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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1년 악계(樂界)를 회상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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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01.01
홍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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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년 樂界[악계]를 회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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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25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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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악계의 과거 일년을 회상할 때에 아래와 같이 두가지로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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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이같이 말해 보련다. ―악계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세계적 대음악가 크라이슬러, 하이뎃츠, 짐발리스트 등을 맞이한 조선악계는 움직이기 시작하지 오래다. 해외로 유학가는 음악청년은 나날이 그 수가 늘어가고 음악회다운 음악회도 가끔 가끔 얻어 볼 수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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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시에 나는 또다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경성악계의 근황을 볼진대 음악사상은 의연히 침체불흥(沈滯不興)하여 점점 야비 속악(俗惡)한 편으로 화하여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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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러하다. 악계가 움직였다고 한두 개인의 음악취미가 높아졌거나 또 혹은 한두 악가의 기교가 전년보다 좀 나아졌다는 것 외에는 다시 없다. 그 반면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음악회란 것이 일대 유행물이 되어 작년도 통계를 보면 7,8 양월을 제하고는 십개월간에 경성에 열린 음악회 수가 내외국인을 합하여 삼십회란 큰 수를 넘었으니 그 중에는 물론 음악을 위한 음악회도 없음은 아니었지만은 십의 팔구는 모두 음악계에 하등의 관련이 없는 단체의 영리적이나 수단적 흥행에 지나지 못했다. 이것이 조선악계가 악화되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조그마한 경성안에서 더구인 10인을 넘지 못하는 악가중에서 매월 평균 3회의 음악회가 있었다면 그 결과의 여하는 묻지 않아도 알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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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까닭으로 말미암아 음악이라면 남녀노소를 물론하고 머리를 내저으며 자녀간에 음악을 공부하겠다면 부모된 이는 패가망신할 짓 한다고 야단 야단한다. 그다지 괴이치도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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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기회로 음악동지들이 모여서 음악회다운 음악회를 열어보려 하여도 사회일반은 범상시하여 하등의 호의와 하등의 이해를 같지 않는다. 이 역시 괴이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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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다가 간혹 세계적 악성의 연주를 듣고 나서는 조선의 악가들의 무능한 것만 ○○(2자 해독 불능)하다. 아니 그러면 조선에서 세계적 음악가가 날줄 알았던가? 이것은 적어도 우리보다 이삼대 후의 일이다. 국풍이 다르고 혈조(血潮)가 같지 아니한 남의 음악을 일조일석에 제것을 만들어서 천하를 독보려하는 것이 저으기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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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는 장래를 예비하기 위하여 조선의 악계라는 것도 그 토대나 튼튼히 만들어 주는 것이 옳은 일인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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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장려하고 음악사상을 선전할 기관은 시설치 않고 한갖 이것을 이용하려 만드는 것이 조선사회가 악계에 대하는 태도이다. 뿌리가 깊이 박히지 못한 것을 이리 흔들고 저리 찢으면 말라 죽을 밖에 별수가 무엇이 있나. 이 까닭에 나는 조선사회에 음악회가 유행하는 것을 크게 한탄하여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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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계의 과거를 회상한대야 한심할 것 뿐이다. 그러면 우리 악계의 장래는 어떠할지 잠깐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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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악계의 장래는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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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운명이 우리의 앞길을 인도하게 될는지? 이것이야말로 생각하기 전부터 염려되는 문제이다. 물론 진보되는 사회의 일이라 음악이라고 더 진보되지 않을 염려는 없지만은 음악회를 여는 도수가 잦고 청년남녀의 손에 바이올린이나 만돌린 갑(匣)이 들리워 다니는 수가 늘어가는 것으로서 과연 조선악계는 진보된다고 낙관할 것인가? 「대동강변」이니 「가레스스기」니 하는 속가가 유행하는 것으로 악계는 진보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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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할 것 없이 조선의 악계는 갈수록 더 추락의 심연으로 빠져 들어간다. 이것을 구하기에는 한두 개인의 힘으로는 아니된다. 적어도 전 사회가 그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추장(推獎)하고 그것을 편달(鞭撻)하여야 한다. 완비한 음악학교가 있어서 음악가를 양성하는 한편으로 고상한 예술의 힘을 발휘하여서 그 민족의 심정과 사상을 도화(導化)시킬만한 특종기관을 설치하여야 되겠다. 고상한 음악을 듣지 못하니까 따라서 이것을 이해할 수도 없고 또 「가쥬사」나 「가레스스기」만 불러도 음악가라고 자처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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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가기 기쁜 현상이 보인다. 작년과 제작년과를 비교할 때에 조선의 악가들의 기술은 훨씬 더 세련되었다. 음악회에 출연하는 도수를 줄여가면서 자가의 기술을 연마하기에 애쓰는 빛이 확실히 보인다. 감격할 일이다. 조선의 악계를 진흥시키려면 무엇보다도 먼저음악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터무니 없는 공상을 집어 치우고 자가의 실력을 양성한 뒤에 힘있는 활동을 하여야 될 것이다. 이 점으로 보아서 나는 조선의 음악가들이 좀 더 진실한 태도로 노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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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로 분망한 중에 원고독촉이 하도 심하여 이 몇마디로 나의 책임을 벗으려 한다. 끝으로 조선악계의 장래를 위하여 한없는 축복을 드리며 음악가 제씨의 끝없는 노력을 비는 동시에 과거 일년 간 우리 악계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준 것을 감사하며 붓을 씻는다. (12월29일 記[기])
【원문】과거 1년 악계(樂界)를 회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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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난파(洪蘭坡)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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