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조선출판사(朝鮮出版社)에서 발간된 권환의 첫 번째 시집 수록 시

1

제비

2

그는 제멋대로 헤엄친다

3

바위도 모래도

4

섬도 가도 없는

5

새파란 하늘의 호수에

6

비시 비시 비시 시비 시비

7

그는 자유형 수영선수다.

8

두 날개를 활짝 펴고

9

위로 위로 가물가물 올라간다

10

푸른 대공(大空)의 물결을 헤치며

11

비시 비시 비시 비시

12

어느듯 또 밑으로 밑으로

13

보기좋게 미끄러진다

14

저공 비행하는 황취(荒鷲)처럼.

15

잔디밭 위에 폭탄이 떨어진다

16

비시 비시 비시 비시

17

화살같이 반월형을 지어

18

제멋대로 날다.

19

마치 대공이 제 혼자 영토인 것처럼.

20

이 편서 저 편으로

21

저 편서 이 편으로

22

비시 비시 비시 비시 비시

23

제멋대로 난다

24

제멋대로 재잘거린다

25

쳐다보는 많은 사족수(四足獸)를

26

내려다 보고 비웃는 것처럼

27

비시 비시 비시 비시 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