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제야(除夜)의 속성(俗性) ◈
카탈로그   본문  
1936.12
이병각
1
除夜[제야]의 俗性[속성]
 
 
2
내가 가지고 있는 時間[시간]가운데 第一[제일][속]된 時間[시간]을 들라면 나는 除夜[제야]를 들기에 躊躇[주저]치 않겠습니다. 俗[속]된 것은 大槪[대개]「然不[연불]」인데 際夜[제야]는 정말「然不[연불]」입니다. 무엇인지 모르게 그럴듯하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며 차라리 내가 가지고 있는 生活[생활]의 妙味[묘미]와 傅統[부통]을 깨트려버립니다. 나는 내 自身[자신]을 體系[체계]세워서 생각하기를 싫어합니다. 길거리에서나 茶[차]집 가튼데서 내 혼자 내 自身[자신]에 對[대]한 反省[반성]과 展望[전망]을 가집니다. 그러나 그것이 제법 前後 脈絡[전후 맥락]이 서고 體系[체계]가 설려할 때 나는 그만 나의 생각에 검정물을 엎질러 희미한 思索[사색]의 線[선]을 지워버립니다. 그리하야 뒤도 돌보지 않고 입때까지 더듬어 올라가던 길을 그냥 도라서 다름질칩니다. 이것은 내가 가진 卑劫[비겁]입니다. 그리고 生活[생활]의 妙味[묘미]입니다.
 
3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을 잘 알고 있는 同時[동시]에 나아갈 길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도 잘 압니다. 생각하면 너무나 悲慘[비참]한 自身[자신]입니다. 이러한 自身[자신]을 잘 알고 認識[인식]하면서도 「그렇기는 하나 그렇지 않다」하고 否定[부정]해버리는 것이 얼마나 야릇한 힘과 妙[묘]한 맛이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4
이것은 나의 生活[생활]을 붙잡아 매여 둔 기둥인 同詩[동시]에 實[실]로 사랑스런 超俗[초속]입니다. 그러나 除夜[제야]는 이러한 나의 기둥과 超俗[초속]된 生活[생활]의 妙味[묘미]를 여지없이 빼앗어 갑니다.
 
5
나는 웨 나의 사랑스런 기둥을 平平[평평]한 時間[시간]의 한 조각 除夜[제야]라는 것에게 빼앗깁니까?
 
 
6
時計[시계]추는 하나둘 때의 가느다란 線[선]을 잘라먹어 들어갑니다.
 
7
이때 - 스물여섯 살의 마지막입니다. 몇分[분] 뒤에는 나는 스물일곱으로 나이를 헤아려야 합니다. 바깥에는 바람이 붑니다.
 
8
가난한 나그네의 방엔 쌀쌀한 찬바람이 門[문]틈을 차저 숨어듭니다.
 
9
이불을 몸에 감고 바람을 막아 보겠습니다. 방바닥은 차기도 합니다. 이때에 나는 내가 날마다 더듬어 오르는 思索[사색]의 線[선]을 밟기 시작합니다. 돌아서야만 할 길입니다.
 
10
그러나 그러나 웬일입니까 이 밤에 限[한]하야는 아무리 돌아서려고 애써도 돌아서지지 않고 그냥 突進[돌진]해버립니다 그려!
 
11
슬픈 일입니다. 나는 나 自身[자신]을 보았습니다. 더구나 體系化[체계화]시켜서 보았습니다. 여기에는 야릇한 愛着[애착]도 妙味[묘미]도 없습니다. 시커먼 재가 홀홀 날고만 있습니다. 否認[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마지막에 남은 標本室[표본실]의 門[문]을 닫혀 주어야겠습니다. 試驗管[시험관]의 개고리는 보기 싫습니다. 그러나 더욱 또렷하게 보입니다. 自負[자부]의 塔[탑]은 무너졌습니다. 무서웁습니다. 그리고 얼굴이 확근확근하여지니 웬일입니까. 지금까지 내가 무었을 했습니까.
 
