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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고양이가 꾀 많다는 여우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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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원래 여우가 꾀가 많은 줄은 앎으로 아주 공손한 말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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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님, 안녕하십니까? 요사이는 얼마나 재미가 좋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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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은 여우는 몸이 으쓱하여 아주 뽐내는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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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평안한가? 그러나저러나 자네는 밤낮 수염만 쓰다듬고 있으면 제일인가? 겨우 조그만 쥐나 잡아먹고 다니면 그만이란 말인가? 도대체 자네의 재주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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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저 나는 재주도 없고 꾀도 없는 놈입니다. 그러나 재주가 하나 있다면 꼭 하나 있지요. 다른 것이 아니라 만약 개가 나를 물려고 쫓아오면 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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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모두 고것뿐이야? 겨우 나무에 올라가는 재주밖에는 없단 말인가? 나는 이 뱃속에 꾀주머니가 있어서 무슨 꾀든지 마음대로 꺼낼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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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여우가 자랑을 하면서 앞발로 제 배를 쓰다듬으니까 고양이는 황송하여서 공손히 절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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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그때 저쪽으로부터 어떤 사냥꾼이 무섭게 생긴 사냥개 두 마리를 데리고 이리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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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고양이는 깜짝 놀라서 얼른근처에 있는 나무 위로 뛰어 올라가서 몸을 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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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우는 나무에 올라가는 재주가 없어서 머뭇머뭇하고 있는데 벌써 사나운 사냥개가 달려들어 다리와 꼬리를 물어뜯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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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자랑하던 여우도 어쩔 수 없어서 씩-씩 소리만 지르고 있으니까 나무 위에 있던 고양이가 깔깔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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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님, 여우님, 뱃속에 있는 꾀주머니를 좀 끄르시구려, 끌러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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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아무 말도 못하고 사냥꾼에게 잡혀갔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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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제7권 제1호, 192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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