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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8
권환
1943년 조선출판사(朝鮮出版社)에서 발간된 권환의 첫 번째 시집 수록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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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과연 옛날과 다름없이 청의(靑衣)를 입고 동쪽에서 수레를 타고 왔습니다. 그러나 물론 옛날과 같이 커다란 도포(道袍)에 행전을 치고 손엔 백우선(白羽扇)을 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뒷허리에 파초 잎를 부친듯한 산뜻한 연미복(燕尾服)에 번질거리는 실크해트를 쓰고 하 ─ 얀 장갑을 낀 한 손에는 스틱을 들으며 한 손에는 망원경을 들었습니다. 또 그의 탄 수레 역시 앞뒤로 메는 남여(藍與)같은 것이 아니고 전(全) 경금속제(輕金屬製)인 차체의 양편에는 잠자리 같은 단엽(單葉) 은색 날개, 그 밑에는 튼튼한 고무타이어가 달렸으며 앞에는 공육해(空陸海) 어디든지 다닐 수 있게 한 전기기관이 장치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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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러나 봄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왔습니다. 나팔 소리도 군악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그는 원래 어떠한 계획과 목적을 가지고 온 것도 아니오. 누구의 명령을 받아서 온것도 더구나 아니었습니다. 또 봄 자신은 본시부터 일력(日曆)도 사용하지 않으니까요. 다만 그는 광막한 대공(大空)에서 무한한 대도(大道)를 탄 수레가 가는대로 올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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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봄 자신은 이 땅에 와서 그저 의례(依例)히 올 시간 올 장소에 왔다는 태도로 그의 심경과 표정은 극히 평범하였습니다. 다만 명랑하고 태연할 따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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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땅에 봄을 맞는 이들은 오랫동안 봄을 고대하던 차일 뿐아니라 또 고대는 하면서 마중의 차림은 충분치 못한 그들은 기쁨을 못이기는 한편 극히 당황하여 여기저기서 수선거리며 속살거리어 야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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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도 종달새와 제비가 가장 열정적이고 가장 초조하였습니다. 겨울동안 응달진 산골 썩은 나뭇잎 속에서 올올 떨고 있다가 기다리던 봄이 오매 그는 하루바삐 금가루가 반짝이는 따뜻한 태양 밑 바다같이 푸른 대공에서 마음껏 날아보려고 어수선한 날개의 깃을 허둥지둥 빗질하고 웅크렸던 팔다리에 힘을 주려고 정말체조(丁抹體操)를 하랴 노래 부를 성대를 다듬느라고 발성연습을 하랴 야단이었습니다. 그는 벌써 화려한 봄 하늘에 마음껏 노래부를 유쾌한 그날을 생각하고 미리 가슴이 우던거리며 어깨가 들썩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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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비는 가을한테 쫒겨 오랫동안 바다 저편에서 유랑생활을 하다가 봄 왔다는 소식을 들으매 하루바삐 정다운 고향을 찾으려고 갖은 힘을 다하여 날개를 지어가며 주야겸행(晝夜兼行)으로 바다를 건너오느라고 야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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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일미평방(一米平方)도 안되는 내 낡은 책상 위에서 빼지 않고 왔습니다.
 
9
오랫동안 호박(琥珀)처럼 얼어붙어 새까만 내 책상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던 내 시도 봄을 맞이하여 한 덩이 두 덩이 녹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봄의 혜택을 흡족히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얼마 안 지내 종달새와 함께 따뜻한 봄의 대공(大空)에서 재잘거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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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환(權煥) [저자]
 
  194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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