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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우선 검푸른 하늘에 새벽 별을 싸고 있는 부드러운 구름에 맨 첫 번 빛을 보냈다. 보랏빛 컴컴한 고랑에 무언지 움직이고 있다. 종달새 양주(부부)가 어젯밤 거기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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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종달새가 먼저 높은 공중에 날아 올랐다. 아내도 뒤를 따라 올라가서 아침 인사를 하고, 고향에 돌아온 기쁜 인사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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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는 바로 어저께 돌아온 것이었다. 작년 시월에 동무들 틈에 끼어서 남쪽의 따뜻한 나라에 가셨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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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숲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패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꾀꼬리는 물론이요, 제비도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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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종달새는 노래 부르면서 공중으로 올라갔다. 기운좋게 빙빙 돌면서 점점 높이 올라간다. 높이 높이 훨씬 높이 구름 속에까지 올라가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귀여운 노랫소리는 분명히 들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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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솟는다. 그 따뜻한 광선은 들을 비추면서 봄이 온다는 것을 외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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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는 바람도 부드러워졌습니다. 해도 점점 길어집니다. 눈은 사라지고 얼음도 녹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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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새싹은 트고, 꽃은 피기 시작했습니다. 꿀벌은 그 집에서 나와서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만들려고 꽃물을 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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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양은 기쁜 듯이 풀밭으로 뛰어다닙니다. 색시들은 꽃씨를 뿌리고, 농부는 과목나무를 가꾸어 주고, 밭에는 여러 가지 씨를 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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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도 돌아왔습니다. 새들은 모두 보금자리를 새로 짓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 좋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으면 봄처럼 좋은 때는 없다고 하고 싶게 됩니다. 자, 우리들도 봄을 맞으러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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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저 집에서 모두 이런 말을 하면서, 봄비에 땅이 누그러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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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습니다. 비단실같이 좋은 비가 한나절 와서 지붕도 축이고, 나뭇가지도 축이고, 잔디도 축이고, 땅도 축였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비 뒤의 햇볕을 쪼이면서 자기가 각각 좋아하는 꽃씨를 심었습니다. 뒷집 할머니도 심으시고, 앞집 색시도 심고, 우리 집 어머니도 오빠와 함께 마당 앞에 심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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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던 재미와 기쁨이 꽃 심는 사람들에게 생겼습니다. 오늘 조금, 내일 조금, 파랗게 자라나는 어린 싹을 보느라고 바쁜 일도 잊어버릴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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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란 싹이 얼마나 자라서 어떤 꽃이 필는지, 그것을 기다리는 데에 그들의 기쁨이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따뜻한 봄볕이 날마다 그 싹을 비추어 주고 가끔가끔 봄비가 그 싹을 축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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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아니 있어서, 그들의 사랑하는 꽃이 어여쁘게 피어나겠지요. 자기가 심고, 자기가 길러서, 자기가 피워논 아름다운 꽃의 향내를 맡게 될 때,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기쁘고 즐겁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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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단 한 포기라도 우리의 꽃을 심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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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4권 4호, 1926년 4월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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