍼가지고 으슥한 곳을 차자 뒤간으로 갓거든 며누리가 도라와 보니 시아버지가 업거늘 한사발을 퍼가지고 역시 으슥한 뒤간으로 가지고 가는거슬 드른 시아버지는 팟죽을 얼는 먹고 머리에 뒤집어 쓰고 잇다가 며누리를 보자
 
109
「얘 나는 팟죽가튼 땀이 흘넛다」 하더라오.
 
110
「 해 형님」
 
111
한 대감이 종첩을 하는대 하로는 밥상을 밧고 안저서
 
112
「얘야 네 소원이 무어시냐」 무른즉
 
113
「대감 진지상에 올는 된장찌개올시다」
 
114
그 잇흔날 조용한 틈을 타서 대감이 된장 항아리를 들고 나오다가 아들이 마침 드러오다가 보고
 
115
「아버지 이게 무슨 망녕이시오」 한즉
 
116
대감이 된장항아리를 에 려틔리고
 
117
「아이구 하누님 나좀 살니시우」 하더라오
 
118
「하하하 히히히」
 
119
이러케 날마다 저녁이면 두리누어서 옛날이야기며 수々기로 사접시를 깨틔리게 되엿다. 주인마누라는 우숨소리를 듯고 나와 문지방에 안저서
 
120
「무어시 그리 우숩소 참 자미들도 잇소」
 
121
하고 턱을 고이고 안저서 듯고 잇다
 
122
하로저녁은 오더니 전보한장을 내노흐며
 
123
「이것 좀 보」
 
124
「즉시 귀래」전보문이 이러하엿다.
 
125
「왜 그럴가」나는 무럿다.
 
126
「큰 살님사리하든 집안꼴이 되지 못하니까 그런거시지」
 
127
「가보시요」
 
128
「가기 실흔대 엇더케 할가」
 
129
「가보아야 하지요」
 
130
「가서 어케 살가」
 
131
「돼지 길느고 닭 치고 돈 모고 자리붓처 살면 젊으나 젊으니까 또 아해낫지요」
 
132
「지금 나면 무엇하겟소 손자가튼 것을」
 
133
「그래도 그러케 희망을 붓처야지오」
 
134
「그러면 가볼가」
 
135
「가보시오」
 
136
「그러면 내일 나가랴요」
 
137
「가서 마음을 부처살고 예배당에 나다니며 예수나 밋으시오」
 
138
그는 짐을 먼저 보내고 내게 작별차로 왓다. 나도 그를 전송키 위하야 정거장까지 갓다. 그는 눈물을 먹음고 내 손을 잡아 흔들며 차에 올낫다. 암흑으로 향하는지 광명으로 향하는지 이 쓸々한 내 가슴속에 파문을 주고 그는 떠낫다.
 
139
깃붐도 과거요 우슴도 가티 다 지냇다. 한 줄기 희망조차 가지고 간 그야말로 잔々한 날에 폭풍우가 이는 것 갓햇다. 그것이 모다 내 生[생]의 무슨 關係[관계]가 잇스랴하면서도 그때의 그 즐거움이 그리울때마다 그의 姿態(자태)가 압헤 얼는へ한다. 그 後[후] 그의 運名(운명)은 엇떠케 展開[전개]되엿는지 逍息[소식]조차 杜絶[두절]하다.
 
140
「아 하누님 내 사랑하든 친구에게 健康[건강]과 幸福[행복]의 恩惠은혜를 베푸소서」
 
 
141
(『月刊每申[월간매신]』, 193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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