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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응도(飛鷹島)의 쾌유(快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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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7.16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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飛鷹島[비응도]의 快遊[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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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年前) 고향에 내려가 있었을 때다. 여름도 한여름이던 8월 초생. 별로 할 일이 없이 놀고 있는 몸이라 늘 군산(群山)을 오면가면 하던 터인데 이 날도 아침 일찍 군산을 가서 형님 집에 들렀다가는 바로 R군을 찾아갔다. 마침 일요일이라 다른 친구들도 여러 사람 와서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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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응도에서 해수욕장이 개설되었다는 이야기가 나고 또 선편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자 드디어 R군의 발의 ─ 라느니보다 알선으로 해수욕을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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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해수욕을 갑네 ─ 했지 실은 해수욕에는 인연도 멀고 또 흥미도 그다지 끌리지 아니하는 일행들이다. 차라리 멀리 황해바다 속에 떨어져 있는 비응도라는 섬과 그리고 배를 타고 넓은 바다에 나가서 하루를 보낸다는 데 더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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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누구 한 사람 해수욕복 한 벌도 장만하려 아니하고 타월 한 개씩만 손에 든 채 허둥지둥 선창으로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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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통…… 우리가 탄 커다란 목선(木船)을 끄는 조그만 발동기선이 연해 파란 가스를 뿜으면서 널따란 금강 어귀로 내려가 있다. 앞에서 끄는 발동기선에도 뒤에 끌려가는 우리 배에도 사람은 가득가득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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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편으로는 충청도의 한산(韓山) ‧ 서천(舒川), 왼편으로는 유명한 군산 시외의 불이식민촌(不二殖民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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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로 벗어나 바다 가까이 감을 따라 물이 조금씩 맑아진다. 군산 앞의 탁류란 유명하고 또 물결이 거세기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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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맑아짐을 따라 뭍(육지) 가까이서는 보지도 못하던 고기가 노는 것도 신기하다. 그중에도 놀란 것은 교어(鮫魚)다. 처음에는 사람의 대가리가 물에 떠 있는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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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를 훨씬 벗어져나니 비로소 끝간 줄 모를 바다의 둥그런 수평선이 시야로 들어온다. 장난감 같은 조그만 섬들이 담숭담숭 물에 떠 있다. 돛을 세운 어선들이 섰는 듯 그 사이를 유유히 지나고 있다. 물이 비록 완전히 맑지는 못할지언정 역시 한폭의 풍경화다운 느낌이다. 그리고 바다의 정취가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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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바다라야 뭍(육지)에서 겨우 몇십리밖에 떠나지 못한 곳이다. 만톤급의 큰배를 타고 국제적 큰 항구를 드나들거나 대양을 건너는 그러한 특이하고 웅대한 정취는 없다. 차라리 관부연락선을 타고 현해(玄海)에서 달밤을 새우던 때만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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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크고 작고간에 자연의 시적 혜택을 그다지 입지 못하고 자란 터라 비록 조그마하고 빈약한 풍경이나마 대하는족족 감격이 솟아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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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력이 뜬 것도 별로 지리한 생각이 없이 네 시간 만에 목적한 비응도에 우리 배도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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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으로 설비해논 곳에는 그야말로 사람의 대가리가 콩나물 대가리같이 옹기종기 들박혀서 오물거린다. 외롭던 해중(海中)의 비응도가 이제 웬 야단인가 해서 놀랐으리라. 우리 일행은 헤엄에는 전부가 무대(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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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수심 4척 5촌의 곳까지를 생명선으로 하고 그 근처에서 오물거렸으니 그다지 재민들 있을 턱이 없다. 다행히 세놓는 보트가 있어서 나와 R군은 고놈을 잡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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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의 힘을 빌어 꽤 깊은 데까지 나간 것까지는 좋았으나 나가서 보니 바닥이 새어 물이 반 이상이나 잠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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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는 죽는가 싶어 새파래진 얼굴을 서로 바라보며 노를 젔는데 그동안에보트는 완전히 물에 잠기었다. 그러나 가라앉으리라던 보트는 그대로 종시 가라앉지를 아니한다. 바닷물에서는 침수가 되어도 보트는 침몰이 아니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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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거진 저물어서 돌아오는 배를 탔다. 꾸물거리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밀물을 꼭 맞추어 떠나야 할 배가 한 시간이나 늦었었다. 이 한 시간의 앙갚음을 우리는 톡톡히 받아야 할 것은 생각지도 못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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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육지가 바라보일 때에 해가 저물었다. 우리의 배는 속력을 돕기 위하여 돛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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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를 날 저문 게 한심타듯이 빙빙 날아돌며 지저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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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도로스나 대양을 건너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육지에 가까이 다다라 항구 밖을 들어올 때에 갈매기 나는 것을 보는 것이 무엇에도 비길 수 없이 감회가 깊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미상불 갈매기는 마도로스에게 문자 없는 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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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는 다시 쓸기 시작하였다. 짐은 무겁고 마력은 약한 우리의 배는 거세게 써내리는 역류에 난항을 계속하였다. 밤 열두시가 지나서 겨우 군산항구의 불빛을 바라보게 될 때는 어쩐지 이국의 낯선 항구에 들어가는 듯하여 이상도 하였거니와 반갑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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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亞日報[동아일보] 1934.7.16>
【원문】비응도(飛鷹島)의 쾌유(快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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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응도의 쾌유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34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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