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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 죽인 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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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1.1
최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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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죽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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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부터 쥐가 어떻게 들레는지 견딜 수 없다. 처음 이사와서는 없던 쥐가 며칠 뒤가 되니 중쥐 한 마리가 수채 구멍으로 드나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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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놈이 드나들 때에는 적적한 우리 내외는 재미있게 구경하였다. 마루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두 눈깔이 톡 불거진 중쥐가 수채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어서 모가지를 할미새 꼬리처럼 회회 내두르는 것은 얄밉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귀여웠다. 그놈이 그렇게 조심스럽고 조마조마하게 사면을 살필 때면 나는 앉은 송장같이 숨도 크게 쉬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그러면 그놈은 쪼르르 긴 꼬리를 끌고 나와서 그저 미덥지 못하다는 듯이 나를 홀작홀작 치어다보면서 밥알이나 나물 찌꺼기를 집어 물고는 쪼르르 들어가 버린다. 어떤 때면 아내와 같이 구경한 일도 있었다. 아내는 그놈의 중쥐가 수채 어구에만 나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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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들어갑시다. 우리 방으로 들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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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를 방으로 끄집어들였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놈이 사람이 없으면 마당까지 나와서 기어다닐 터이니 그 꼴을 보자는 까닭이었다. 나는 아내와 같이 방에 들어가서는 문틈으로 수채구멍만 엿본다. 그러나 그놈의 쥐는 마당까지 쑥 나서지 않고 그저 수채 어구에서 돌다가는 수채 구멍으로 들어가고 들어갔다가는 나오면서 사람을 간지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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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 망할 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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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내는 안절부절못하다가 갑갑하여 못 견디겠다는 듯이 미닫이를 열고 나가면서 소리를 지른다. 이렇게 되면 그놈은 쏙 들어가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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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집에 없는 때면 마루에까지 올라왔던 흔적은 보이는데, 애를 쓰고 보려고 하면 볼 수 없었다. 이렇게 애를 쓰던 끝에 한 계책을 생각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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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밥이 나을까? 고기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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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는 아내를 보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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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긴? 우리두 못 먹는 고기를 그놈에게 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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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나를 나무라면서 식은 밥을 떠 들고 나와서 수채 구멍에서 좀 떨어진 마당 한 쪽에 놓았다. 그리고서는 웃음을 참으면서 우리 두 내외는 방에 들어가서 역시 문틈으로 파수를 보았다. 아니나다를까? 나왔다. 나온 쥐는 밥을 보더니 달려나와서 밥을 물고는 살같이 도망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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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 또 놉시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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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또 밥을 떠다가 이번에는 마당 복판에 놓았다. 이번에는 마당 복판까지 나와서 밥을 집어 물고 들어갔다. 이렇게 여러날 되니 쥐도 사람에게 익어서 그런지 마루에 앉아 있어도 마당에 나와서 빙빙 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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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처음에는 그 쥐란 놈이 귀여웠지만 날이 가고 달이 와서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내미는 쥐 대가리를 보게 되고는 그저 있을 수 없었다. 벽장에 들어가서 상자와 의복을 쏠고 부엌에 내려가서 음식을 적셔 놓고 천정에서 우루루하고 달려 다녀서 겨우 애써서 들었던 잠도 깜짝깜짝 깨게 되는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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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그 저를 어찌오? 쌀 그릇에 쥐똥 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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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늘 이렇게 이마를 찡그리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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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책을 다 쏠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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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되면서부터 어찌하면 쥐를 없앨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쥐잡는 약? 고양이? 이렇게 생각하다가 쥐잡는 약을 사 왔으나 효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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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고양이를 갖다 놓았더니 그놈이 잡으라는 쥐는 잡지 않고 아침에 쓰려고 저녁에 사다 놓은 쇠고기를 집어 먹고 달아났다. 혹을 떼려다가 도로 혹을 붙이게 된 뒤로는 쥐가 나오면 신짝까지 뿌려가면서 잡으려고 했으나 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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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신고신고하고 고안하다가 쥐통을 사왔다. 참깨를 싸서 안에다가 달아서 벽장에 넣어놓고 벽장문을 몇 번이나 열어 보다가 나중은 불을 끄고 누워서 잠이 들었다. 어느때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밤은 깊었을 때에 나는 눈을 떴다. 이때에 나는 쥐통 일은 아주 잊어버리고 가만히 누어서 꾸던 꿈을 생각하였다. 그런데 어디서 울꺽울꺽하는 소리와 같이 찍찍하는 쥐울음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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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 이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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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부르짖으면서 벌거벗은 채 일어나 전등 스위치를 틀고는 벽문을 열었다. 쥐가 들었다. 커단 쥐가 들어서 철망을 뚫으려고 애를 쓴다. 나는 너무도 반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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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쥐가 잡혔오! 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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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짖으면서 아내를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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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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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잠 깨인 아내는 내가 집어 내는 쥐통 속에 든 쥐를 보더니 놀라면서 이불을 뒤집어쓴다. 나는 쥐통을 놓고 이윽히 보다가 부젓가락으로 쥐를 찔렀다. 쥐는 부젓가락을 받아 물면서 찍찍하고 슬픈 소리를 몹시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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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예서 죽이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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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보기 싫다는 듯이 거듭거듭 이불을 뒤집어쓴다. 철망 속에 들어서 나오지 못해 애쓰는 쥐를 보니 불쌍한 생각도 났다. 그놈을 놓아주고 싶었다. 그러나 놓기는 싫었다. 나는 쥐통을 마루로 끌고 나갔다. 창문에 비추이는 불빛에 환한 마루로 쥐통을 끌고 나온 나는 다시 부젓가락으로 쥐의 배를 찔렀다. ‘찍⎯ 찌⎯ㄱ’ 쥐는 배가 찔려서 피하지는 못하고 괴롭게 소리를 치면서 부젓가락을 물었다. 나는 이번에는 되는 대로 찔렀다. 대가리며 배며 다리며 할것없이 찔렀다. 피투성이 된 쥐는 그래도 살려고 이러저리 피하면서 몸을 떨었다. 나는 노끈으로 올가미를 하여서 끄집어내 가지고 꽉 밟았다. 쥐는 찍하더니 창자가 툭 터져서 숨이 끊어지었다. 붉은 핏방울이 얼은 땅에 점점이 떨어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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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 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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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죽이고 방으로 들어오니 아내는 나를 보면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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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였지! 엑 그놈 피도 많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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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하면서 드러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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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중에 살생을 하면 좋잖다는대…….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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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뇌이면서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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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소리를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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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뇌이면서 눈을 감았으나 어쩐지 그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고 빙빙 돌았다. 태중! 그 말에 나는 나를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는 태중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배 안의 어린 것에게 좋지 않다 함에 어쩐지 쥐를 죽인 것이 무슨 큰 불상사의 조짐이나 하여 놓은 것 같았다. 오오 이것이 사람이다. 제게 이해 관계가 없어서는 좋아하고 제 것을 위하여는 남의 목숨을 빼앗고 그럼으로 제게 무슨 불상사가 오는 때에 우리는 양심의 고통을 맞는다.
【원문】쥐 죽인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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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서해(崔曙海) [저자]
 
  매일 신보(每日申報) [출처]
 
  1927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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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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