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침 사냥을 마치고 동산 樹林[수림]사이를 걸어 오든 길이엇네. 개는 내앞을 서서 가데.
4
가다말고 문듯 발을 제겨 드디며, 즘생이나 엄습하는 것처럼 가만가만이 무엇인지를 개는 쫓아가데.
5
나는 앞을 바라보았네. 아즉 주둥이가 누르고, 머리에 솜털이, 복실복실한 어린 참새 한 마리가 떨어져서는 곰작도 못하고, 앉은채 어쩔지를 몰라 반쯤 자란 두 날개만 파닥어리고 잇든 것일세.
6
개는 가만가만 그 뒤를 엄습해 들어가데. 그때, 아 ― 바로 그때, 그 옆에선 나무가지로서 목이 감으스름한 늙은 참새 한 마리가, 더진 돌이 떨어지듯, 쏜살같이, 엄습해 들어가는 개 앞에 떨어지데. 떨어져서는 恐怖[공포]에 떠는 몸이 털을 거스르고 絶望[절망]의 悲鳴[비명]을 치며 잇발이 번적이리는 떡벌어진 개아가리에 두 번이나 맞부닥질을 치든 것일세.
7
어린 것을 救[구]하랴 어미새는 그 새끼 앞에 뛰어나랏든 것일세.
8
그러나 그 적은 몸이 恐怖[공포]에 떨 때 그 우름소리는 날카롭고 이상이 들렷섯네. 무섬에 제정신을 잃게 되면서도 그는 오히려 제몸을 바쳐, 어린 것을 구하랴 뛰어나렷든 것일세.
9
적은 참새의 눈에 그 개가 얼마나 무서운 怪物[괴물]로 보이엇겟는가? 그러나 그는 저만 무사이 가지우에 앉엇을 수가 없엇든 것일세. 제 意志[의지]보다 强[강]한 무슨 힘이 그를 따에 나려지게 하였든 것일세.
10
나는 얼른, 이사품에 잠시 어리둥절해진 개를 불러 데리고 畏敬[외경]하는 마음으로 가든 길을 갓네.
11
웃을 것이 아닐세. 事實[사실] 나는 그 英雄[영웅]다운 참새와 그의 사랑의 誓約[서약]을 畏敬[외경]하엿섯네.
12
사랑은 주검보다도 强[강]하고, 주검에 對[대]한 恐怖[공포]보다도 힘잇는 무엇인 것을 나는 생각하였네. 사랑! 아 ― 오직 이것이 人生[인생]과 人生[인생]을 잡아매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아닌가
13
(「東亞日報[동아일보]」, 1933년 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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