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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
박용철
1
 
 
2
눈이 어리게 아장거리는 애기같이 비척여 나려올 때
3
나는 가슴을 풀어놓아 이를 맞습니다
 
4
눈이 파슬거리는 소리를 내며 쌀쌀히 뿌려올 때에
5
나의 차가운 이마는 그 외로운 생각에 잠깁니다
 
6
눈이 가벼운 옷자락을 오히려 꽃잎같이 휘날릴 때면
7
나는 저 순결 속에 어디 그런 방탕한 몸짓이 감추였나 의심합니다
 
8
내가 천년 앞서 나의 사포와 꽃없는 언덕을 거닐 적에
9
눈은 그 흠없는 비단을 우리 위해 얇게 깔아주었습니다
 
10
우리는 그 우이를 걸었습니다 발자취도 남기지 않고
11
우리는 팔팔팔 피어올라 그 우이를 날아갔습니다
 
12
눈이 고요와 광명을 어울러 짠 무늬를 땅 우에 펼 때
13
아무도 손 닿을 수 없이 높은 저 별을 딸 수는 없습니다
【원문】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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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철(朴龍喆)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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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2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