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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나는 일찍 일어났다. 귀뚜라미가 유난히 시끄럽게 우는 때문이다. 잠옷을 입은 채 영창을 열어부치고 뜰에 나서니 싸늘한 아침바람이 무슨 자극을 주려는 듯 내 볼을 스쳐간다. 가을 하늘이 호수보다 맑고 푸르다. 높이 달린 익은 감(柿)이 올라오는 햇빛에 싸여 홍보석처럼 새빨갛다. 까마귀가 몇 마리 가지 끝에 내려다보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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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쩐 일인지 가을철 특유의 센티멘털한 감흥(感興)에 사로잡혀 뿌 ─―연 아침 연기가 허리를 싸고 있는 앞산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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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지도 않은가. 노래를 첫마디도 다 부르기 전에 어디선지 ‘그만두어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나는 계관할 것 없이 소리를 더 가다듬어 다음 마디를 불렀다. 그러나 그 순간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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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어요’하는 소리가 다시 더 날카롭게 더 똑똑하게 내 귀에 들린다. 나는 펀뜻 위를 쳐다보니 바로 내 머리맡 감나무 가지에 앉은 까마귀가 나를 노려보고 또 같은 어조로 더 위험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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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도 기가 막혀 어안이 벙벙 하였다. 내 가슴엔 부끄러움과 분한 감정이 뒤범벅되어 차올라왔다. 그것은 그런 당돌한 소리를 한 자가 일개(一個) 날짐승이란 때문이 아니다. 까마귀 자체가 누구나 알다시피 날짐승 중에도 가장 졸렬한 가수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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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그때 그 소리의 주인이 꾀꼬리나 카나리아였다면 나의 분노의 정도는 훨씬 덜하였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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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이가 없어 한참동안 먹먹히 서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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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건방진 소리냐. 일개의 날짐승으로…… 이러나 저러나 내 노래가 네 노래보다도 듣기 싫은 노래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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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네 노래보다도? 흥 그래도 자존심은…… 그 노랜 대관절 무어란 말이오? 고전주의인가요? 낭만주의인가요? 혹은 또 초현실주의란 말이오? 그렇든 저렇든 당신 노랜 단 한사람인 당신 애인도 울리지 못한 노래 아녀요? 그렇지만 내 노랜 새까만 날개가지고 날아다니는 자면 누구나 다 감동받을 수 있는 노래이니까요. 아 ── 내 노래만한 노래도 그들한테 들을 수 없나?” 하고 까옥까옥하며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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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게아니라 그 소리가 나자마자 감나무에 앉은 다른 까마귀들이 모두 같이 까옥까옥하면서 따라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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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참동안 가을 하늘을 뚫고 멀리 힘차게 날아가는 까마귀떼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가을 하늘이 호수보다 맑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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