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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리(義理)있는 용녀(龍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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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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義理[의리] 있는 龍女[용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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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길기도 하고 또 문장 치레가 대단하지마는, 여기는 그 대강 사연을 짐작할 만큼 추려 말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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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駿[마준]이라는 사람은 인물이 준수하고 문학에도 통했는데, 부친이 죽으매 그 업을 계승하여 장사차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큰 풍랑을 만나서 한 도회에 漂泊[표박]하니, 그 곳 사람들이 다 기이하고 추악하게 생겼는데, 馬駿[마준]의 이른 것을 보고 어디서 요물이 왔다고 하여 서로 다투어 피해 가며 얼마를 지내고, 저희를 잡아먹지 않을 줄을 안 뒤에야 가까이 와서 수작을 하게 되었는데, 차차 그네의 말을 깨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즉, 이 나라는 羅刹國[나찰국]이라는 나라인데, 옛부터 전해 오는 말에, 서방 二[이]만 六[육]천 리에 중국이라는 나라가 있어 그 인민의 형상이 괴상망칙하다 하더니, 이제 그대를 보니 과연이로라 하여, 저희의 추악하게 생긴 것은 모르고 도리어 중국 사람이 저희와 같지 아니함으로써 괴상망칙하다고 하며, 저희 나라에서는 사람을 取擇[취택]할 때에 인물 잘생긴 것을 위주로 하여 그 잘 생긴 분수대로 높은 벼슬을 한다 하는데, 이른바 잘생겼다 하는 것은 우리로 보면 더욱 고약한 병신으로 생겼음을 가리키는 것이어서, 그 나라의 정승이라는 자는 雙耳[쌍이]가 다 덜미에 붙고, 코가 세 구멍이요, 눈썹은 눈을 내리덮어서 발을 늘인 것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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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에서 여러 번 외국 사신을 다녀서 문견이 가장 넓다는 이를 만나니, 모양이 좀 우리네와 비슷한데, 馬生[마생]더러 이르기를, 그 얼굴로는 이 나라에서 용납되지 못하리니 얼굴에 옻칠을 하고 도깨비 같은 형상을 그리라 하여 그리하매, 원방에서 온 기이한 사람이라 하여 임금이 불러들여보고 좋은 벼슬을 시켰다. 한번은 들은즉 명일로부터 바다 장(海市[해시])이 열리는데, 거기에는 천지간의 기이한 보물이 다 모인다 하므로 마침 필요한 준비를 했다가 이튿날 해상으로 나가 본즉, 五[오]색 구름이 둘리고 물결이 가물가물한 위에 성곽과 樓間[누간]이 층층이 벌여 있고, 각처에서 모여드는 배가 개미떼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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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生[마생]도 그 틈에 끼어 들어가 보니, 광채가 눈을 부시게 하는 明珠寶玉[명주보옥]이 산더미 같은데, 한 소년이 준마를 타고 시중으로 지나다가, 馬生[마생]을 보고서 알아서 물어보고 중국인임을 알고는, 이리 오라 하여 한 가지 말을 타고 島岸[도안]으로 나가서, 탔던 말이 소리를 치고 물로 들어가매 馬生[마생]이 깜짝 놀랐더니, 해수가 좌우로 갈라져 벽같이 서고 앞에 玳瑁[대모]집에 주옥으로 꾸민 궁전이 있고, 용왕이 그 위에 奠坐[전좌]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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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년은 용왕의 태자라, 그 부왕에게 이번 시장에서 중국의 賢士[현사]를 만났기로 얼른 청해 가지고 들어왔음을 말한대, 용왕이 大喜[대희]하여 가로되, 「그러냐, 중국인은 글을 잘 한다니 海市[해시]를 두고 賦[부]를 한 篇[편] 지으라」 하여, 재주를 다하여 지어 올리매, 용왕이 크게 감탄하고, 「변변치 못한 여식이 있으니 사위가 되어 달라」고 하여 굉장한 의식으로 용궁의 駙馬[부마]가 되고, 신혼 여행으로 사방을 돌아다녀 名聲[명성]이 해내에 가득하였다. 용궁은 만사가 구비하고 馬生[마생]이 용녀로 더불어 금슬이 돈독하여 아무 그리울 것이 없기는 하되, 수년 지나는 동안에 고향에 있는 부모와 아내를 생각하면 가끔 눈물이 앞을 가리므로, 용녀에게 인간으로 나가 살기를 청하니, 용녀의 말이 「仙境[선경]과 塵世[진세]가 길이 달라서 나는 좇아가지 못하거니와, 이제 연분이 그만이니 그댈랑 나가서 효도를 다함이 옳겠다」 하고, 이어서 「내 몸이 무거우니 자녀간 이름이나 짓고 信物[신물]이나 두고 가면, 三[삼]년 후 四[사]월 八[팔]일을 기하여 자식을 전하리다」 하고, 또 魚皮[어피]로 만든 囊中[낭중]에 珠寶[주보]를 넣어 주며 가로되, 「이만하면 代[대]를 팔아 잡수어도 부족함이 없으리다」 하여, 부왕과 함께 굉장한 송별연을 베풀고 馬生[마생]을 내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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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生[마생]이 고향에 이르러 보니, 죽은 사람이 돌아왔다 하여 환영이 대단하고, 부모는 탈이 없으시되 아내는 이미 다른 데로 갔었다. 三[삼]년 뒤 定日[정일]에 해변으로 나가 보니 해상에 아이 둘이 둥둥 떠 있거늘, 집어 내어 보니, 信物[신물]이 있어 자기의 자식임이 분명하고, 등에 錦囊[금낭]이 있고, 그 속에 편지가 있어 하였으되, 「마침 쌍동이가 났기로 사내 계집애 두 이름 지어 둔 것을 다 썼으니 그리 알며, 남의 자식이 되어 시부모를 모르는 체함이 황송한 일인즉, 부모님 백세 후 무덤을 모아 드릴 때에 한번 도리를 다하리다」 하였거늘, 눈물을 뿌리면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의 오래지 못하실 것을 알고 그 준비를 하여 두었다. 해포 만에 친상이 나서 상여를 모시고 무덤 광중에 이르니, 홀연 여자가 상복으로 와서 애통하므로, 여러 사람이 놀라 본즉, 금세 풍우가 크게 일고간 곳이 없으며, 松柏[송백]을 새로 심어 많이 말라 죽었더니, 이에 이르러 다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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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아이가 잘 자라서 사내 아이는 용궁을 다녀 나오고, 계집애는 가지를 못하여 집에서 울매, 홀연 용녀가 나와서 위로하고 산호와 龍腦[용뇌]와 寶珠[보주] 등을 주어 시집갈 밑천을 삼으라 하거늘, 馬生[마생]이 밖에 있다가 이 말을 듣고 뛰어 들어와 손을 잡고 우니, 금세 天動[천동] 번개를 하고 지붕이 빠지고 용녀는 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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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이 그 대강입니다. 용궁에 들어가 사위가 되었다가 무슨 層節[층절]로 작별하고 그 사이에 난 자식이 잘된다는 점에서 역시 조선 ․ 일본 등의 신화 전설에 나오는 용궁으로 더불어 일맥이 서로 통함을 깨닫게 합니다.
【원문】의리(義理)있는 용녀(龍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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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