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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이 사람을 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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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5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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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사람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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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裕貞[유정]의 궂김을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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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필의 요술을 부리잠이 아니다. 피사의 사탑이 확실히 과학이요 요술이 아니듯이 이것도 버젓한‘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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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결핵 제3기의 골골하던 우리 유정(裕貞)이 죽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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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이 병을 초기에 잡도리해서 나수지 못하고 더치는 대로 할 수 없이 내맡겨 3기에까지 이르게 한 것도 가난한 탓이거니와 다시 그를 불시로 죽게 한 것은 더구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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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를 앓는 사람이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약을 먹으면서 좋은 곳에 누워 몸과 마음을 다같이 쉬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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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정도 그랬어야 할 것이요 또 그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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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그와 아주 반대로 영양이 아니 되는 음식을 먹었고 약이라고는 아주 고약한 ××위산(胃散)을 무시로 푹푹 퍼먹었을 뿐이다. 성한 사람도 병이 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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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소설이라는 것을 썼다. 소설이라는 독약 ! 어떤 노력보다도 더 많이 몸이 지치는 소설쓰기 ! 폐결액 3기를 앓는 사람이 소설을 쓰다니 의사가 알고 본다면 그 의사가 먼저 기색을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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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도 그것이 얼마나 병에 해로운지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소설을 쓰지 아니치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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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창작욕도 아니요 자포자기도 아니었었다. 그는 창작욕쯤 일어나더라도 누를 수가 있었고 자포하기는커녕 생명에 대해서 굳센 애착을 자신과 한가지로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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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은 단지 원고료의 수입 때문에 소설을 쓰고 수필을 쓰고 했던 것이다. 원고료 ! 4백 자 한 장에 대돈 50전야라를 받는 원고료를 바라고 그는 피섞인 침을 뱉어가면서도 아니 쓰지를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쓴 원고의 원고료를 받아가지고 그는 밥을 먹었다. 그러다가 유정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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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이 어디 사람이 밥을 먹은 것이냐 ? 버젓하게 밥이 사람을 잡아먹은 것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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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향(稻香) · 서해(曙海) · 대섭(大燮) 다 아깝고 슬픈 죽음들이다. 그러나 유정같이 불쌍하고 한 사무치는 죽음은 없었다. 유정이야말로 문단의 원통한 희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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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선은 가난하다. 그래서 누구없이 고생들을 하고 비참히 궂기는 사람이 유로 셀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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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같이 문화의 일부분을 떠맡고 있는 가운데 문단인같이 고생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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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인은 '홍보' 가 아니다. 종족을 표현하는 것은‘나치스적으로 말고’ 예술 그중에도 문학이다. 인류 진화사상 종족이 별립(別立)되어 있는 그날까지는 한 실재요 따라서 표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완고한 종족지상주의자도 귀를 잠깐 빌려 다음 말을 몇 구절 들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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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를 지탱한 자 코사크나 정치가가 아니다. 폴란드 말로 된 문학이요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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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선에 문화적으로 종족적 특색을 가진 것이 있다면 문학밖에 더 있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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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건만 작가는 가난하다 못해 피를 토하고 죽지 아니하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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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빈약하더라도 지금 조선의 작가들이 일조에 붓을 꺾고 문학을 버린다면 조선의 적막한 품이야 인구의 반이 준 것보다 더하리라는 것을 생각인들 하는 자가 있는가 싶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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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의 유정은 누구며 제 3 의 유정은 누구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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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나서지 아니해도 시방 착착( ? ) 준비는 되어가리라 ! 밥이 사람을 먹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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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光[백광] 1937년 5월호>
【원문】밥이 사람을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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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이 사람을 먹다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 백광 [출처]
 
  1937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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