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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지의 삽화(揷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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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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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지」의 揷話[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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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 약국에서 생장을 하는데 京城[경성]의 정통적 약국이란 것은 銅峴[동현](구리개), 시방 黃金町二丁目[황금정이정목](을지로二[이]가) 대로의 양측에 수십 가가 연접하여 있고, 집마다「바라지」라 하는 약국 특유의 창호를 내고, 바라지에는 「눈썹바라지」라는 작은 구멍 둘이 사람의 얼굴에 두 눈이 있는 것처럼 뚫려 있고, 이 구멍으로 바깥을 내다보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事象[사상]에 대한 기탄 없는 비평을 더하여, 이것이 일종의 방송 기능을 가지기 때문에 당시 대신의 행차라도 약국의 눈썹바라지 앞을 지나기를 거북하게 알았다는 말까지 있었읍니다. 그리고, 허다한 고십 ‧ 에피소우드 내지 넌센스가 이 구멍으로부터 생겨났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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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듣던 그 이야기 중의 하나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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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약국 주인이 일찍 일어나서 눈썹바라지로부터 한길을 내다보고 있자니까, 웬 벙태기 쓴 사람 하나가 앞으로 지나다가 바라지를 쳐다보고, 「벌써 일어나셨읍니까」하고 대문으로 들어와서, 「저는 아시면 아실 만한 어느 댁에서 일을 보는 터이온데, 몸이 바쁘니까 자세한 말씀은 이다음 하기로 하고, 우리 댁에서 만 냥을 뉘게든지 맡겨야 할 터인바 다른 데를 더 찾을 것 없으니 괴로우시지마는 댁에서 좀 맡아 두시지요」 하거늘, 주인도 그만큼 신용되는 것은 다행히 여겨 「그리두시지요」 하거늘, 주인도 그만큼 신용되는 것은 다행히 여겨 「그리하자」고 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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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양반이란 이가 돈을 가지는 일이 별로 없고, 설사 돈이 있을지라도 이것을 집에 두고자 아니하여, 구리개는 六矣廛(육의전)이나 약국과 같이 市上[시상]에서 장사라는 이의 신용 있는 이를 가려서 시방 은행이나 신탁 회사처럼 거기다가 맡겨 두고 필요 있는 대로 찾아다가 쓰는 것이 통례입니다. 이러한 돈에는 변리가 붙기도 하고 붙지 않기도 하며, 설사 변리를 붙일지라도 아주 輕邊[경변]이어서, 장사하는 사람은 이런 주인이 「그 댁에서 맡기시면 모든 것을 신실하게 酬應[수응]해 드리지」 한 즉, 벙태기 쓴 사람이, 「그러면 뒤좇아 보내 드리리다」 하고 가더니 고대 말께 실은 돈이 바리바리 들어와서 약국 방이 돈에 파묻히게 되는 데는 이번에는 벙태기 쓴 사람도 오지 않고 다만 便[편]에 「뒤좇아와서 뵙겠다 합니다」 하는 전갈이 있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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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信之無疑[신지무의]하고 이 돈을 맡아 놓았더니, 一自[일자] 이후로는 다시 와서 채근하는 이가 없어, 웬일인고 웬일인고 하면서도 이 돈을 요긴스럽게 쓰고 또 재주 있게 놀려서, 이 때문에 마침내 큰 부자가 되었는데 그 벙태기 쓴 사람은 이내 다시 그림자를 아니하므로 항상 궁금히 지내다가 어느 날 아침에 우연히 , 바라지로 내다본즉 그 벙태기 쓴 이가 지나므로, 반가와서 「이리 좀 들어와, 이리 좀 들어와」 하니, 그 사람이 바라지 밑으로 다가와서 가만히「왜 궁금해 그러시오. 실상 나는 사람이 아니라 도깨비요. 당신이 정직은 해도 수단이 없어, 開局[개국]한 지 수십 년에 밤낮 그 모양으로만 있는 것이 딱하기로, 그 돈을 가져다가 드렸읍니다. 아무 걱정 말고 잘 가지고 쓰시오」 하고는 돌아서자 간 곳이 없었다 하는 이야기가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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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런 이야기도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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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약국에 모르는 사람이 와서 큰 돈을 맡기고 가서는 다시 소식이 없는데 拙直(졸직)한 사람이 이 돈이 어떤 것인지는 몰라서, 가져다가 맡긴 돈을 그대로 곱게 쌓아 두었다가, 一[일]년 만에 그 사람이 와서 달라 하므로, 먼지 켜켜이 앉은 그 돈을 내어 준즉, 그 사람이 보고 혀를 차면서 「이 옹졸한 사람아, 복도 없소. 나는 도깨비인데 당신을 도와줄 생각으로 그 돈을 맡겨 두고 어떻게 놀리는 양을 보자 하였더니, 맡겨놓은 돈을 그냥 두었다가 내어주다니, 저러고서 무슨 取利[취리]를 한다 하오. 이 큰 돈이 당신에게 소용이 없을 바에는 제 임자를 찾아 줄밖에 없소.」 하고 투덜투덜하고 그 돈을 찾아갔는데, 다른 데 가서 그렇게 하매 맡은 사람이 그 돈을 늘여서 찾으러 왔을 때에 곱절을 해서 내어놓으니, 본전까지 주고 갔느니라 하는 이야기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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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천 상업학교의 교훈 재료로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읍니다마는, 여하간 取利[취리] 판에는 귀신의 재물로 해서 치부하는 이야기가 이것 저것 많은데, 우리가 약국에서 자라는 동안에 위에 소개한 바와 같은 이야기를 퍽 많이 들었었읍니다.
【원문】바라지의 삽화(揷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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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