12
世紀 私生兒[세기 사생아] - 나는 나의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릅니다. 運命的[운명적]인 存在[존재]입니다. 나의 초라한 形骸[형해]를 감추어 줄 수는 없습니까. 나는 찾어가 보렵니다. 내가 褓襏[보발]에 샣여서버리여지던 그 門[문]앞을 - 그리하여 나는 鋪道[포도]의 長方形[장방형] 돌쪼각을 헤아리면서 희미한 나의 記憶[기억]속에서 내 父母[부모]의 전형을 찾고 있습니다.
 
 
13
[죄]스럽게도 俗[속]된 時間[시간]입니다. 그리고 실없기 짝없는 除夜[제야]이기도 합니다. 나의 사랑스런 生活[생활]의 妙味[묘미]를 빼앗어가고 나로 하여금 흉칙스런 내 自身[자신]을 보게 하였다면 흉측스런 꼬락서니를 免[면]하는 方策[방책]을 나에게 가르쳐주어야 할 것이 아닙니까? 그러나 除夜[제야]는 이 方策[방책]을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고 그냥 심술궂게 달아나 버리였습니다.
 
14
나는 지금부터 빼았긴 나의 超俗[초속]을 차저오렵니다. 그러나 아무리 하여도 찾어올 수는 없는 것 갔습니다. 나는 한 가닥 두 가닥 線[선]을 잇(繼[계])고 있습니다.
 
15
나는 잃어버린 나의 超俗[초속]과 生活[생활]의 妙味[묘미]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代身[대신] 가지렵니다.
 
16
나는 逆說[역설]을 사랑하렵니다.
 
17
나는 逆說[역설]에서 生活[생활]의 기둥을 찾고 逆說[역설]로서 生活[생활]을 武裝[무장]시키렵니다. 그리하여 除夜[제야] 이상의 俗性[속성]을 가지고 이 性俗[성속]으로 하여금 體系化[체계화]시켜서 除夜[제야]에 挑戰[도전]하럅니다. 세상 사람이 모다 이것은 검은빛이다 하고 말한다면 나는 斷然[단연]히 흰빛이라고 固執[고집]하럅니다.
 
18
내 눈이 生理的[생리적]으로 무슨 病[병]이 업는 이상 낸들 검은 것이 검은 것으로 안보일 理[리]야 있겠습니까마는 번연히 알면서 固執[고집]하는 것이 逆說[역설]의 倫理[윤리]입니다. 그리고 검은 데서 흰 것을 찾어내려고 눈에 불을 흩이는 것이 逆說[역설]의 모랄입니다.
 
19
손구락으로 하늘을 찌를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손구락으로 하늘을 겨누어 보는 것은 무엇이라 痛快[통쾌]한 逆說[역설]의 法悅[법열]입니까.
 
 
20
한시를 쳤습니다. 除夜[제야]는 벌써 지났습니다. 나의 나이는 스물일곱입니다. 나는 이곳에 또한 逆說[역설]의 倫理[윤리]를 가지고 스물일곱이 안이고 아즉 나이 어리다고 외쳐봅니다. 그러나 허둥허둥함을 自白[자백]합니다. 날이 밝은 뒤부터 역설의 倫理[윤리]속에 나의 生活[생활]의 뿌리를 두기로 하고 위선 날이 새일 때까지는 自白[자백]해두기로 합니다.
 
 
21
<<朝光[조광]>> (1936. 12)
【원문】제야(除夜)의 속성(俗性)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 최근 3개월 조회수 : 10
- 전체 순위 : 4430 위 (3 등급)
- 분류 순위 : 608 위 / 88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제야의 속성 [제목]
 
  이병각(李秉珏) [저자]
 
  조광(朝光) [출처]
 
  1936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콩트((프) conte)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제야(除夜)의 속성(俗性)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3월 23일