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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3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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厄 年[액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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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30일, 그리고 밝는 31일 하루면 금년은 아주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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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가고 없어지는가 하면, 항용 언제나 그러하듯이, 마음 섭섭한 구석도 없진 않으나, 역시 후련한 생각이 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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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락 다행스럽던 못된 만근(輓近)의 몇해지만, 금년에 한하여 유별히 액을 각가지로 치렀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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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하순부터 시작하여, 맨처음 14세동 질아 창렬(昌烈)의 급성늑막염을 필두로 하반기의 반 년 동안은 이내 가환(家患)의 부절(不絶)한 연속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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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막염 병자로 하여 미처 숨도 돌리지 못한 판에, 큰조카 공렬(孔烈)의 대객혈(大喀血). 이 두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중병자가 신음을 하고 누웠는 일방 가형은 다리에 종기로 꽤 큰 수술을 하고서 월여를 신고했고 겹쳐서 형수의 이상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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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더 더웠던 여름을 그렇듯 치르고는, 그래도 천행으로 다들 소성이 되어 실명(失命)이 없었음을 기뻐한 것은 잠깐이요, 가을로 접어들자 안해의 대수술을 요하는 병의 발병, 그와 거진 동시에 형수가 출산을 한 지 1주일이 못찬 유아의 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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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는 원체 모진 병인데 손까지 늦어서 마침내 세상 구경을 한 지 2주일만에 가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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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귀하진 않고 겸하여 달리 성인들의 병자가 한둘이 아닌 그때 형편이라 그의 죽음이 과히 심한 슬픔까지는 끼칠 경황이 없었지만, 제라서 집안의 모든 병액을 맡아가지고 갔느니라 하면 오히려 애처로움이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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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쩐지 그 2주일 남짓한 생명이 그동안의 온갖 병액을 죄다 안고 간 것같이만 생각이 되고, 그래서 앞으로는 혹 가환이 영영 다 가라앉으려니 믿어지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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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물론 부질없은 생각이고, 복부의 병을 겨우 돌린 안해가 10월중에는 팔이 또다시 성종(成腫)이 되어 꼬박 2개월을 앓았고, 가형이 감기를 실섭한 것이 고만 악화하여 40일 가까이 누워 신고를 하다가 작금에야 겨우 자리에서 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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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하간(夏間)엔 어른 하나와 소년 소녀 하나씩이 이질을 앓았고, 내가 적년(積年)의 고질인 신경통으로(아무도 몰래) 몇 차례 앓았고, 그리고 시방은 그새 몇해 동안 소강을 얻었던 소화불량과 신경쇠약이 와짝 도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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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권솔 가운데, 하다못해 감기라도 한두 번씩 앓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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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는 그리하여, 가환으로써 족히 남께 자랑함직한 대변란을 치렀거니와, 게다가 만일, 조춘으로부터 초하에 걸쳐 내가 우연히 당한 관재(官災)를 가산한다면 실로 기묘(己卯)라는 금년 1년이 나에게는 천하의 살년(殺年)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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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못할 노릇 가지가지로 시키고서 마침내 물러가는 기묘의 액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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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쒜에! 어서 바삐 속거천리(速去千里) 합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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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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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에발, 신년 새해엘랑 참환(慘患)도 없고 횡액(橫厄)도 없고, 재수만 거저 물 묻은 바가지에 깨 들러붙듯이, 점지해 줍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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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비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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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는지…… 재미삼아 『토정비결(土亭秘訣)』이라도 보아보기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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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博文[박문] 1940.3>
【원문】액년(厄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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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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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0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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