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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余)의 문학도(文學道) 30년(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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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10월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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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여]의 文學道[문학도] 30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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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朱耀燮[주요섭] 군이 ‘문학은 오락’이라는 소리를 어디다가 썼다가 젊은 계열에게 공격받고 비난받은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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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의 사물을 대별하여 ‘유용물’과 ‘무용물’로 나눌 때에 문학은 유용물의 부류에 들 것이요, 다시 유용물을 대별하여 실용물과 오락물로 나눌 때에 문학(넓게는 예술)은 오락물이지 결코 실용물이라 할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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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섭 군의 ‘오락물’ 설을 반박 공격한 계열은 문학을 신성시하는 일부 젊은 계열과 문학을 선전무기시하는 일부 좌익 계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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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무용물이라고 무시하려는 층의 무지나 비오락물이라는 층의 무지나 매한가지로서, 문학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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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문학 ― 그 중에서도 小說道[소설도]에 손을 댄 지 30여 년 내내 문학은 오락물이요, 그 오락물로서라도 실용에 겸용할 방도거나 수단이 있으면 겸용할 것이라는 그 태도와 주의와 주장을 지켜 왔고 지금껏도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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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우리의 소설도에 처음 손을 붙일 그때는 조선 신소설의 스타일이며 문장이며 소설 용어 등에 모두 아무 기준이며 형이 생기지 않은 뒤죽박죽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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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前人[전인]으로는 李春園[이춘원]과 또 그 전인 李人稙[이인직]의 단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인직은 그 천재적의 직관으로서 리얼리즘의 수법을 후인에게 보여 주었지 리얼리즘의 본체를 붙들고 완전한 이해 하에 그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니었다. 그런 뒤를 이은 이춘원은 새로운 교육과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문학도에 첫 가래질을 시작하였지만 표현 수법이며 문장이 여전히 과도기적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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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겨울 여 등의 손으로 비로소 이 땅에는 신문학의 밭이 개간되었으며 신소설 수립의 길이 개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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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3·1만세 운동과 민족광복 운동이 일며 그 신흥 기분에 어울리어 신문학 운동을 따라 일매 우선 玄憑虛[현빙허] 羅稻香[나도향]이 생기고 廉想涉[염상섭]이 소설로 改嫁[개가]를 하며, 또 수년 뒤 崔曙海[최서해] 등이 생겨서 우리의 소설도는 착착 서까래 보짱 등이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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蔡萬植[채만식], 崔獨鵑[최독견] 등이 뒤이어 참가하고 李星海[이성해], 李民村[이민촌] 등도 이 건설공사에 일역을 하였으며 日中戰[일중전] 초기 경부터 朴月灘[박월탄]이 宮廷情話[궁정정화]소설(월탄은 〈백조〉계의 사람으로 懷舊[회구]적 수필과 시조 등으로 문단적 존재는 유지하여 왔다)로 獨壇場[독단장]을 점하였다. 安懷南[안회남]의 소설 진출이 월탄의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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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는 동안 우리의 정치적 治者[치자] 일본이 전쟁을 하느라고 신문 잡지며 그 용지의 제한이 가중됨을 따라서 그닷한 큰 활약을 못 보면서 소극적의 생장을 계속하면서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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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여가 소설도에 손을 붙인 이래 30여 년, 1930년경 여가 조선일보 지상에서 명언한 바 같이 조선 소설의 윤곽이며 스타일이며도 인제는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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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의 길에 정진하기 30여 년 인제는 그 착수한 일에 얼마한 성과도 본 오늘 여는 정히 引退[인퇴]하여도 좋을 시기다. 그 연조로 보나 성과로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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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이루고 나이 차면 마땅히 인퇴하기도 해야 할 시기다. 그러나 연연히 여가 차마 이 길을 버리지 못하는 연유는 마땅한 후계자가 아직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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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도 없고 대륙도 아닌 우리 반도의 반도적인 특유한 지리적 인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왜 모두 그렇듯 가늘고 약하고 가벼운지. 