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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 아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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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4
최서해
1
주인 아씨
 
 
2
내가 삼청동 어떤 여염집에 주인을 정하고 있을 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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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회사에서 나오는 길에 창경원 사꾸라를 구경하고 석양이 흐르는 취운정 뒷산을 넘어서 내려오노라니 우리 주인집 울 안에 웬 여자가 서 있다. 나는 그가 누구인가 하고 눈부시는 볕발을 손으로 가리면서 내려다 보니 그는 주인 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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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긴 왜 나서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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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관하게 지내는 처지니까 인사 겸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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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부인은 나를 향하여 방긋이 웃으면서 손을 내젓는다. 나는 다시 입을 열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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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집은 산허리에 있어서 산을 넘어서면 몇 걸음 안 내려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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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가 걸음을 멈추고 서는 것을 보더니 발자취 소리를 숨기는 듯이 조심스럽게 서너 걸음 떼어놓으면서 안방 뒷문을 가리키고 다시 나를 치어다 본다. 그의 긴장한 뺨의 근육은 입술과 같이 씰룩하면서 손을 따라 문을 가리키는 가느다란 웃음인지 독살인지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에 흐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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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본 나는 공연히 가슴이 뭉클하면서 기분이 이상스럽게 흐리었다. 젊은 여자의 은근한 태도는 수상스럽게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쨍쨍한 석양볕을 손으로 가리면서 발을 떼어놓았다. 어쩐지 다리가 마비된 듯하였다. 나도 공연히 조심성이 들어서 발잠발잠 울타리도 없는 집 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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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 뒤로 가니까 여자는 숨을 죽이고 안방 뒷문 구멍으로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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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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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직이 물었다. 내 가슴은 그저 진정되지 않았다. 공연히 기분이 긴장하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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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손을 내저으면서 아무 소리도 말라고 주의를 시킨다. 그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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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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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팩 쏘면서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문이 열리자 마자 주인 부인은 방에 늘어서면서 무엇인지 쫓아 나간다. 나도 뒤따라 안방으로 들어가려다가 그만 주춤하고 앞으로 돌아서 마당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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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못된 버르쟁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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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야 응응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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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부인의 목소리와 계집애의 울음 소리가 마당에 들어서자 마자 해서부터 들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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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요 베라먹을 년아……. 그리 또 그런 버르장이를……. 다시두…… 다시두 할 테야……. 응…… 이년을 죽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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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집어들었는지 주인이 짚다 내버린 등단장으로 계집애를 사정없이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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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응응…… 마님…… 아이구 애개개 다시는 안 그럴 테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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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애는 땅에 나가 데굴데굴 구르면서 엉엉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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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슨 영문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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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집이 미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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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도 생각하고 전부터 그 계집애는 몹시 구는 편이니까 오늘도 그 손버릇이 나왔나 보다고도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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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집애는 열 여섯 살인데 이 집에서 부엌 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좀 미련한데 나이까지 어리니까 하루도 잘못하는 일이 두세 번은 있어서 매로 살아가는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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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세요! 참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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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감정대로 한다면 주인 부인을 톡톡이 말마디나 하여서 가르치고 싶으나 그런 처지도 못 되고 또 그저 볼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이렇게 말리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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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 그래 일전에 돈 삼 원도 네가 훔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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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장으로 계집애를 꾹 찌르면서 독살이 잔뜩 난 눈으로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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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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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애는 방바닥에서 일어나 달아나려 하면서 이렇게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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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로소 곡절을 알게 되었다. 일전에 경대 서랍에 돈 삼 원 넣은 것이 없어져서 온 집안이 들썩하였다. 그때 행랑 어멈이 주인 부인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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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난이는 돈이 어서 났는지 아까 엿을 사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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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여서 간난이는 그때에도 주인 아씨의 문초를 받았다. 그러나 간난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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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은 이웃집 점동이가 사 줘서 먹었어요. 저는 그 돈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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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벌벌 떨면서 대답하였다. 주인 아씨는 그 말을 믿지 않고 문초를 계속하다가 이웃집 점동이에까지 물어보고서야 좀 안심이 되는지 잡았던 매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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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오늘 또 무슨 일이 탄로가 되었나 보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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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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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으면서 일변 주인 아씨의 잡은 단장을 빼앗고 일변 간난이를 부엌으로 들여보냈다. 주인 아씨의 말을 들으면 이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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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저런 망할 년이 어디 있어요. 방바닥에 동전 두 푼을 놓았더니 그것을 집어서 감추겠지요. 저런 계집애를 어따 쓰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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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씨는 잔뜩 흥분이 되어서 말하였다. 그 모든 말을 종합해 가지고 들으면 주인 아씨는 일부러 시험한 것이었다. 동전 두 푼을 방바닥에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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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갔다 들어올 테니 저 방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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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난이에게 이르고 밖으로 나와서 슬그머니 뒤를 돌아가 뒷문 구멍으로 들여다보았던 것이다. 방 치러 들어갔던 간난이는 그 동전 두 푼을 집어서 허리춤에 넣었다.
 
45
그 말을 들은 나는 주인 아씨의 얼굴이 다시 치어다보였다. 도적을 만들고 도적을 잡는 그의 얼굴이 다시 치어다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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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경대 서랍에 넣었던 돈 삼 원은 이 집에 자주 놀러 다니는 어떤 아이가 끄집어낸 것이 알리게 되었다. 그때에 주인 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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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년의 손질인 줄 알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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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뇌이고 말았다.
【원문】주인 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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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인 아씨 [제목]
 
  최서해(崔曙海) [저자]
 
  # 신생 [출처]
 
  1929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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