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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7
최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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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壇時感[문단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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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藝術本能[예술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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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본능은 예술을 제작하는 예술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식욕 본능이나 성욕 본능과 같이 예술이란 어떠한 것인지 解[해]치 못하는 예술권 외의 사람에게도 있는 본능이다. 사람은 누구나 물론하고 자기를 드러내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돌을 쪼는 석공이나 고기를 잡는 어부나 집을 짓는 목수나 모두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하여 자기가 가지고 있는 바 기능과 역량을 더 아름답게 더 크게 발휘하려고 하는 것은 그러한 심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동기와 목적은 어찌 되었던지, 즉, 돌을 쪼거나 고기를 잡거나 집을 짓는 것이 영리를 위한 것이거나 또는 쾌락을 위한 것이거나 그것은 문제 밖으로 하고, 일하여 나가는 그때에 있어서 가장 아름답게 가장 크게 가장 완전하게 자기의 기능과 역량을 드러내려는 그 심적 현상만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르는 바 자기의 기능이니 역량이니 하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인격이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힘’을 이름이니, 그 힘은 즉 그 사람의 인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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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기라는 인격을 표현하는 데는 표현하지 아니치 못할 충동이 없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필연적 의식에서 유로되는 절박한 감정의 파동이 있어야만 되는 것이니 그것이 즉 자기 표현욕이다. 나는 그것을 가리켜서 예술 본능이라 부르고 싶다. 이 자기 표현욕 즉 예술 본능은 사람마다 다 가지고 있으니 이것이 있음으로써 사람은 사는 것이며 또 이것이 있어야만 사람은 각각 자기의 의무를 다하며 자기의 권리를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표현욕의 몇 부분이나마 채우는 때에는 태산이 오히려 輕[경]하고 河海[하해]가 오히려 淺[천]하여 그 동기가 이해에서 되고 그 목표가 得失[득실]에 잇다 하더라도 그 순간에 있어서는 모든 이해 득실을 초월한 열락과 유쾌와 만족과 환희를 금치 못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람은 늘 자기를 어떠한 수단으로써든지 표현하려는 충동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은 본능이라 부지불식간에 무의식적으로 발작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흔히 무심히 看過[간과]하기가 쉬우니 그렇지, 유심만 하다고 하면 이러한 현상을 시시각각으로 어디서든지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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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찍 구두장이가 구두 고치는 것을 본 일이 있었다. 그때에 ‘구두장이’는 어떤 사람의 구두창을 갈고 있었다. 그의 좌우에는 구두 고치러 온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그의 손이 어서 스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구두장이’의 거동을 좀 보라. 그는 처음 착수한 구두의 창을 다 갈아 약칠까지 해놓아서 우리 보기에는 훌륭한 새 구두가 되었건마는 그저 불만이 있는지, 들고 보고 놓고 보고 하다가는 다시 망치로 두드리고 칼질을 더하고 ‘줄’로 쓸른다. 그 구두를 신을 사람은 그만하면 좋으니 달라고 하여도 그는 應[응]치 아니하고 그저 잔손질에 시간을 보내니 그 시간에 다른 것을 붙잡았으면 그마만한 수입이 있을 것인데 그는 그것도 不願[불원]하고 그저 잔손질을 계속하였다. 나는 거기서 큰 감동이 있었다. 모든 이해 득실을 잊어버리고 모든 사심을 초월하여 오직 자기 기능과 역량 발휘에 몰두한 그 ⎯⎯ 강렬한 자기 표현욕 뜨거운 예술 본능의 충동에 움직이는 정성되고 진실한 그에게 感心[감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순간이다. 이 찰나이다. 사람의 위대한 사업은 이 순간 이 찰나에서만 나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찌 그 ‘구두장이’ 한 사람에만 限[한]하리요. 우리는 이발사에게서도, 농군에게서도, 초동에게서도, 빨래하는 여자에게서도, 소꿉질하는 어린이에게서도, 이러한 본능, 이러한 慾[욕], 이러한 심경을 발견하니 이 얼마나 귀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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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본능은 과학자에게도 필요하니 과학자가 과학자로서 성공하는 ‘에네르기’가 되는 것이며, 종교가·철학자에게도 필요하니 종교가·철학자가 종교가·철학자로서 성공하는 圓心[원심]이 되는 까닭이다. 다만 그 표현 방법과 표현 형식의 여하에 따라서 예술과 비예술의 분별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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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술가가 아닌 사람에게도 예술 본능이 필요하거든 하물며 예술가에게는 더 말하여 무엇하리요. 예술가로서 예술 본능이 없다면, 자기 표현욕의 삼매에 들 수 없다면 그는 벌써 예술권 외에 추방된 자가 아니라 하여도 벌써 추방된 자가 된 것이다. 예술이 예술되는 의의는 감상자의 심금을 울리는 데 있는 것이거늘 제작자 자신부터 아무러한 감동과 충동이 없는 것을 누가 감상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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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 본능의 충동을 예술가의 가슴속에 배양하려고 한다. 위대한 예술은 위대한 인격의 표현이다. 위대한 인격을 위대히 표현함에는 위대한 예술 본능(예술 본능과 인격은 다른 것이다)이라야만 가능할 수 있는 까닭이다.
【원문】문단시감(文壇時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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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서해(崔曙海) [저자]
 
  # 현대평론(잡지) [출처]
 
  1927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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