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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금속공장(輕金屬工場)의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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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6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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輕金屬工場[경금속공장]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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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번에 다녀온 곳은 평안북도의 ××에 있는 ××경금속공장이었다. 시방 어떤 병기보다도 가장 많이 증산이 요구되는 비행기의 기재(機材) 알미늄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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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덟시가 조금 지나 ××선 ××역에서 차를 내려 공장으로 찾아가는 노상에서 우선 눈에 뜨이는 것은, 가슴에 응징(應徵) 마크를 붙이고 오고가는 응징사들과 그들로 하여 거리가 경성이나 기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던 독특한 활기가 빚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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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과 공장은 바로 이웃이었다. 공장이 역 구내에 있었다. 아니 정거장이 공장 구내에서 조그맣게 행랑을 살고 있는 감이었다. 그렇게 보일만큼 공장은 판국이 넓고 건물들이 엄청나게 크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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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문파수(門把守)가 자못 엄하였다. 온 뜻을 말하고 시키는 대로 주소 ․ 성명을 적고 그러고도 미심스러하는 눈총을 받으면서 한참이나 더 승강을 당하다, 다른 파수 하나이 와 총력연맹(總力聯盟)에서냐면서 (짐작이 있었던 모양) 안으로 인도하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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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과(勞務課)로 가 청목(靑木) 노무과장을 만나 명함과 가지고 온 소개장을 내었더니, 또 그림반(班)인 강구(江口) 씨가 나보다 며칠 앞서 다녀가고 한 터이라 선뜻 알아보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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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어떻게 할 터이냐고 묻기에, 노무관리 모양을 보고, 공원(工員)의 증산 기타에 관한 미담재료를 수집하고, 그러고 보고체(報告體)의 생산문학(生産文學)을 쓸 체험을 얻기 위하여 며칠 동안 일을 하면서 함께 공원들과 숙식을 하겠노라고 하였더니, 이 마지막 조목이 우스운지 빙그레니 웃으면서 좌우간 동의를 한다. 퍽 친절하였다. 기골은 장대하나 교양있는 신사요 사람 좋은 초로(初老)의 영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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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과장의 안내로 딴채로 가서 공장장 무등(武藤) 씨와 인사를 하였다. 과학자답게 고요한 인물이었다. 조선 온 지가 2주일밖에 아니 된다고. 그 코가 유난히 크고 얼굴이, 얼굴 흰 인도사람만치나 검었다. 코야 타고난 것이겠지만 얼굴은 이 공장이 온통 자욱한 알미나(알미늄원료)의 먼지에 그으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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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이하 각 간부들과 인사를 하고 다니느라고 오전 동안은 그렁저렁 넘겼고, 주식(晝食)을 마치고 나서 오후부터 전해(電解, 전기용해) 공장을 견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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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장에는 전기 ․ 공작(工作) ․ 제조의 3과가 있는 가운데, 주장은 역시 제조과 즉 직접 알미늄을 만들어내는 전해공장이라고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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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부터 두 개의 ‘히끼고미선(線)’ 이 공장 양측으로 갈려 들어왔다. 그중 한 선으론 알미늄의 원료로 남방에서 나는 보키사이드에서 만든 알미나가 기타의 다른 원료와 함께 연방 들어온다. 그것을 ‘도로꼬’ 선으로 전해공장으로 가져다 노(爐)에 넣고 전극(電極)을 통하여 알미늄의 용액을 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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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공장 안은 피치콕스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알미나 가루가 날려 몇 간 밖은 보이지 아니할 만큼 자욱하다. 그 안에서 공원들이 제각기 맡은 노를 보살피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노는 곧 도가니다. 수정석(水晶石) 가루 덮인 사이사이에서는 조그만씩한 화염이 황황 타오른다. 그 밑에는 시뻘건 용액(鎔液)이 그득 괴어 있다. 그 용액 아래로 가서 정작 알미늄의 용액이 생기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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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에서는 전류를 상고한다. 어떤 노에서는 긴 쇠뭉치를 가지고 여차여차 ‘쓰끼오도’ 를 한다. 겉이 굳어진 것을 깨트리는 것이다. 어떤 노에서는 수정석 가루를 퍼넣는다. 그러고 어떤 노에서는 마악 ‘구미도리’ 를 한다. 알미늄 용액을 퍼내는 것이다. 이 노 저 노에서 퍼낸 시뻘건 알미늄 용액을 천정에 맨 크레인이 큰 쇠통에다 모아노면, 그것을 그 옆에 있는 전와부(電蝸部)로 가져간다. 전와부에서는 열 섬은 들음직한 큰 전와로에다뭇 노에서 모은 용액을 담아가지고 한편 귀로 흘려 비로소 알미늄봉을 부어낸다. 이 알미늄봉이 순도(純度)의 검사를 마쳐 가지고 다른 한편의 ‘히끼고미선’ 을 통하여 비행기 제조공장으로 반출, 인하여 적 미영(米英)을 때려부수는 비행기가 되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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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금속 공장은 시방도 건설중이어서 전해공장만 하더라도 제 1전해 제 2전해는 완전히 작업하고 있으나 제 3 전해는 일부분만 하고 있었다. 그래도 책임 생산량의 2할이나 증산을 하고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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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엔 구외(構外)에 있는 공원사택(工員社宅), 독신자 합숙소, 배급소, 전속병원 등을 돌아다니면서 보았다. 공원사택은 그 규모나 설비가 경성의 주택영단(住宅營團)에서 짓는 병호(丙號)만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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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小磯) 총독이 어느 광산이든가를 시찰하던 중 집은 ‘반장(飯場)’ 이요 세면소는 대야도 없는 시내인 것을 보고 “고래쟈로무샤가고노 고이소다떼니게루요(이러면 小磯[소기]가 노무자라도 도망하겠소) 하였다는 이야기를 직접 그 양반의 입으로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양반이 이 공장의 공원사택을 구경하였다면 이번엔 “고래쟈로무샤가고노 고이소다떼니게나이요(이만하면 小磯[소기]가 노무자라도 도망가지 않겠소) 하였을는지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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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도 내과 ․ 외과 ․ 산과 그리고 치과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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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소…… 일체의 생활필수품을 배급하고 있었다. 담배도 넉넉히 타고 술도 공원 한 사람 앞에 다달이 두 되씩은 받는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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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자 합숙소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양접시에다 수북이 푼 밥과 된장국 등, 분량은 나는 절반도 못 먹을 만큼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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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과 동숙(同宿)은 시켜주지 않고 빈 공원사택을 하나 치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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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비웠던 곳이라 내 손으로 쓸어내고 걸레질을 치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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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일기와 편지를 쓰고는 내일부터 실지로 공원들과 같이 일을 해보리라 생각하며 잠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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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時代[신시대] 1944년 6월호>
【원문】경금속공장(輕金屬工場)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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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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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4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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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11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