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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명에 각성한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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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2
백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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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에 각성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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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두사(兩頭蛇)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몸은 하나인데 대가리는 둘 있는 뱀이랍니다. 이 뱀은 먹을 것을 만나면 두 대가리가 서로 먹겠다고 싸움을 한답니다. 결국은 어느 편 입으로나 먹히기는 하는데 먹고 보면 두 대가리의 뱃속은 다같이 불러진다는 것이랍니다. 배가 불러진 뒤에 생각하면 도리어 씹어 먹은 편 대가리가 손해가 아니겠습니까. 입을 놀린 것만은 헛수고이니까요. 하물며 이(齒)가 건전하지 않은 편이 빼앗아 먹었다면 더욱 더 손해가 안 되겠습니까. 그렇지 않고 이가 건전한 편이 씹어 먹는 역할을 맡고 한편은 물도 먹어주고 외방으로 몰려오는 적을 방비해 주고 한다면 쓸데없이 어리석게 잠깐 입 속에 무르녹는 미각을 만족시키기만 위하여 싸움만 하느니보다 현명하지 않겠습니까. 서로 먹겠다고만 싸움을 하다가는 결국 그 뱀 전체의 파멸을 촉진시킬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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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어리석은 비유라고 웃으실지 모르나)우리 인간사회를 한번 돌려 생각하면 남성에게나 여성에게는 다 - 각각 다른 사명과 특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원시시대(原始時代)의 모권 문제가 왜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나 하는 것도 다시 한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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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중심주의인 에켄케이 여사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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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모성(母性)을 십분 신창(伸暢)하는 데서 그 참된 면목이 표현된다. 구주대전때 전장에서, 병원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임종 때에 이구동성으로 간절히 부르짖은 말은 어머니여! 어머니여! 하는 말이었으니 즉 전쟁의 공포에서 구해달라는 애원을 그 어머니의 이름에 걸었다. 만일 새로운 사회가 와서 베토벤같이 큰 음악가가 될 사람을 무슨 기관수(機關手)로나 만들어 버린다면 그것은 슬퍼할 일일 것이다. 그리고 또 새사회가 와서 여성을 영혼의 교육자인 어머니 되게 하는 대신 남성과 같이 집밖에서 노동에 종사하게 한다면 이것 또한 마찬가지로 진실로 정력(精力)의 오용(誤用)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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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했습니다. 여자에게는 첫째 생리적으로 직업에 불편을 많이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여자는 아 - 무 경제적으로나마 자유가 없으란 말이야. 경제권이 없는 이상 남녀동등도 가망 밖이다’고 하실지 모르나 여자의 취직함이 즉 여자의 경제권 독립을 보장하는 것이 되느냐하면 그것도 가까운 앞날을 바라볼 수 있다면 고소(苦笑)해 버리고 말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직업부인도 결혼은 해야 되며 결혼을 한다면 역시 가정부인으로서 과거의 어느 가정부인이나 마찬가지의 지위에서 조금도 별다른 것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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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인류를 창제해 낸다는 가장 큰 사명을 가졌으며 아울러 장차의 사회를 좌우할 기원을 짓는 이세국민의 정신의 교육자라는 지위에 있는 것이니까 눈앞의 부질없는 소승적 자유를 위하여 남자를 헤치고 직업전선에 뛰어든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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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게 건강에 무리를 해가며 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오로지 여성의 천부의 사명에 따라 건전한 여성이라는 지대를 굳건하게 만들 것이니 모 - 든 가정사를 합리화하기에 노력하며 항상 자아를 반성, 비판하여 훌륭한 여성으로서의 인격을 향상할 것입니다. 이것은 오로지 여성자체 뿐을 위함이 아니라 장차의 사회조성원인 이세국민의 교육이 되겠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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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경쟁하려는 노력으로 남자를 잘 내조해 주어서 일에 능률을 기하는 두뇌를 양성하기에 먼저 급급하여야 할 것입니다. 모 - 든 노동에서 여성은 물러서고 남성으로 하여금 대신 일하게 하며 우리는 많이 독서(讀書)하며 세계 사정에 밝도록 주의하여 사회적 지도이념(理念)을 파악해 버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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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신여성은 ‘반거충이’다 - 계집애는 공부시킬 필요가 없다. 우리 아들은 신여성에게 장가들이지 않겠다는 것 등이 모두 구인습의 잘못이라고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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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할 줄 모르면 상관 있소. 대신 돈벌이해서 침모를 두지요’ 하는 격으로 여성적 사무에 건실치 못한 까닭에서 생겨난 말일 것이니 이것도 여성의 직업이라는 것이 미쳐준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에 부대끼고 주의 사정에 인하여 부득이한 취직, 이것은 문제 외라 하더라도 이것이 끼쳐준 여성의 손해는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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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은 반거충이다, 눈요기시키기 위하여 여사무원을 쓰지요, 임금이 적으니까 여공을 쓰지요 하는 등의 여성 전체의 인격적 모욕을 먹어가며 자기의 천부의 사명은 잊어버린 데서 무슨 신성한 직업부인이라는 자랑이 있겠습니까. 여성이 직업전선에 나선다고 허물어져가는 조선의 경제 상태가 바로 서줄 리도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남자의 실업군만을 범람하게 할 뿐이니 도리어 사회를 불안케 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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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서 찾아보지 못할 특질이 남성에게 있고 남성에게서 찾아보지 못할 것이 여성에게 있는 것이니 해산(解産)한다는 것을 남성에게 떼어 맡기지 못하는 이상, 남성과 여성은 서로 없는 것을 보충하며 한 가정 한 사회를 위하여 각기 사명에 충실한 후 참된 분업적으로 분류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남편의 직업으로 인한 성공, 그것이 즉 아내인 우리의 성공일 것이니 우리는 미리 현명하여 어리석은 양두사의 사혼이 되지 말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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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정》(1935.2).
【원문】사명에 각성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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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 사명에 각성한 후 [제목]
 
  백신애(白信愛) [저자]
 
  # 신가정 [출처]
 
  1935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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