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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을 찾으러 ◈
◇ 1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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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01~10
방정환
1
동생을 찾으러
2
(1)
 
 
3
창호의 누이동생 순희가 별안간에 없어져서, 소동이 생긴 지도 벌써 이레째가 되었습니다.
 
4
어머니, 아주머니, 늙으신 할머니, 시집간 누나까지 모두 나서서 아는 집, 일갓집마다 찾아 헤매고 아버지, 아저씨와 외삼촌까지 길에서만 살면서 경찰서에 가서 찾아 달라고 수색 청원도 하고 별별 곳을 모두 돌아다니면서 아무리 찾기에 애를 썼으나, 벌써 이레째 되는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어서 집안이 난리 난 집 같았습니다.
 
5
어느 도깨비 놈이 붙잡아 갔을 리도 없고, 어느 동무가 꾀어 갔을 리도 없고, 열한 살이나 먹은 영악한 소녀이니, 우물에 빠지거나 집을 잃을 리도 없는 것이건마는, 그래도 어머니, 할머니는 서울 장안의 우물이란 우물을 모두 가서 보았고, 학교에 같이 다니는 동무네 집도 하나도 빼지 아니하고 찾아가 보셨습니다.
 
6
학교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 순희는 그 날(목요일) 학교 당번이므로, 늦도록 반을 치우고, 해가 질 때에는 동무도 없이 혼자 집으로 갔다 합니다. 그러나 그 날부터 영영 순희는 집으로 돌아오지 아니한 것이었습니다. 동무네 집에도 안 가고, 일갓집에도 안 가고, 우물에도 안 빠지고, 죽은 소식도 없고, 경찰서에서도 찾지 못하고……. 대체 어리고 귀여운 순희가 어떻게 어디로 가고 말았는지 도무지 캄캄하여 아는 수가 없습니다.
 
7
늙으신 할머니와 어머니는 밤낮없이 눈물만 흘리고 계시고, 아버지와 아저씨는 온종일 찾아다니시다가 기진역진하여 술이 취해 가지고 돌아오시고, 집 안은 죽은 집보다도 더 이상하고 허술하고 들먹하였습다. 시시로 때때로 일갓집과 동넷집에서는
 
8
“찾았습니까?”
 
9
“아직 못 찾으셨습니까?”
 
10
하고, 물으러 오고 집안사람들은 울고 있다가도 대문 소리만 삐걱하여도 일시에 귀가 번쩍 띄어, 내다보곤 하였습니다.
 
11
그러나 할머니보다도 어머니보다도 아무보다도 더 슬퍼하기는 창호였습니다. 순희보다는 세 살 위이므로 순희는 3학급에 다니고 창호는 6학급에 다니는데, 한 오뉘라도 남달리 귀엽게 굴면서 손목 잡고 한 학교에 다니던 터였습니다.
 
12
순희가 없어지던 첫날과 이튿날은 밥도 먹지 않고, 눈이 동그래서 동무의 집마다 선생님 댁마다 돌아다니며 찾아보았습니다.
 
13
이틀 사흘이 지나도 순희가 찾아지지 아니할 때에, 창호는 학교에서도 자꾸 울고만 싶었습니다. 상학 시간에도 선생님의 말씀은 조금도 귀에 들리지 아니하고, 골머리가 휭덩하면서 순희 얼굴이 책장 위에 어른어른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럴 적마다 두 눈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14
동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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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동생이 없어졌다지?”
 
16
하거나, 선생님이,
 
17
“여태껏 못 찾아서 어떡하니?”
 
18
하고, 걱정해주시는 소리를 들을 때에는 그만 소리쳐 울고 싶었습니다.
 
19
창호는 집에 와서도 마루 끝에 어머니와 할머니가 울고 앉으신 것을 보고는 참다 못하여, 뒷마당으로 가서 혼자 자꾸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설움은 마루 벽에 걸린 사진틀 속에 순희의 얼굴을 쳐다볼수록 더해지는 것이었습니다.
 
 
20
여드레, 아흐레째 되어도 순희의 소식은 없었습니다. 찾아 헤매던 집안 식구는 모두 기진역진하여 쓰러지듯 하였습니다. 창호는 밤마다 밤마다 순희의 꿈을 꾸면서 얼굴까지 말라들었습니다.
 
21
열 하루째 되던 날 이른 아침때였습니다.
 
22
“편지 받으우.”
 
23
하는 소리에 뛰어나가니까, 누런 옷 입은 체전부가 가방을 메고 서서 공책장으로 장난하듯 만든 봉투에 연필로 김창호라고 쓰인 것을 주면서,
 
24
“우표를 안 붙였으니까 벌금 6전을 주시오.”
 
25
하였습니다.
 
26
보니까, 참말 우표가 붙지 아니하였습니다. 창호는 급히 들어와서 돈6전을 어머니께 받아 내어다 주고, 그 이상한 편지를 받아 들고 뛰어 들어왔습니다.
 
27
“에그머니! 이것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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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소리쳤습니다. 모든 사람의 눈이 그 편지로 쏠리면서 가슴이 울렁울렁하였습니다.
 
29
“순희가 쓴 편지야요.”
 
30
“무엇? 순희가…….”
 
31
“순희가?”
 
32
“순희가 어디서…….”
 
33
하고, 모두 뛰어나왔습니다.
 
34
없어진지 열흘이나 지나도록 아무리 찾아도 소식이 없던 순희가 지금 어디서 편지를 썼을까…… 하는 의심과 궁금한 마음이 모든 사람의 가슴에 한결같이 가득찬 것이었습니다.
 
35
창호는 울렁거리는 가슴 떨리는 손으로 이상한 편지 봉투를 곱게 곱게 뜯고, 속에 든 편지를 꺼내었습니다. 속에 든 것도 겉봉투와 똑같이 공책 찢은 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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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단 한 장의 연필 글씨로 몇 줄 안 되게 짤막하게 씌어 있었습니다.
 
37
“어서 읽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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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모두들 재촉하였습니다. 그러나 잠자코 속으로 내려 읽던 창호는 별안간에 얼굴비치 새파래지면서
 
39
“에그머니!”
 
40
하면서 편지를 스르르 떨구었습니다.
 
41
그것을 보고, 모든 사람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42
“뭐냐? 어서 좀 크게 읽어라!”
 
43
“갑갑해 못 견디겠구나!”
 
44
하고, 몹시 조급해 하였습니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창호는,
 
45
“큰일났어요!”
 
46
하고, 힘없이 말하고 다시 편지를 집어 들고 내리 읽었습니다.
 
47
할머니, 어머니, 아주머니, 모든 사람이 그것을 듣더니 일시에.
 
48
“에그머니!”
 
49
소리를 쳤습니다.
 
 
50
-《어린이》3권1호(1925년 신년호, 북극성).
【원문】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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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환(方定煥) [저자]
 
  어린이(-) [출처]
 
  192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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