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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M. 릴케의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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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고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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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릴케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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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은 시인 라이너ㆍ마리아ㆍ릴케의 30주기에 해당된다. 독일이 낳은 현대시성 릴케의 정신은 그가 죽은「발ㆍ몽」(瑞西[서서])의 언덕을 넘어「로오느」강을 타고 다시 지중해에 내려 히말리야를 지나서도 먼 동쪽인 우리 한국에까지 그 여운을 끼치고 있다. 여기 나는 그러한 여운의 이야기를 적어 그에게 대한 간절한 추도의 뜻을 갖추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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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인 릴케의 정신적인 윤곽이나마 소묘한다면 일찌기 서구작가 야코브셈의 신비사상과 헬다아린의 고전주의에 심취한 그는 외계 물상에 대한 투철한 관조와 아울러 심정내면에 대한 냉혹한 고독을 시인으로서의 유일한 체험으로 선택하였었다. 이 체험은 바로 하이데거 존재론의 선명한 배경처럼 흐리기도 하였거니와 로댕 조각이 안으로 펴놓은 묵시의 비단처럼 언어 위에 바래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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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를 찬송한 바베리의 지성은 아마도 그에의 가장 올바른 겨냥이었다고 믿어진다. 릴케의 사상이야말로 20세기 정신인들이 나아갈 기틀의 방면을 제시 했으며, 한편 릴케는 무명으로 이 작업에 끝까지 헌신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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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의 계보란 1930년대에서 활짝 피었다가 40년대에서 기울어진 해방전후의 암흑기를 겪고나서 50년대인 오늘에야 비로소 그 전모를 차츰 보여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한국의 시인들이 릴케와 접한 것은 대저 어느 때이며 그들은 누구일까 하는 것들이 내 이야기의 줄거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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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1940년대의 진공에 홀로 떨어져간 시인 윤동주는 아마도 릴케적인 불안과 공포에서 불태워진 싸늘한 희생이리라. 그보다 선행한 지용, 기림, 상(箱)들이 불나비처럼 형식 속에 죽어갔을 때, 그는 외면(형식)아닌 내면(본질)의 현대에로 눈을 모아 마침 릴케의『마르테 수기』가 전개한 미지(죽음)의 병과 생명의 부재적인 대화를 처음으로 터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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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읊은「또다른 고향」은 완전히 릴케와의 동시대적인 불안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릴케 사상의 어두운 일면에만 수렴된 비극을 우리는 또한 그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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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는 죽음에 대립되는 사랑처럼 어둠에 대립되는 밝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서정주씨의「볕마르고도 구석진 이해」란 릴케의 양면을 진술한데 불과 할 것이다. 전후에 등단한 시인들의 작품을 대하면 이러한 릴케의 밝은 면이 훨씬 강조되고 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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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표적인 것으로서 김성림, 이종산의 수 편과 전봉건, 이원섭, 조병화, 이억 등이다. 이들은 사뭇 객체에 대한 투시로서의 감정과 거기서 배태되는 언어의 상징, 비유 따위를 수립하였으되 이들의 시상엔 여전히 풍토적인 허무를 뒤섞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었다. 박목월, 김병용씨들의 정관에도 다분히「릴케」적인 즉물법을 한국시에 생리화하려는 흔적이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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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춘수씨의 시집『구름과 장미』『늪』『기』『인인』들에 이르러 선 릴케적 영향이 아주 비판적으로 접수되었다고 하겠다. 씨는「소묘」라는 형태를 통하여 객체의 심부를 엄산(嚴算)하는「눈」을 길렀으며 그들의 부재적인 여백에 대하여 날카로운 직관을 표하였다. 씨는 서정의 지적 변혁과 아울러 시의 총제적인 의미구성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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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는 그것의 귀점을 어떤 종교적 이념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전통을 의식하면서도 전통에 돌아가지 못하는 그의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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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다시 박양균, 송영택, 민웅식, 조영서, 인태식, 박희진이니 하는 일군의 시인들이 릴케적 영향 밑에 자라나고 있다. 이들은 릴케의 문체적 비밀에 부대끼며 언어의 잠재적인 파동에 몸을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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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성욱, 독규남제씨와 그밖에 몇몇 사람들(필자포함)이 릴케를 매개하여 구라파 정신의 바탕을 음미하는 글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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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인 릴케의 영향은 앞으로도 고전처럼 끼쳐질 것인데 시단전체가 합세하여 이 문제의 시인을 저울질하는 기회가 있어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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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에 미친 릴케의 영향이란 한마디로 현대정신의 재울 수 없는「바람」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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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국제신문》
【원문】R.M. 릴케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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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M. 릴케의 영향 [제목]
 
  고석규(高錫圭) [저자]
 
  # 국제신문 [출처]
 
  195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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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