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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천 아래서 찌는 듯한 폭양을 온 종일 받아야 할 쓰라림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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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사냥개처럼 풀밭 위를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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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짜그르르 끓는 손뼉 소리에 섞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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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의 외국말이 고양이 소리처럼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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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 등(藤)나무 시렁 밑이란 무척 시원하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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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를 달리고 있는 까만 머리 아래 가는 목덜미 마른 잔등이가 가죽처럼 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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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방이만 입고, 아이들아! 너희는 저고리를 잊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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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필연코 너희들은 해진 잠방이밖엔 없던 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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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모자를 쓴 신사 어른들도 잠방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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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들이 아까 공채를 둘러메고 자동차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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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론 신여성이 어깨에 매어달려 달게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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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를 욕하던 보이 놈이 날아갈 듯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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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천군이가 도랭이 먹은 개처럼 몸을 비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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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놈은 아가리를 벌리고, 신여성은 고양이 소릴치며 술잔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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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담뱃대 같은 공채가 땅만 긁다가 비뚜로라도 공을 맞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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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소리 박수 소리 찢어지는 여자의 목소리 똑 가축시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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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공이 가본 일도 없는 싱거운 ‘3백 야드’ 말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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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이놈에 손뼉과 웃음은 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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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들은 이런 유별난 병에 걸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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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 너희들은 공을 물어오는 사냥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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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냥개란 집에서 놀릴 때도 고기를 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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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너희들은 온종일 마당에 풀만 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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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을 넘어서 집으로 가 내놀 것이란 빈 손뿐이니, 들앉았던 아버지는 화를 내실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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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너희들은 이곳에 놀러 온 것은 아니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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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란 놈은 너희들의 설은 속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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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가 알까? 넘어지는 풀잎의 아픔이나 네들의 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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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면 멀리 갈수록 좋아라 즐겨하는 월천군이 신여성의 마음은 공보다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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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 네들의 운명은 공보다도 천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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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넓은 곳에 곡식을 심지 않았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던 네 아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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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가만히 귓속해 줄 제 고운 풀잎들은 즐거움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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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귀여운 동생은 네 가슴에 안기며 머리를 꼭 박고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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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 푼도 쓰지 말고 아빠 갖다가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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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우리로 할 수 있는 무엇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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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엇을 아끼겠는가? 네들의 행복을 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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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님까지도 그 큰 입을 벌리어 말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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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위 일은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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