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독서 ◈
카탈로그   본문  
1942.5
이효석
1
독 서
 
 
2
시기가 늦게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면서 세상의 소설가는 도스토예프스키 한 사람임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고금의 수많은 모든 소설가를 모조리 없애 버린다고 하더라도 꼭 한 사람 도스토예프스키만을 남겨 놓는다면 소설의 세계에는 족한 것이다.
 
3
인간을 그리는 것이 소설의 본도라면 도스토예프스키같이 뭇 인간을 낙자가 없이 잘 그린 작가는 없었다. 아무 인간이나 한번 그의 손아귀에 걸리면 뼈 속까지도 허물어 벗기고야 만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무거운 작가다. 조물주의 버금가는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악마이거나 하다. 온전한 보통사람이고야 그렇게까지 인간의 비밀을 샅샅이 허벅거려 낼 수는 없을 것이다.
 
4
나는 이제 와서 늦게서야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진미를 알게 된 것을 유감되이 여긴다. 전에도 그의 문학을 더러 읽지 않은 것은 아니나 진짬으로 그 좋음을 알게 된 것은 비로소 오늘에 이르러서이다. 그때 그의 문학을 통독할 기회가 있었던들 오늘같이 그를 이해하고 즐기지는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역시 오늘 그를 알게 된 것이 다행인지도 모른다.
 
5
어릴 때 체홉을 통독한 일이 있었으나 그를 참으로 알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체홉을 안 것도 역시 오늘이다. 오늘 체홉을 읽으면 그때에 놓쳤던 무수한 좋은 맛이 비로소 알려지는 것이다. 한 작가를 읽음이 일렀다고 소득이 대중없이 많은 것도 아니고 늦었다고 그다지 손(損)가는 것도 아니다. 이 점 후대의 작가는 안심하여도 좋은 것이다.
 
6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은 답답하고 어둡고 심술궂고 고약하고 끔찍하고무섭고 지리하지만 그의 제작의 근본 동기는 사랑에 있는 듯싶다. 작중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개 우울하고 괴팍스럽고 성미가 복잡하고 때로는 악마의 풍시(風視)를 띠는 것이나 그 근본 심정들은 거의 착하고 무르다. 작자 도스토예프스키는 의식적으로 그런 인물의 창조에 주의를 기울인 것 같고 그의 모든 작품의 주제는 사랑의 고창(高唱)이 있을 듯싶다.
 
7
“그(인생의) 목적이라는 건 별 것 아니다. 이이사가 날마다, 시간마다, 아니 한평생 동안 끊임없이 자기에 대한 그의 다정을 느껴 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어떤 인간에게든지 이 이상의 목적은 있을 것이 아니오, 또 있을 수 없는 것이다!)”
 
8
답답한 웰리차아니노프의 꼭 하나의 속 심정은 이것이었다. 툴소스키와의 기묘하고도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정리되지 못한 어지러운 생활 속에서 원하는 것은 꼭 한 가지 이것이었다. 지난날의 과오로 떨어뜨리게 된 유일의 혈윤(血胤) 이이사에게 대한 사랑은 날로 간절해져서 갖은 툴소스키의 박해에도 굽지 않고 이이사를 구원하려고 노력하고 마음을 바순다. 이이사가 클로오냐의 별장에서 병들어서 드디어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의 웰리차아니노프의 비명은 얼마나 큰 것이었던가. 그의 복잡한 인생의 유일의 목적은 이이사를 사랑하고 기르고 낚자는 것이었다. 그러한 희망도 앞길도 없는 그는 단 한 사람 이이사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9
인생 유일의 이념을 사랑에서 찾는 것쯤 누구나 하기를 즐겨하고 하는 일이나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을 때에는 그것이 마치 금시 하늘에서나 떨어져온 새로운 이념인 듯도 한 신선미를 가지고 육박해 온다. 역시 작가적 재능과 수완으로 말미암은 듯하고 그의 우울한 인생에 접해 오면 마지막 결론에 이르러 사랑을 찾는 외에는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사랑은 언제나 새로운 것이다.
 
10
지드는 그런 뜻의 말을 했던 것 같으나 도스토예프스키는 위대한 산맥이다. 이로 광맥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수다의 광맥과 그 외의 가지가지의 것을 품은 위대한 산맥이라고 할 수밖에는 없다. 뭇 산들과 흐름이 여기에서 기원된다. 근대 문학의 수많은 흐름은 그 근본을 캐어보면 참으로 모두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에서 발원된 것들이다. 근대 문학의 모든 요소와 방향을 휩쓸어 싸가지고 있는 것이 그의 문학이다. 오늘의 어떤 어떤 작가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어떤 어떤 면을 본받고 배웠다는 것을 나는 지금 실례를 들어 일일이 지적할 수가 있다. 그렇듯 그의 문학의 영향은 크고 명료하다. 이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11
─4월 16일
【원문】독서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수필〕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14
- 전체 순위 : 3169 위 (3 등급)
- 분류 순위 : 508 위 / 1803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1) 이별
• (1) 동백꽃
• (1) 파스큐라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독서 [제목]
 
  이효석(李孝石) [저자]
 
  1942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독서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3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