선이 굵고 스케일이 크고 무거운 작품과 작가는 왜 생겨나지 않는지. 精[정]치 못하고 粗[조]하여도 좋으니 굵고 큰 작가와 작품이 생겨주기를 여는 바랬다. 그러나 한때한때의 小才奇才[소재기재]는 있었지만 마음놓고 뒤맡을 巨才[거재]는 상기 보이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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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마음 놓고 뒤를 맡기기에는 여보다 굳세고 우승한 사람이 생겨야 할 것이다. 할아비만한 손주가 없고 스승만한 제자가 없다는 속담말은 있지만 자식이 어버지보다 승하고 후계자가 전인보다 승하여야 어버이나 전인은 안심하고 뒤를 맡기고 물러날 것이다. 그런데 인재가 결핍한 이 땅은 小說道[소설도] 생긴 지 30년, 여와 동렬까지 이른 사람은 혹 있겠지만 여를 壓頭[압두]하고 올라선 사람은 아직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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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일찌기 모 군을 매우 촉망하고 그의 선이 굵어지기만 기다렸는데 그는 선이 굵어지지 못한 채 북조선으로 도피해 버렸고 또 촉망하던 1인도 북조선은 아니지만 이데올로기 다른 축에 본의 아닌 참가를 하여 현재는 중국 야담쯤으로 본질을 속이고 감추고 있는 형편이요, 또 촉망하던 한 젊은 소설가는 본도인 소설보다도 시비욕설도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이니 이런 외도에서 벗어나서 우리 소설도의 巨役[거역]에 굵은 서까래가 되어 주기를 切望[절망]하여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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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거니와 문학은 오락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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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유희물 가운데 교육 유희물이며, 체육조장 유희물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학에도 실용적 가치를 가진 자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유희물은 유희물로서의 가치만 넉넉하면 다른 실용적(체육적이거나 교육적이거나)의 副産[부산]적 가치가 없을지라도 넉넉함과 마찬가지로, 문학은 인생에게 즐거움을 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문학적 사명은 다한 것이지 그밖의 그 이상의 다른 것을 바라는 것은 바라는 사람의 망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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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꽃을 사랑하는 것은 그 아름다운 모양 때문이요, 소경이 꽃을 사랑하는 것은 그 향그러운 내음새 때문이다. 그러니까 소경에게는 향내 없는 꽃은 무의미한 것이요, 예사 사람에게는 모양 없는 꽃(예컨대 옥수수 꽃 등)은 꽃으로는 무의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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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꽃을 심는 것은 무슨 실용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함이요, 그 씨를 받는 것은 명년에도 그런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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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나 무우, 배추를 심어서 꽃보다도 꽃 뒤엣 다른 실익을 취하려는 사람은 장사꾼이나 농부이지 화초 재배자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문학 ─ 소설에서 오락 이외의 다른 의의를 强覔[강멱]하는 사람은 우리는 역시 비웃을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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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문학이 우리에게 줄 즐거움이란 것은 비속치 않고 건전하여야 할 것이며 우아한 정서를 길러 줄 고상한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보통 저속한 다른 오락물과 다른 문학의 자랑이요, 문학이 존귀한 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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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도 한때는 문학에서 오락 이외의 오락 이상의 다른 의의를 발견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결론은 요컨대 역시 다른 아무 의의도 찾아 내지 못했고 결국 문학은 오락이요, 우리 인생 생활에 오락 이상의 존귀물을 찾아 낼 수가 없었다. 오락이 없는 순수한 실용물만의 세상은 텁텁하고 따분하여 우리가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방정식상의 자양물만의 음식은 먹을 수 없고 맛〔味〕이라는 오락물이 가미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맛’이란 것이 음식물의 불가결의 존귀한 일면인 것과 마찬가지로 오락물인 문학이 인생 생활의 불가결의 존귀한 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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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가운데는 좋은 맛과 나쁜 맛의 구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학 가운데 고상한 것과 저속한 것의 구별이 있을 것은 또한 무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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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미치는 교양력이라든가 선전은 ‘맛’이 미치는 ‘구미’와 마찬가지로 강하고 큰 것으로서 고래로 민족 교화, 사상 선전 등에 이 문학력이 많이 이용된 것은 문학이 본질 이외에 갖는 다른 ─ 또한 몰각할 수 없는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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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民[백민]〉4권5호(16호),1948.10)
【원문】여(余)의 문학도(文學道) 30년(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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